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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에 새긴 삶의 이야기, ‘문신’ 치유와 자아 표현의 새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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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에 새긴 삶의 이야기, ‘문신’ 치유와 자아 표현의 새 물결

여성들의 문신 사랑, 42억 달러 시장 이끈다



문신, 여성들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아간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문신, 여성들의 새로운 유행으로 자리 잡아간다. 사진=로이터

문신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타투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약 42억 달러로 추산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9.1% 성장해 9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역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른 시장규모는 2021년 1조 2000억 원에서 2022년 2조 원에 달한다.

성장세 속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은 여성들의 문신에 대한 인식과 수요 변화다.

최근 악시오스(Axios)와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 문신은 여성들에게 회복력과 정체성, 기쁨의 강한 상징이 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층에서 문신 비율이 높아, 18~29세 여성의 56%가, 30~49세 여성의 53%가 최소 하나 이상의 문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문신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반항이나 일탈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문신이 이제는 자기표현과 치유의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불임이나 유산 등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은 여성들에게 문신은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자신의 신체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고통스러운 경험 후 '다시 일어남'을 기념하기 위해 불사조 깃털을 새기거나, 잃어버린 임신을 기리는 심장 모양, 입양한 자녀와 유대를 상징하는 퍼즐 조각 등을 문신으로 새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는 문신이 단순한 장식을 넘어 개인 내면과 경험을 표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학 국제포럼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문신은 여성들에게 상실을 '통합'하고 새로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특히 전통적 여성성 개념에 도전하면서도, 동시에 '잠재적으로 좋은 엄마'와 관련된 규범을 탐색하는 복잡한 과정을 반영한다.

문신 시장 성장과 함께 이 분야의 사업 구조와 경제적 측면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평균적인 문신 비용은 크기와 복잡성에 따라 약 7만 원(50달러)에서 약 70만 원(500달러) 사이로 다양하다. 큰 규모의 복잡한 디자인은 약 140만 원(1000달러)를 훌쩍 넘기도 한다. 문신 아티스트의 평균 연봉은 약 7.500만 원(55,000달러)지만, 경험과 명성에 따라 연 약 1억 4,000만 원(100,000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아티스트도 있다.

이 분야로 진출하려면, 예술적 재능과 함께 위생 관리, 고객 서비스 능력이 필수적이며, 대부분 지역에서 공식 라이선스를 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여전히 문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존재한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문신이 없는 미국인의 29%는 타인의 문신을 볼 때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한편, 문신의 대중화는 직장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 엄격히 금기시되던 직장 내 문신이 이제는 더 흔한 광경이 되고 있으며, 심지어 미 의회 의원들 사이에서도 문신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개인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반영한다.

문신의 대중화와 의미 변화는 개인의 자기표현 욕구 증가, 신체에 대한 주체성 강화, 그리고 정신 건강과 웰빙 관심 증대 등 현대 사회의 여러 트렌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미용 트렌드를 넘어 개인 정체성과 경험을 사회적으로 표현하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문신 문화는 더욱 다양화, 개인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문신의 의료적, 심리적 효과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대응도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신을 둘러싼 변화는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규범, 전통과 혁신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는 현대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