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트럼프 관세, 경기 양극화 부추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확대 조치가 미국 경제에 엇갈린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대형 은행과 빅테크 기업들은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에 소비 관련 기업들은 경기 둔화와 비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플랫폼스, 애플 등 미국의 주요 IT 대기업들과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대형 은행들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일반 소비재와 내구재 기업들은 실적 부진에 빠지고 있다고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미국 경제가 겉보기에는 활황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 실적과 고용 지표에서 분명한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 상위 10개 종목이 이익 독식…S&P500 수익 양극화 심화
소시에테제네랄의 앤드루 라포른 글로벌 퀀트리서치 본부장은 “매출이 늘어난 기업들조차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이는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아직 전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S&P500 기업 중 상위 10개 종목이 전체 순이익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기술주와 금융주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12.8%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MS는 분기 순이익이 25% 증가했고 메타는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 고용·GDP 둔화…“관세 충격, 일부 업종 직격탄”
그러나 미국 경제의 하방 압력도 뚜렷하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5월부터 7월까지의 신규 일자리가 10만6000개 증가했다고 지난 1일 발표했다. 이는 이전 3개월간의 38만개 증가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FT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 1.1%로, 지난해 하반기 2.9%보다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경기 둔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라이언 그라빈스키 스트래터가스증권 전략가는 “자동차, 항공, 냉장고·세탁기 등 내구재 제조업체들이 관세의 직접 영향을 받아 올해 순이익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캐나다, 스위스, 인도 등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지난 1일 부과하면서 미국의 실질 관세율을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포드는 2분기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발표했으며 트럼프 관세로만 약 8억 달러(약 108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 “AI 투자로 경제 회복 기대…그러나 정책적 뒷받침 약화”
데이비드 스텁스 알파코어 수석 투자전략가는 “대형 기술 기업들은 인공지능 관련 자본 지출 확대에 대한 기대 덕분에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이민 확대나 재정 지출 증가 같은 기존의 경제 성장 동력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팩트셋의 존 버터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익 전망을 하회한 기업들은 발표 전후 나흘간 평균 5.6%의 주가 하락을 겪었으며 이는 과거 5년 평균치인 2.4%의 두 배를 넘는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