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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갈수록 꼬여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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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 “갈수록 꼬여가네”

SK증권,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 상승 보고서 내놓아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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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대성 기자]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이 갈수록 꼬여만가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은 지난해 11월 2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간 합병을 결의했지만 6개월여 지나도록 합병 절차는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기일을 당초 4월 1일에서 '미정'으로 정정했다고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심사 일정이 늦춰지면서 당초 기대했던 합병기일을 맞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를 작성 중이나 자료 보정 등으로 일정이 자꾸만 늦춰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에 인수·합병 인허가를 신청한 바 있다.

기업결합 심사는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라 최장 120일이 보장되지만 자료보정 기간을 제외하기 때문에 기한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정부 심사 기간이 늘어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과 경쟁 관계에 있는 KTLG유플러스는 “통신 산업 생태계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인만큼 정부가 꼼꼼하게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KT는 해외 M&A사례를 인용하면서 통신사 간의 인수합병으로 인해 소비자의 이동통신요금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며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논리를 펴고 있다.

KT는 “2012년 오스트리아 이동통신시장 4위 사업자 H3G가 3위 사업자 오렌지 오스트리아(Orange Austria)를 인수 합병했다”면서 “EU 반독점 당국은 사업자 수가 3개로 줄어드는 것에 따른 경쟁 약화와 요금 인상을 우려했지만 조건부 합병인가를 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후 조건부 합병의 결과는 오스트리아 가계통신비 부담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게 KT의 주장이다.

KT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이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우려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장기적으로 시장 집중화에 따른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인가제와 요금상한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 수단이 존재하는 한국과 사업자가 요금을 자유롭게 인상할 수 있는 해외 주요국가와의 직접 비교는 어불성설”이라고 맞섰다.

SK텔레콤은 “한국은 해외와 달리 유료방송 요금에 대해 정부의 직접적인 승인 절차를 거치고 있어 사업자의 인위적 요금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SK텔레콤과 KT가 시장지배력 강화로 인한 통신요금 인상 가능성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SK그룹 계열사인 SK증권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으로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ARPU)이 상승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합병 효과에 대한 논란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SK증권은 ‘무엇이 좋아지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CJ헬로비전에 대해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M&A가 성사되면 유료방송 시장 경쟁이 완화되고 ARPU가 상승하고, 결합상품 판매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업자 입장에서 ARPU가 오른다는 것은 사업자에게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의미이며 소비자 입장에서 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SK증권은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합병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KT그룹(KT+KT스카이라이프)을 바짝 추격하면 사업자 간 경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SK증권의 보고서는 가뜩이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으로 통신요금이 인상될까 조바심하는 관련부처의 불편한 심기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합병을 곧바로 인가할 경우 자칫하면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말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23억원이며 1년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5176억원 상당이다.

SK텔레콤이 지난해 말 갖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689억원이며 유동자산은 5조1602억원에 달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갖고 있는 유동자산으로 CJ헬로비전을 사들일 여유는 충분하지만 주위 여건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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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기자 kim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