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우디는 석유 수출로 1월부터 9월까지 총 1303억 달러 순이익을 달성했다. 사우디 외환보유고는 2022년 1월 4157억 달러에서 2022년 9월 4445억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석유 수익으로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서 국내외에 미래 투자를 과감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빈 살만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변동 위기 초래라는 환경단체의 비난을 줄이기 위해 자신이 제안한 중동 녹색 이니셔티브에 25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선언했다. 총기금 104억 달러의 15%를 부담하는 것이다.
중동 녹색 이니셔티브는 2050년까지 중동의 탄소배출을 60% 감축하는 것으로 나무 심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비석유 경제 촉진, 외국인 투자 확대 등을 위한 사업을 전개한다.
또한, 빈 살만은 자금 여유가 생기자 오일 달러를 앞세운 투자 외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주요 투자 대상국은 파키스탄ㆍ인도ㆍ인도네시아ㆍ한국이다.
빈 살만은 11월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여기서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만나 신수도 건설에 대한 사우디 국부펀드 투자를 논의할 것이다.
인도만 방문할 경우 앙숙관계인 파키스탄과 소원할 수 있다고 본 빈 살만은 시차를 두고 11월21일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홍수로 국난을 겪은 나라에 42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빈 살만은 2019년에 이 나라에 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데 11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데 이은 것이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형제국이자 사우디에는 우방이다.
빈 살만은 G20 정상회의 직후 2030엑스포의 경쟁국인 한국을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네옴시티에 대한 한국의 투자 기회를 약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빈 살만의 최대 외교 관심사는 시진핑의 사우디 방문이다. 12월 둘째 주가 될 것으로 알려진 시진핑의 방문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의 이목을 끌 빅 이벤트가 될 것이다. 석유와 무기 거래, 건설 투자와 항구 확보가 논의될 전망이다.
이런 국가 차원 외교 외에 빈 살만은 미래 기업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머스크가 인수한 트위터의 2대 주주가 되었다. 총 18억9000만 달러 규모다. 머스크는 440억 달러 투자로 1대 주주이다.
빈 살만이 트위터에 투자한 것은 빈 살만과 사우디에 대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서방의 비난을 조금이라도 피하고 머스크의 사업 아이템에 대한 호응 차원이다.
한편 빈 살만의 화려한 외교와 달리 국내에서는 놀라운 정치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부왕을 대신해 형제와 친인척 왕족들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고 이를 제압했다는 소식이다.
빈 살만은 처음 왕세자가 되었을 당시에도 많은 이복형제와 친인척을 구금한 바 있었고, 이번에도 20여 명의 왕실 관계자를 긴급 체포했다고 한다.
모든 권력을 장악한 것으로 보이는 빈 살만에게 여전히 반대하는 국내 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빈 살만의 권력은 투쟁 속에서 쟁취하는 과정에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