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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계기로 본 美·中 관계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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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바이든-시진핑 정상회담 계기로 본 美·中 관계 현주소

미국 성조기(아래)와 중국 오성홍기.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성조기(아래)와 중국 오성홍기.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21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시험대다”

15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미국과 중국의 온라인 정상회담을 제대로 관전하려면 세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현재 어떤 상황에 와 있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에서 보자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잘 녹아있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두 나라의 관계는 한두가지로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는 서로 최대 교역국이면서도 군사적으로는 서로 최대의 적이다. 누구보다 가까우면서도 누구보다 먼 관계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두 나라가 주로 어떤 분야에서 부딪치고 있는지를, 따라서 양국의 온라인 정상회담이 기본적으로 어디에 초점을 둘 수 밖에 없는지를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양국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명해봤다.

◇태평양을 둘러싼 패권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줄곧 세계 최강의 해군력과 공군력을 동원해 태평양 지역에 대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문제는 미국의 2인자로 머물 생각이 없는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

NYT에 따르면 중국이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군사적 존재감을 확대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진 결과 중국과 인도, 호주, 일본 등 주변국들 사이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이유도 장기적으로는 태평양 지역에 대한 중국의 패권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남중국해에서 양국간 우발적 군사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항상 상존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대만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은 필연적이다. 중국이 ‘일국가 원칙’을 고수하면서 태평양 진출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대만에 대한 도발적 행보를 그치지 않고 있고 대만은 자주독립 국가임을 주장하면서 중국에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만을 태평양 지역 패권 전략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마지막 보루로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서다.

중국을 자극할 우려 때문에 미국 행정부가 대만에 대한 명시적인 지원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사실상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대만이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통상 마찰


양국간 통상 마찰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시절 가장 격화됐지만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양국의 경제적 이해가 근본적으로 대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마찰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언제 어디서든 통상 마찰이 재연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예상이 지배적인 이유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통상정책을 내부적으로 조율하는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그동안 잠잠했으나 양국의 온라인 정상회담을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양국의 통상 마찰 문제는 재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체결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 문제와 미국이 중국에 대해 고율 관세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문제, 이에 맞서 중국도 보복 무역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 이번 회담 결과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기술을 둘러싼 패권


현재 중국에서는 애플, 테슬라, 퀄컴, 인텔 등 미국의 내로라 하는 대기업들이 활동 중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세계의 공장 중국을 이들이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미국 정부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중국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을 통해,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국의 최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문제와 아울러 미국의 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염려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1월 미국 상무부가 미국 기업과 중국 기업간 국방을 위협하는 기술과 관련된 사업 활동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미국의 대중국 기술 패권 견제 행보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은 향후 기술 패권 경쟁의 향배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될 전망이다.

◇인권 침해 논란


중국은 오래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로부터 인권 침해 국가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중국 공산당 정부는 인권 침해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자주국가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맞서왔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시진핑과 바이든간 정상회담에서 대표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특히 중국이 홍콩의 민주화 노력을 탄압하면서 국가보안법까지 제정한 것에 대해 이미 경고장을 날려온 트럼프 행정부가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없던 것으로 하겠다면서 강력 반발한 기조를 바이든 행정부가 이어받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울러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5개 중국 기업에 대해 미국 기업의 수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글로벌 패권


중국의 세계 패권을 향한 야망은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고 미국은 이를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두 대국의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대립은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게 NYT의 분석이다.

NYT에 따르면 중국은 특히 미국의 지배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이 노출시키고 있는 허점을 파고드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의 진앙지로 세계적인 비판을 받았음에도 강력한 공산주의식 방역 조치로 코로나19 사태에서 일찌감치 벗어난데 비해 미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코로나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서도 백신 접종을 둘러싼 국민 여론 분열로 접종율이 정체상태에 있는 문제, 미군을 주둔시키면서 20년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패배해 쫓기듯이 아프간전에서 손을 뗀 사실은 미국의 패권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자 중국이 글로벌 패권 확보에 적극 나서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서방사회 중심으로 운영돼왔던 세계보건기구(WHO)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탈퇴를 통보했을 정도로 WHO 중국의 영향력 아래 두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중국판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아이사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출범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에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5개국을 더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이 체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불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출범을 주도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