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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주 무료 거주 체험’ 제안한 獨 철강도시 인구 감소 대책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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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2주 무료 거주 체험’ 제안한 獨 철강도시 인구 감소 대책 주목

독일 동부 도시 아이젠휘텐슈타트의 한 백화점 외벽에 설치된 발터 보마카의 대형 모자이크 작품. 아이젠휘텐슈타트는 통일 35년이 지난 지금도 인구 감소 문제를 겪으며 새 거주자 유치를 위해 2주 무료 숙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DPA통신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동부 도시 아이젠휘텐슈타트의 한 백화점 외벽에 설치된 발터 보마카의 대형 모자이크 작품. 아이젠휘텐슈타트는 통일 35년이 지난 지금도 인구 감소 문제를 겪으며 새 거주자 유치를 위해 2주 무료 숙소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DPA통신
독일 동부 도시 아이젠휘텐슈타트가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주간 무료 체류 프로그램’을 시작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도시는 과거 동독의 사회주의 이상도시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급격한 인구 유출과 극우 정당 지지 확산이라는 이중 위기를 겪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이젠휘텐슈타트 시 당국이 오는 9월 6일(이하 현지시각)부터 20일까지 도시 거주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베보넨(Probewohnen)’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9일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숙소를 포함한 체류비 전액을 시가 부담하며 참여자는 시내 중심가에 마련된 가구 완비형 아파트에서 2주간 머무르게 된다.

체험단은 현지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과 만남을 갖고 지역 산책 모임이나 하이킹 행사에 참여하며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또 체험 종료 후에는 시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아이젠휘텐슈타트에 보내는 러브레터’ 작성도 요구된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시 경제개발담당관 율리아 바산은 “프로그램 발표 직후부터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며 “7월 5일까지 신청을 받는데 벌써 500건 넘게 접수됐다”고 밝혔다.

바산은 “파슈토어(아프가니스탄 공용어)로 된 신청서도 받았고 7인 가족인 미국인 지원자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독일과 유럽연합(EU) 내에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아이젠휘텐슈타트는 지난 1950년 독일민주공화국(동독)에서 처음으로 조성된 신도시로 당시에는 스탈린슈타트(Stalinstadt)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대형 국영 철강 공장을 중심으로 건설돼 최고 인구는 5만3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절반 이하인 약 2만4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프랑크 발처 시장은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 이후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며 “기업 생존과 도시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인구 유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철강 산업은 여전히 지역 경제의 중추다. 현재 이 지역 철강 공장은 다국적기업 아르셀로미탈이 운영하며 약 2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과거 국영 시절 1만1000명이 근무하던 것에 비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발처 시장은 “철강 수출은 대부분 독일 내 또는 동유럽으로 이뤄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철강 관세 정책에 따른 직접적 타격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모기업 차원에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젠휘텐슈타트는 최근 수년간 도시 재정비 사업을 추진하며 중앙의 고전주의 양식 건물들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했고 일부 주거 단지는 철거했다. 그럼에도 노년층 사이에서 도시 쇠락에 대한 불안이 퍼지면서 지난 2월 지방 선거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 40%의 지지를 얻었다.

이같은 정치적 분위기가 외부 인재 유입을 막는다는 우려도 있다. 베를린 훔볼트대 통합이민연구소의 다니엘 쿠비아크 연구원은 “동독 도시들은 종종 이미지가 실상보다 훨씬 나쁘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세대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5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시절 난민 수용 확대 정책 이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 출신인 19세 청년 샤킵이 정착해 현재는 응급구조사 교육을 받고 있다. 그는 “일자리도 많고 치안도 좋은데 여전히 인종차별이 심하다”며 “젊은층에게서도 그런 태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반면 도시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초등학교 교사 조제핀 겔러(30)는 “베를린과 포츠담에서 공부했지만 결국 이 도시로 돌아왔다”며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이고,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어 삶의 질이 높다”고 말했다. 간호교육 강사 사라 쿤케(27)는 “도시에는 많지 않지만 역사적 건축물과 자연환경을 보러 외부에서 오는 방문객도 꽤 있다”며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프로그램 참가 신청은 다음달 초까지며 체험은 오는 9월 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다. 시는 이번 사업을 75주년 기념 도시 홍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기획했으며 효과가 검증되면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