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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보험사, 新회계제도 7년 만에 ‘안착’…韓·中 ‘시행착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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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보험사, 新회계제도 7년 만에 ‘안착’…韓·中 ‘시행착오’ 중

2016년 솔벤시Ⅱ 첫 도입 이후, 모든 보험사 요구조건 충족 완료
한국·중국, 올해 회계 변경 첫해…‘건전성 하락·실적 착시’ 지속

보험사들이 변경된 회계제도에 따라 기준요건을 충족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이미지 확대보기
보험사들이 변경된 회계제도에 따라 기준요건을 충족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새 회계기준을 먼저 도입한 독일 보험사들이 7년간의 진통 속에 당국이 정한 요구자본을 충족시켰다. 반면 우리나라와 중국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보험사들은 일 년 내내 ‘실적 부풀리기’ 의혹에 시달렸고, 중국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건전성이 급락했다. 특히 독일이 ‘솔벤시Ⅱ(SolvencyⅡ)’ 안착까지 10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벤치마킹한 우리나라도 연착륙까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22일 보험연구원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독일 생명보험사들은 작년 2분기 솔벤시Ⅱ 도입 이래 최초로 모든 보험회사가 경과 조치 없이 감독 당국의 요구자본을 충족시켰다. 회계 변경 과정에서 기준을 못 맞추는 보험사를 위해 실시한 ‘경과 조치’도 필요 없게 됐다.
독일에서는 지난 2001년 처음 논의됐다. 이후 다양한 쟁점과 논의를 거쳐 2016년 처음 시행했다. 우리나라가 올해 도입한 IFRS17과 킥스도 솔벤시Ⅱ를 벤치마킹했다. 핵심은 보험사의 보유자산을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 재무적 위험 요인을 위험 수준에 따른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자체적으로 평가토록 하는 제도다.

변화한 제도에 따라 유럽 보험사들은 보유 주식에 대한 위험 부담금을 최대 40%까지 마련해야 했다. 지난 2017년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법인인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을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에 매각한 것도 솔벤시Ⅱ로 인한 자본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고금리 보험계약을 많이 보유한 알리안츠생명을 계속 자회사로 둘 경우 부채 시가평가로 인해 그룹 전체의 건전성에 부담이었다.

다만 유럽 보험사들은 지속적인 저금리와 솔벤시Ⅱ 도입에 대비해 보장금리를 축소하고 시장금리 연동 상품을 늘리는 등 상품 구조를 변경하고 원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회계 변경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독일 금융 당국도 보완작업을 거치면서 현재는 안정적으로 제도가 안착한 상황이다.

반면 솔벤시Ⅱ를 벤치마킹한 우리나라 IFRS17과 지급능력비율(K-ICS·킥스)은 올해 내내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당장 1분기 실적이 발표되자 보험업계에는 실적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다. 달라진 기준을 적용하면 보험사 실적이 재평가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요 보험사들이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IFRS17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3분기부터 적용했지만, 실적과 관련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험사가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 발생한 보험금 차이인 ‘예실차’를 활용해 일부 보험사에서 순이익이 좋아 보이는 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지나친 보수적 가정으로 예실차에 문제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밖에 중국도 회계제도 변경 이후 보험사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했다. 중국에서는 작년 1분기부터 ‘2세대 지급여력 제도’가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오는 2025년부터는 전면 시행으로 확대된다. 투자 부동산을 시장가격 대신 취득원가로 반영하고, 예상이익잉여금을 잔여 만기에 따라 구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해 1분기 말 중국 보험사의 종합지급여력비율(190.3%)과 핵심지급여력비율(125.7%)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9%p, 24.3%p 급락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dtjrrud8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