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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좌충우돌 발언에도 기업인들 몸 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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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좌충우돌 발언에도 기업인들 몸 사리는 이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겸 X 총수.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겸 X 총수.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소셜미디어 X의 기업가치가 폭락한 것은 머스크가 자초한 결과라는 의견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X가 주요 광고주의 이탈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것은 머스크의 좌충우돌식 발언과 행보가 낳은 수많은 결과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머스크가 기업인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 못지않게 이례적인 것은 동료 기업인들의 반응이다.

머스크가 도발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는 대상에는 다른 기업인들이 포함된 경우도 적지 않았으나 이들 가운데 머스크에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경우가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총수가 보인 애매모호한 태도


2일(이하 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그 중에서도 압권은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30일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 주최로 열린 ‘딜북 서밋’에서 거침없이 쏟아낸 발언이다.

자신이 반유대주의를 대놓고 옹호하는 발언을 한 것을 문제 삼아 X의 주요 광고주인 대기업들이 X에 대한 광고 집행을 잇따라 중단하고 나선데 대해 머스크가 놀랍게도 “엿이나 먹어라”며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발언에 앞서 이날 행사에 초청된 연사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에게 사회자가 “오늘 머스크도 연사로 등장하는데 평소 머스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다이먼 CEO는 “머스크는 뛰어난 인물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놀라운 기여를 해왔다”면서도 “다만 그동안 개인적으로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을 것”이라는 애매모호한 답을 내놨다.

다이먼은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총수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머스크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기업인은 다이먼으로 그치지 않는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도 “머스크가 그동안 이뤄낸 업적을 생각하면 그를 상당히 존경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가 창업한 기업들의 평판은 그에 대한 평가와 깊게 관련돼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월트디즈니는 X에 대한 광고집행 중단을 선언한 내로라하는 대기업 가운데 한 곳이다.

다이먼 CEO와 아이거 CEO가 내놓은 반응은 머스크가 X와 손절한 주요 광고주들에게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은 것과 매우 대조적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라이벌 제프 베이조스와 마크 저커버그의 반응

머스크의 최대 라이벌로 통하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태도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베이조스는 머스크가 딜북 서밋에서 거친 언사를 토해낸 지 몇 주만에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렉스 프리드먼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머스크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즉답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머스크가 공개석상에 보인 모습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사실 머스크 개인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면서 “대중에 공개된 모습만으로 그 사람에 대해 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베이조스는 다만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를 동시에 경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점에서 머스크는 매우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격투기 문제로 머스크와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였던 마크 저커버그 메타플랫폼스 CEO도 머스크 개인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에 신중한 입장이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해 9월 온라인 매체 더버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확실히 변혁을 주도하는 기업인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그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이란 점에서 그의 앞날을 예단하기는 어려워 보이는데 아마도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좌충우돌식 발언에 대한 대중의 엇갈리는 평가를 언급하긴 했으나 개인적인 비판은 꺼리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머스크가 차린 페이스북은 X와 함께 글로벌 소셜미디어 업계의 양대산맥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일론 머스크의 공통점


머스크가 거침없는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음에도 주변의 기업인들은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는 이유는 뭘까.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상에서 행사하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과 그의 다분히 선동가적인 기질을 꼽았다.

위기관리 전문업체 데젠홀 리소스의 에릭 데젠홀 창업자는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선동꾼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면서 “트럼프가 그래왔던 것처럼 머스크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서슴지 않고 소환시켜 논란의 중심에 서도록, 비판의 대상이 되도록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본래부터 이같은 기질을 지녔는데 지난 2022년 10월 세계 최대 단문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개인회사로 인수하면서 트위터를 개인의 스피커로 활용하고 나섰고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이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됐다는 얘기다.

인수 전부터 트위터에서 세계적으로 손가락 안에 드는 팔로워를 지닌 막강한 1인 미디어였으나 트위터 인수를 계기로 머스크의 좌충우돌 행보가 더욱 거침없는 방향으로 치달았다는 것이다.

데젠홀 창업자는 “머스크 때문에 소환돼 머스크와 다툼이나 논란에 엮이는 바람에 머스크 지지자들 사이에서 놀림 대상이 되기를 바라는 기업인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햇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업체 브랜드워치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트위터의 후신인 X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은 전세계적으로 1억6400만여명의 팔로워를 둔 머스크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줄곧 1위를 차지했었으나 머스크가 오바마마저 따돌린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