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손 부담에 CET1 비율 하락 우려
주주환원 목표 달성 위해… 위험도 높은 기업대출 문턱 높여
주주환원 목표 달성 위해… 위험도 높은 기업대출 문턱 높여

이에 은행들은 가계대출보다 규모가 크고 비교적 위험성이 높은 기업대출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고점을 크게 높인 원·달러 환율이 은행권 CET1 비율 방어에 부담이 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 CET1 비율은 KB금융 13.85%, 하나금융 13.17%, 신한금융 13.13%, 우리금융 12.00% 등이다. 지주들은 이 비율 성적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규모를 결정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효과와 탄핵정국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CET1 비율 상향에 제약이 생겼다.
원·달러 환율을 살펴보면 4분기 말일인 12월 31일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72.5원으로 마감해 9월 말일(1307.8원)보다 약 164.7원 급등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는 경우 4대 지주의 CET1 비율은 0.01~0.03%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계산되므로, 이 기간 CET1 비율은 0.17~0.49%P 규모로 떨어질 수 있다.
CET1 비율이 하락하게 되면 은행권의 주주환원 계획 이행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당초 주요 지주들은 이 비율 13% 이상 달성을 발판 삼아 주주환원 폭을 넓히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KB금융지주는 CET1 비율 13% 초과 자본을 올해 1차 주주환원 몫으로 사용할 것으로, 하나·신한금융지주도 내후년인 2027년까지 최대 50%의 총주주환원율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13%에 달성 못 한 우리금융지주는 CET1 비율부터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외화자산이 비교적 많아 환율에 긴밀히 반응하는데, CET1 비율이 13%를 겨우 넘은 상황에서 고환율 ‘매’를 맞은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CET1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히 연체율이 높은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대출 동향을 면밀히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대출은 이 시기와 맞물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의 ‘2024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전체의 기업대출은 11조5000억 원 줄어들어 전월 대비, 분기 기준 모두 감소 전환했다. 기업대출이 4분기 감소전환 한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며, 12월 감소 폭도 8년 만에 가장 크다.
지난해 말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은행권이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며 기업대출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 한은 분석이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일부 은행은 자본비율 관리를 위해 위험 가중치가 높은 기업대출을 타이트 하게 운영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중기 대출(-7조1000억 원이)이 대기업대출(-4조3000억 원)보다 많이 감소했다. 중기에 나가는 대출이 비교적으로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을 조이는 수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대출태도지수는 대기업과 중기 모두 –3으로 마이너스(감소 추이)를 기록했다.
다만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은 자금 조달이 시급한 기업뿐 아니라 은행에도 주 수입원 중 하나”라며 “건전성 관리 기조를 강화해 공급에 차질 없도록 조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