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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까워진 日 금리 인상...엔화 강세 힘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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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까워진 日 금리 인상...엔화 강세 힘 받을까

연말 엔화 전망치 속속 하향..엔화 예금 투자 유의해야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지폐가 번갈아 놓여 있다.     사진=신화/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달러화와 일본 엔화 지폐가 번갈아 놓여 있다. 사진=신화/뉴시스
일본의 올해 임금인상률이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다음 주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최근 꿈틀거리고 있는 엔화 가치의 향방에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16일 “일본은행이 18~19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현재 마이너스 0.1%인 단기금리를 0~0.1% 범위로 인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앞서 15일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희)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5.28%로 합의했다고 밝히며 금리 인상 전망의 불을 지폈다. 지난해의 3.8%를 훨씬 웃도는 올해 임금인상률에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를 위해서는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돼야 한다는 시각을 견지해 왔다.

사이토 다로 NLI 연구소의 경제연구실장은 블룸버그에 “금리 인상에 있어 일본은행의 ‘마지막 장애물’이 해소됐다”라며 “일본은행이 다음 주 마이너스 금리를 폐기하고 정책 정상화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행이 가만히 있으면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엔화 가치는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엔화 환율은 이번 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대로 달러 대비 146엔대로 상승하기도 했으나 미국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인플레이션 지표 발표 이후 되밀리며 149엔 선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일본은행이 19일 실제 금리 인상에 나설지에 대해 시장이 확신하지 못하면서 엔화의 반등은 '미풍'에 그쳤다.

엔화, 제한적 반등에 무게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말 달러 대비 엔화 환율 전망치의 중간값은 140엔이다. 엔화가 지금보다 약 6% 정도 절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연말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한 올해 12월 말 엔화 환율 전망인 135엔과 비교해 크게 후퇴한 수준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해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계속 유지할 전망인 데다 무엇보다 미국 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이 엔화의 반등을 제한할 요인이다.

노무라증권, 미즈호은행 및 일본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등은 최근 몇 주 동안 엔화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노무라는 2024년 말 달러/엔 전망치를 지난 연말 예상한 135엔에서 143엔으로 수정했다.

HSBC의 FX리서치 글로벌 책임자인 폭 맥켈도 이번 주 리서치 노트에서 “위험의 균형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엔화 약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연말 달러/엔 환율의 전망치로 136엔을 제시했다.

일본은행보다 하루 뒤인 오는 19~20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 금리를 현행 5.25~5.50%에 동결하고 ‘매파적’ 스탠스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고 노동시장 또한 탄탄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저지 소재 머니코프의 유진 엡스타인 북미 지역 구조화 책임자는 "회의를 앞두고 연준이 현시점에서 비둘기파적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면서 "이것이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국내 엔화 예금 급증...투자자들 유의해야


국제 외환시장의 더딘 엔화 가치 반등세를 감안할 때 국내 시장에서 엔/원 재정 환율도 속도감 있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해 11월 100엔당 850원대까지 급락한 뒤 최근 890원대로 반등했다. 그렇지만 엔화 저평가 인식이 여전한 가운데 주요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한 달 동안 555억 엔(약 5000억 원)이 증가한 1조2129억 엔을 기록했다.

삼성선물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엔화 선물 거래의 미결제 약정도 3만2343계약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이른바 ‘엔 테크’ 열풍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선물은 보고서에서 ”단기적인 엔화 강세 가능성이 있지만 올해 엔화 강세 베팅이 큰 재미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엔화 약세를 즐기는 일본 정부, 일본은행 정책 변경 강도의 한계, 미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 하락이 제한적일 전망인데다 엔 캐리 청산 강도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 움직임으로 엔화가 반등하더라도 과거처럼 100엔당 ‘네 자릿수’의 엔/원 환율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장 변동성이 커질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선물회사는 다만 장기적인 투자 관점에서 일본 경제의 부활과 한국 경제 부진 장기화 전망에 입각한 엔/원 환율 상승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