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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배우식, 세속의 모든 때와 세상의 짐을 싣고 떠나가는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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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배우식, 세속의 모든 때와 세상의 짐을 싣고 떠나가는 낙타

[나의 신작연대기(26)] 배우식의 시집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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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식 시집 '낙타'(2023)
낙타를 앞세우고 거친 황야를 건너왔다/ 방울 소리가 들리는 곳에 오아시스가 있었다/ 야자나무가 우산처럼 펼쳐진 곳/ 가벼운 모래바람이 열풍을 몰고 왔다/ 푸른 초원의 꿈이 신기루로 피어오르고/ 그가 곧 빨간 딸기와 산토끼와 호박과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사막에 어둠이 오고 별이 떨어지는 밤/ 별을 헤아리며/ 코뿔소와 하마의 힘을 빌려/ 고향의 꽃과 나무와 어머니의 이름을 불렀다

배우식(裵佑植, Bae Woo Sik)은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래 시집, 시조집, 문학평론집을 내면서 많은 팬들을 확보하는 인기 시인이 되었다. 그의 시 ‘북어’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으며 올해 시조집 ‘낙타’ 발간과 대학에서 시학 강의와 시 아카데미를 통한 대중 친화적 행보는 커다란 인상을 남겼고 올해의 ‘최우수예술가’가 되었다.

시인은 '시문학'지에 시로 등단(신인상, 2003)한 뒤,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2009)되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문학석사 학위, 중앙대 대학원 문창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우수문학도서 선정), 현대시조 100인선 '연꽃우체통', '이렇게 환한 날에', '낙타', 문학평론집 '한국 대표시집 50권' 등이 있다.

시인은 “나와/사물이/얽히고설킨다./내가/사물을 넘고/사물이 나를/넘는다”라고 '낙타'의 화두를 넘어간다. 시집 '낙타'는 4부로 구성돼 있다. 화두가 된 시 ‘낙타’는 [나는 늘 무릎 꿇고/ 당신을 기다리네/ 무거운 슬픔까지/ 싣고 가서 버려주고/ 길 잃어/ 밤새 헤맬 때도/그 길 찾아주겠네]로 몸체를 갖추고 있다. 늘 듬직한 고민을 가져가는 이는 절대적 믿음의 절대자이거나 가족이리라.
강의 통한 대중 친화적 행보

시선문학대상•최우수예술가상

많은 팬들 확보한 인기 시인

배우식은 문예진흥기금 문학창작지원 대상자(2004), 서울문화재단 지원 대상자(2013), 아르코문학창작기금지원 대상자(2019)로 선정될 정도로 존중받는 시인이 되었다. 그는 또한 제7회 수주문학상, 제1회 중앙대문학상, 제6회 조운문학상, 2023년 시선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계간 '정형시학'을 창간하여 주간을 맡았으며, '시와세계' 편집인과 '중앙대문학' 주간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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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식 시조집 '이렇게 환한 날에'(2021)


배우식은 (사)열린시조학회 회장, 문학아카데미시인회 회장, '시와세계' 회장, 시학회 회장 등을 맡아서 문학 봉사활동을 했다. 그의 업적 가운데 하나인 시 '북어'가 2011년부터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2019년부터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시인이 되었다. 배우식은 중앙대에 출강하여 ‘시 창작법’을 강의하고 '중앙대문학'의 편집을 맡으면서 문학에 몰두했다.

시인은 2021년 시조집 '이렇게 환한 날에'를 발간했으며, 이 시조집으로 제6회 ‘조운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아카데미시인회’ 회장으로서 의제헌 김명배문학상 심사위원장과 고문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2022년에는 2021년 활동을 이어받으면서도 계간 '시와세계' 편집인과 ‘시와시학회’ 회장을 맡아서 활동했다. 2023년에는 ‘2023년 시선문학상 대상’ 수상작 시조집 '낙타'를 발간했다.

시인은 2023년에만 시와 시조 작품 약 30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창작열을 보였다. 계간 '시와세계' 편집인, 계간 '시선' 편집위원, '중앙대문학' 주간으로서 시와 시조의 내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아울러 '월간에세이'에 매월 산문을 발표하고 있다. 배 시인은 후배 사랑으로써 중앙대에 출강하여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배우식 시집 '연꽃우체통'(2016)이미지 확대보기
배우식 시집 '연꽃우체통'(2016)


시인은 '낙타'(시선사, 2023)에 제1부 19수, 제2부 19수, 제3부 18수, 제4부 18수 도합 74수의 시를 탑재하고 자연과 인간, 계절과 그리움, 동경과 기도의 심경을 간결 명료하게 담아낸다. 시집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고요아침, 2005),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천년의 시작, 2014), 현대시조 100인 선집 '연꽃우체통'(고요아침, 2016), '이렇게 환한 날에'(2021, 고요아침)의 확장이다.

거친 사막의 승자 낙타 화두

AI시대 아날로그 감성 발산

시인의 언어 조형술 매력적

시집 '낙타'는 꽃·들꽃·나무(21편), 곤충·동물·자연(23편), 계절·세월·색채(14편), 인간·사랑·희로애락(16편)을 시제의 대상으로 삼는다.

⓵ 대상이 된 꽃, 들꽃, 나무(21편): 목련, 백모란, 죽순, 해바라기, 얼음새꽃, 가시투구꽃, 라일락여자1, 라일락여자2, 달맞이꽃의 시, 파꽃은 피고 지고, 돌에서도 꽃이 핀다, 빈 배, 이팝나무, 단풍나무, 자작나무, 덩굴장미, 새와 참나무, 오래된 느티나무, 숲속의 웃음 합창단, 펄럭이며, 펜촉은 창문이다

⓶ 대상이 된 곤충, 동물, 자연(23편): 귀뚜라미, 나는 나비, 나비춤, 진주조개, 낙타, 하마, 수탉, 펭귄어머니, 별빛 날개, 나는 새똥이다, 파랑새, 상상의 붓질, 섬, 바람, 연화강, 자갈들, 모래시계, 달빛 연못, 화엄의 산, 바닷가 피아노, 이제 모래섬은 모래섬이 아니다, 천 개의 손을 가진 바람, 마력
배우식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2006)이미지 확대보기
배우식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2006)


⓷ 대상이 된 계절, 세월, 색채(14편)는 경첩, 11월, 환하다 가을, 눈사람, 아득히 먼, 노인, 금빛 갈기, 노란 발자국, 또다시 겨울 산에서, 낙엽, 엄마의 봄날은 온다, 가을엽서,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서, 진보랏빛에 이른다.

⓸ 대상이 된 인간, 사랑, 희로애락(16편)은 함께, 어머니를 조각하다, 왈칵, 전기스탠드, 눈이 오신다, 취한 나는, 우리들의 성자님, 그 여자의 건반, 사랑, 요놈 보소, 등불, 성냥, 디지털 대문, 후회, 사랑은, 순백자다.

시문학 봉사활동 등 열정

올해 시•시조 30여편 발표

왕성한 창작열 오롯이 담아

배우식의 시집 '낙타'는 세속의 모든 때와 세상의 모든 짐을 낙타가 싣고 떠나가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을 상징한다. 세상이란 사막은 데스밸리가 되기도 하고, 라스베이거스가 되기도 한다.
배우식 시인 겸 문학평론가이미지 확대보기
배우식 시인 겸 문학평론가


시인 배우식은 거친 사막의 승자 낙타를 화두로 띄우면서 인공지능(AI) 시대에 아날로그적 감성을 발산한다. '낙타'는 인공광을 배제한 창작 열정과 향토적 감성으로 엮은 시인의 언어 조형술을 보여준 의미 있는 시집이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