글로벌 금융전문가들 "정치적 격변의 경제 영향 제한적"…과잉 반응 경계
AI 관련주 고점 대비 24% 넘게 하락…부채한도·트럼프 거부권도 변수
AI 관련주 고점 대비 24% 넘게 하락…부채한도·트럼프 거부권도 변수
이미지 확대보기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AI와 가상자산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AI 관련주 약세는 선거 이전부터 진행됐기 때문에 중간선거 결과의 영향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특히 골드만삭스의 광범위한 AI 관련주 지수는 지난달 15% 하락했으며 고점 대비 낙폭은 24%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중간선거가 실시된 3일(이하 현지 시각)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정치적 교착과 AI 규제, 미국의 재정정책을 둘러싸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 "최대 위험은 선거 아닌 과잉 반응"…경제 영향 제한적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민주당의 압승이 반드시 미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왔다.
스테이트스트리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애런 수석 투자전략가는 “금융시장의 가장 큰 위험이 민주당의 압승 자체가 아니라 투자자들의 과도한 반응에 있다”고 지적했다.
시버트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선거 결과가 이미 시장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고 분석했다.
말렉은 선거 직후 일시적인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통상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오히려 공화당이 예상과 달리 대규모 승리를 거뒀다면 시장의 반응이 더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티시스의 크리스토퍼 호지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민주당의 승리는 정치적으로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지원한 후보들의 잇따른 패배 이후 국정운영 방향을 바꾸거나 행정부 인사를 교체할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호지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의 거취가 관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 AI 관련주 이미 24% 하락…선거 이전부터 투자심리 악화
AI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은 이번 선거 이후 금융시장이 주목하는 핵심 변수로 꼽혔다.
밴티지포인트자산운용의 닉 페레스 CIO는 “민주당의 압승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는 점에서 AI와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규제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골드만삭스의 광범위한 AI 관련주 지수가 지난달 15% 하락했고, 고점 대비로는 24% 넘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AI 관련주 약세가 선거 결과가 확정되기 전부터 상당 기간 이어졌다는 의미다.
모넥스그룹의 제스퍼 콜 전문이사는 AI 산업의 투자심리가 공화당의 의회 장악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악화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에 대한 우려가 정치적 요인보다 훨씬 광범위한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타이 후이 아시아태평양 수석 시장전략가도 최근 3~4주 동안 누적된 AI 산업의 문제가 이번 선거 결과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롱보자산운용의 제이크 달러하이드 최고경영자(CEO)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AI 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기술기업 전반에 대한 규제 압력이 커질 수 있으며 AI 산업의 높은 성장률도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텍사스·조지아 데이터센터 투자 변수…주정부 결정 주목
AI 산업에서는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가 관심을 끌고 있다.
무무 호주·뉴질랜드법인의 타파스 스트리클런드 수석 시장전략가는 텍사스주에서 AI 인프라 건설 속도가 상당히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텍사스와 조지아가 미국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건설 프로젝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두 지역의 주지사직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하면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 여파가 AI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이와자산운용의 다테베 가즈노리 수석 전략가도 텍사스주에서 민주당 후보가 주지사에 당선된 점에 주목했다.
다테베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정부 차원의 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데이터센터 건설에 관한 결정은 주정부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일본 AI 관련주에 대해서는 실적이 견실하고 주가가 이미 낮아진 만큼 추가 하락폭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석은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AI 산업 전체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보다 기업의 사업구조와 지역별 규제에 따라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 트럼프 거부권 유지…부채한도 협상이 시장 변수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결정 권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타이 후이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부권이 남아있다는 점이 향후 2년 동안 민주당 의회와 행정부 사이의 주요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미국의 부채한도 협상도 중요한 변수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의료 예산 삭감이나 재생에너지 지원 제한을 되돌리려 해도 대통령의 거부권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의회와 행정부의 정치적 교착이 재정적자 확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관세, 외교정책, 기존 규제 운용 등에서는 여전히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모넥스그룹의 콜 전문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해 왔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실제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민주당이 탄핵이나 부패 조사 등을 추진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식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 재정 부양 기대 약화에 달러 하락…금리 하락은 증시 호재 가능성
민주당의 승리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주식과 채권, 외환시장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 거래시간에 AI 관련주가 하락했고 미국 국채금리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으며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급락한 뒤 낙폭을 일부 줄였다.
삭소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전략가는 민주당이 예상보다 큰 승리를 거두면서 추가 재정 부양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같은 변화가 달러화 약세와 주식시장에 대한 압박을 설명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차나나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곧바로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교착이 지속되더라도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으며, 미국 국채금리 하락은 주식 가치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정책 위험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나나는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초기 급락 이후 낙폭을 줄인 점을 들어 투자자들이 여전히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려는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도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해시키의 팀 선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치 지형의 변화가 가상자산 관련 법률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 5000달러 현금 지급 가능성 사라져…국채시장 부담 완화
이번 선거 결과가 미국 국채시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해서는 대규모 재정지출 가능성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호주 금융업체 배런조이의 앤드루 릴리 수석 금리전략가는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성인 1인당 5000달러(약 671만 원)를 지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실현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시장에서 이 같은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약 5%로 평가했지만 민주당의 승리로 그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릴리는 만약 대규모 현금 지급이 실제로 추진됐다면 미국 국채시장에 매우 큰 충격을 줄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규모 현금 지급은 재정지출 확대와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한 우려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 결과로 그 가능성이 줄어든 점은 국채시장에 대한 잠재적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해석됐다.
로이터가 인용한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은 민주당의 압승 자체가 미국 금융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단일 변수가 아니라는 데 대체로 초점을 맞췄다.
AI 산업의 기존 투자 부담과 데이터센터 규제, 부채한도 협상,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등 여러 요인이 향후 시장 움직임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 결과에 대한 단기적인 반응과 실제 정책 변화가 기업 실적과 경제에 미치는 중장기 영향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