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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 빈살만, 친환경ㆍ오일 달러 앞세운 투자외교 탄력 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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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사우디 빈살만, 친환경ㆍ오일 달러 앞세운 투자외교 탄력 받나?

중동 탄소 배출 감축 '중동 녹색 이니셔티브'에 25억 달러 기부
파키스탄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한국 등 대상 전방위 투자 논의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이미지 확대보기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10년 만에 재정 적자를 흑자로 전환했다. 유가 상승 덕분이다. 유가가 기대 이상으로 올라 수익이 커졌다.

올해 사우디는 석유 수출로 1월부터 9월까지 총 1303억 달러 순이익을 달성했다. 사우디 외환보유고는 2022년 1월 4157억 달러에서 2022년 9월 4445억 달러로 증가했다.
빈 살만은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이 석유 부문에서 총 46%를 차지하고 향후 석유를 활용한 에너지ㆍ화학 산업이 탄탄한 것임을 고려, 2023년부터 2027년까지 글로벌 유가 변동을 감안하더라도 1일 1200만 배럴에서 1300만 배럴까지 생산 시설을 추가로 확대하는 투자도 고려 중이다.

올해 석유 수익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국내외에 미래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빈 살만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동 위기 초래라는 환경단체의 비난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제안한 중동 녹색 이니셔티브에 25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선언했다. 총기금 104억 달러의 15%를 부담하는 것이다.

중동 녹색 이니셔티브는 2050년까지 중동의 탄소배출을 60% 감축하는 것으로 나무 심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비석유 경제 촉진, 외국인 투자 확대 등을 위한 사업을 전개한다.

또한, 빈 살만은 자금 여유가 생기자 오일 달러를 앞세운 투자 외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주요 투자 대상국은 파키스탄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한국이다.

빈 살만은 11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여기서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신수도 건설에 대한 사우디 국부펀드 투자를 논의할 것이다.
이에 앞서 11월14일 발리로 가는 길에 인도를 방문한다. 사우디는 인도의 네 번째 교역국이다. 인도가 소비하는 원유 18%, 가스 22%를 사우디에서 수출한다. 2021년 두 나라의 무역액은 427억 달러였다. 인도가 340억 달러, 사우디가 87억 달러를 거래했다. 코로나 기간에도 양국의 교역은 큰 변동 없이 꾸준히 지속되었다. 이번 방문에서 빈 살만은 인도에 장기적으로 10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다. 2030년 10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인도의 GDP 규모, 놀라운 성장을 전제로 하는 투자이다.

인도만 방문할 경우 앙숙관계인 파키스탄과 소원할 수 있다고 본 빈 살만은 시차를 두고 11월21일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홍수로 국난을 겪은 나라에 42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빈 살만은 2019년에 이 나라에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데 11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데 이은 것이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형제국이자 사우디에는 우방이다.

빈 살만은 G20 정상회의 직후 2030엑스포의 경쟁국인 한국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네옴시티에 대한 한국의 투자 기회를 약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빈 살만의 최대 외교 관심사는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이다. 12월 둘째 주가 될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의 방문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이목을 끌 빅 이벤트가 될 것이다. 석유와 무기 거래, 건설 투자와 항구 확보가 논의될 전망이다.

이런 국가 차원 외교 외에 빈 살만은 미래 기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의 2대 주주가 되었다. 총 18억9000만 달러 규모다. 머스크는 440억 달러 투자로 1대 주주이다.

빈 살만이 트위터에 투자한 것은 빈 살만과 사우디에 대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방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머스크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호응 차원이다.

한편 빈 살만의 화려한 외교와 달리 국내에서는 놀라운 정치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왕을 대신해 형제와 친인척 왕족들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고 이를 제압했다는 소식이다.

빈 살만은 처음 왕세자가 되었을 당시에도 많은 이복형제와 친인척을 구금한 바 있었고, 이번에도 20여 명의 왕실 관계자를 긴급 체포했다고 한다.

모든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는 빈 살만에게 여전히 반대하는 국내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빈 살만의 권력은 투쟁 속에서 쟁취하는 과정에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