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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 위기 현실화 조짐…1970년대 '오일쇼크' 만큼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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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에너지 위기 현실화 조짐…1970년대 '오일쇼크' 만큼 심각

복합 에너지 위기 가능성

기름값 인상 하루 전인 지난 6일(현지 시간)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케손시티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름값 인상 하루 전인 지난 6일(현지 시간)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케손시티의 한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계기로 폭등한 국제 유가로 인해 지난 1970년대 당시보다 심각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미국 언론은 국제 유가가 당분간 하락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이날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0.31% 하락한 배럴당 11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장중 122달러에 근접한 후 0.2% 떨어진 119.5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120.99달러까지 올랐고, 이는 지난 3월 초 이후 최고치이다. 미국에서 휘발윳값은 갤런당 5달러에 육박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최근 독일 주간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우리 석유 대란과 가스 대란, 전력 대란을 한꺼번에 겪고 있고, 이번 위기는 1970∼1980년대 오일쇼크 때보다 더 크고, 아마 더 오래 갈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가파른 성장으로 원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상황에서 4차 중동전쟁, 이란 혁명,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발발로 원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다. 당시 세계 각국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졌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연말까지 90%가량 줄이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나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처를 해제하면서 글로벌 원유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원유 시장 분석 기관인 케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선임 분석관은 CNN에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은 공급 부족에 따른 것이어서 경기 침체기에 돌입해도 휘발윳값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EA는 러시아가 4월에만 하루 100만 배럴 가까이 감산했고, 올 하반기에는 감산 규모가 하루 3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OPEC+가 7월과 8월 하루 64만8000배럴 증산하기로 했으나 실제 증산 능력이 있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뿐이다. EA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14%를 차지한 수출 대국이다.

미국 동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재고가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오는 여름 성수기 전에 휘발유 배급제가 시행될 수도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유럽에서도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올 겨울에 가스 배급제가 시행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