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일본, 한국의 반도체·IT분야에 직접투자 늘린다

공유
0

[초점] 일본, 한국의 반도체·IT분야에 직접투자 늘린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반도체와 IT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반도체와 IT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최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는 자유 진영의 핵심축으로서 긴밀한 협력을 재개하고 있다. 이런 회복은 미·중 갈등이 계속되는 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일본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총 312억 달러였고, 반면 일본이 해외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총 1224억 달러였다. 즉, 일본이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일본에 유입된 FDI 금액의 4배에 달했다.
일본의 FDI 순유출은 2020년 1079억 달러, 2021년 1084억 달러, 2022년 1224억 달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해외로 진출하여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 직접투자는 2018년과 2020년에는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를 앞질렀다. 2020년 한국의 대일 직접투자액은 15억6000만 달러로 일본의 직접 투자에 거의 3배에 달했다. 한·일 관계 악화로 투자가 급격히 줄어든 때문이다.

그간 일본의 해외 FDI가 계속 늘어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줄어든 추세가 한·일 관계 회복으로 어느 정도 회복될지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용인에 반도체 단지를 건설하면서 일본 반도체 장비 업체와 소재 업체들이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한·일 관계 개선이 진행되면서 향후 일본이 한국에 얼마나 투자를 늘려갈지가 회복을 판단하는 데 또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의 변화


제트로(Jetro)에 따르면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는 국교 회복 이후 총 5회의 큰 변화가 있었다. 첫 번째는 1973년 전후다. 일본 인건비 상승과 노동력 부족으로 노동집약형 제조기업의 한국 진출이 잇따랐다. 두 번째는 1980년대 후반으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를 계기로 제조업의 한국 진출과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따른 호텔 진출이다. 세 번째는 1997년 아시아 통화 위기 이후 한국 기업의 지분 취득이 있었다. 네 번째는 2000년대 중반 액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국에 제조·판매 거점 구축이 있었다. 다섯 번째는 2010년대 초반 반도체, 디스플레이, 차량용 전지 등 폭넓은 분야의 제조·판매 거점을 한국에 구축하는 흐름이 있었다.

일본의 대한국 직접투자는 2012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2년에 최고의 38억4847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2016년까지 매년 감소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10억 달러 전후를 기록했다. 2020년은 2003년(4억6531만 달러) 이후 최저인 5억9861만 달러를 기록해 투자는 한층 더 식었다. 이후 2021년부터는 회복했으며, 2022년은 11억2337만 달러로, 3년 만에 다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2년에 35.8%를 기록한 일본으로부터의 직접투자액 비율은 이후 계속 떨어져 2015년 이후는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해외로부터의 직접투자에서 일본의 위상이 그만큼 떨어진 셈이다. 한·일 산업 협력이 구조적으로 달라진 탓이다.

특히,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는 금융·보험에서 2019년 4억823만 달러, 2020년 1억4343만 달러가 일회성, 대형 투자로 이를 제외할 경우 직접투자는 더 줄어든다. 2019년 7억8342만 달러로 2009년 이래의 8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에는 1998년(4억3152만 달러) 이후 최저인 4억5518만 달러로 떨어졌다.

이 시기에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가 크게 부진했던 이유는 역사 문제였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결정했다. 수출 규제를 실시한 탓에 전반적으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었다. 일본의 기업들도 한국에 투자하는 것을 꺼렸다. 또한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전개되며 일본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한국 시장 진출을 주저했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한국에서 철수했다.

또한, 코로나 유행으로 국경 간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일본에서 한국 직접투자를 자연스럽게 주저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에서 한국 기업들의 투자 매력이 일본 기업에서 감소했다.

2021년과 2022년 이후 일본의 대한국 직접투자는 일부 회복됐다. 특히 2022년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3년 만에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FDI 회복은 앞서 언급한 요인 중 일부가 해소된 데 기인한다.

특히, 코로나 진정과 한·일 관계 개선 조짐이 직접투자 회복에 작용했다.

◇산업별 일본의 대한 직접투자


2019년 이후 산업별 직접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제조업은 2019년 이후 연간 5억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2020년은 1억5700만 달러로 1997년(1억2231만 달러) 이후 최저치였다. 2022년에는 4억4955만 달러로 회복되었지만 2018년(4억6827만 달러)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회복력도 느렸다.

제조업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을 제외하고 화학공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서비스업은 금융과 보험이 2019년과 2020년에 비중이 컸던 반면, 다른 산업은 대체로 부진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도소매업, 정보통신 등이 비교적 많았다.

일본 제조업체의 한국 투자 사례를 요약하자면, 화학업체의 사례가 많다. 이는 주로 반도체 회사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 기업의 증가하는 수요에 따른 것이었다. 일본의 소재와 부품, 장비가 반도체 분야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기에 이 분야에 대한 수요가 큰 것이 작용했다.

즉, 고객사인 한국 회사 근처에 관련 부품 및 소재를 생산하기 위해 한국에 새로운 생산기지를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반도체 회사 외에도 자동차 배터리 회사의 분리막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EV) 시장 확대와 차량용 배터리 업체들의 생산 확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2023년에는 한국에 반도체 관련 및 기타 분야를 위한 새로운 연구개발(R&D) 기지를 설립할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고객사와 가까운 곳에 R&D 거점을 구축해 고객사 니즈를 파악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공동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비제조업 직접투자는 게임 및 IT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투자 형태는 지사나 현지 자회사 설립 및 기존 기반 확장, 기술력이 높은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였다.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것이다.

또한, 한국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도 있었다.

B2C의 사례는 많지 않았다. 2019년 이후 이 분야에서 한국에 대한 새로운 진출은 거의 없었다. 한·일 관계 냉각과 코로나 재해가 작용한 측면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다.

◇향후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 전망


한·일 관계 개선으로 양국의 기업 사이에 긍정적 관계가 다시 일정하게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 투자하는 기업은 없다. 투자한 이후 이익이 남아야 투자를 한다.

B2B와 관련, 특히 제조업에서 일본 기업의 한국 직접투자는 한국 기업에 대한 판매를 목표로 하는 R&D, 생산·판매 기반 구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의 향후 추세는 한국 기업이 생산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기업의 최대 고객인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은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유인하는 데 충분한 자극이 된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는 향후 천문학적인 투자를 발표했고, 한국 정부도 국내 반도체 산업의 생산 기반을 적극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이후 일본의 반도체 장비 분야 기업들의 투자 계획도 잇따라 발표되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장비기업인 도쿄일렉트론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의 연구개발 시설 인근인 화성에 있는 기술개발 기지에 클린룸을 추가할 예정이다.

일본의 또 다른 칩 장비 공급업체로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세계 5위의 기업이며, 특히 진공 시스템 시장에서는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울백(Ulvac)은 2024년에 한국에서 첫 번째 개발 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다.

식각 장비에서 세계 3위의 점유율을 가진 고쿠사이 전기와 공정 가스 시장에서 세계 1위의 점유율을 가진 히타치하이테크도 클린룸을 강화하는 등 한국 진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B2C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의 관건은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일본 기업이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일본 기업들이 ‘노 재팬’ 부활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증가 추세이던 한국 내 일본 기업은 2013년 말 2297개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9년 이후에 감소율은 가속화되지 않았지만, 점진적인 추세가 계속되어 2021년 말 1855개 기업으로 축소됐다.

한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새로 진입한 기업보다 철수한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철수한 기업들은 사업을 영위해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사업 활동이 거의 없어 명맥만 유지하다 한·일 관계 냉각 시기에 청산한 기업도 있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 사업 자체의 문제로 철수하기보다는 일본 본사의 경영전략 검토를 통해 한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투자 효율성’과 ‘자본 효율성’이 떨어져 철수한 것이었다.

한국의 산업 발달로 더 이상 한국에서 경쟁해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판단해 한국에서 철수해 동남아 등으로 이동한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향후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투자 분위기는 점차 개선되겠지만 양국 기업 사이에 서로 이익이 되는 분야, 특히 반도체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있을 것이고, 서로에게 이익보다는 경쟁이 많은 분야에는 자연스럽게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