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안전한 중산층에서 압박받는 중산층으로 전락"

◇ 중산층 소비심리 6개월 만에 급반전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에 따르면 6월과 7월 상승세를 보였던 소비자심리가 8월 거의 6% 하락했다. 특히 연소득 5만 3000달러(약 7100만원)에서 16만 1000달러(약 2억 1600만원) 사이 중산층 가구들이 보이던 낙관론이 크게 약화됐다.
데이터 인텔리전스 회사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 조사 결과, 연소득 5만 달러(약 7300만 원)에서 10만 달러(약 1억 3900만 원) 사이 가구들이 6월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꿨다. 이들이 경제를 내다보는 시각이 이제 저소득층이 보이는 암울한 전망과 더욱 비슷해졌다.
모닝컨설트 자료에 따르면 6월 초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사이 소득층은 팬데믹 이전보다 경제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봤다. 하지만 이후 몇 주 동안 이들의 낙관론이 하락해 부유층과 차이를 보였고, 8월에는 정체됐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 신뢰도 격차는 해당 자료를 추적한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 기업들 "중산층 고객 지갑 닫혔다"
외식, 소매, 패션, 항공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은 고소득층 구매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산층 고객들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월마트는 중산층 및 저소득층 쇼핑객들이 지출을 줄이고 장바구니에 불필요한 품목을 덜 담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체 어드밴스 오토 파츠와 오라일리 오토모티브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 고객들이 부담을 느끼면서 불필요한 수리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매업체 콜스(Kohl's) 마이클 벤더 CEO는 "저소득층 및 중산층 고객들이 여전히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고소득층 고객들은 더 회복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아이합(IHOP), 맥도날드, 데니스 경영진은 중산층 고객이 할인 혜택을 찾고 있지만, 저소득층 식당 고객 중 다수는 아예 식당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데니스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5만 달러에서 7만 5000달러(약 1억 원) 사이 소득층이 5달러(약 6900원) 아침식사 같은 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일이 더 많다.
맥도날드는 8월 고가 외식을 피하는 중산층 고객이 늘어나는 반면, 저소득층 고객은 매장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경영진은 실적 발표를 위한 투자자 및 분석가들과 전화 통화에서 이러한 격차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분명히 구분"
아틀랜타 연방준비은행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앨라배마주 레드베이에서 열린 최근 시민 간담회에서 청중들에게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더는 여분 돈이 없다"고 말했다. 보스틱 총재는 경제 우려가 소득 사다리를 오르게 되면서 점점 더 많은 미국인들이 저렴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부패하기 쉬운 상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클린에 사는 30세 뷰티 및 패션 인플루언서 마리아델리스 산티아고씨는 온라인 게시물로 연간 6만 달러(약 8300만 원)를 벌어들인다. 하지만 관세 인상으로 화장품 및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광고 지출을 줄이면서 그의 유료 파트너십 계약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그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통제할 수 없는 것 같다"면서 돈을 아끼기 위해 가능한 한 낮은 가격으로 거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씨는 미용실에 가는 대신 네일 스트립을 사고 있다. 매주 레스토랑에 가던 것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줄였다. 지난 2월에는 푸에르토리코 여행을 예약했다. 4월이 되자 3000달러(약 410만 원)짜리 여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콘서트 표를 팔고 항공편도 취소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당분간 경제가 나아질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소비 위축 2022년 인플레이션 때보다 심각
항공업계에서는 국제선과 프리미엄 클래스 항공권이 여전히 매진되는 반면, 국내선과 일반석 항공권 판매는 부진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최근 분기 프리미엄 객실 매출이 5.6% 증가한 반면 이코노미석 매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 켤레에 160달러(약 22만 원)부터 시작하는 온브랜드 러닝화를 만드는 크록스는 2분기 매출이 32% 증가하며 연간 매출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반면 약 50달러(약 7만 원)에 판매하는 클래식 클로그를 사는 저소득층 쇼핑객들은 지출을 줄이고 매장 방문을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크록스 앤드류 리스 CEO는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투자자들에게 "이 시장에서 훨씬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있는 다른 브랜드들이 있다. 이들은 오로지 고급 소비자층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가 소비자층은 가격 인상에 가장 민감하고, 가장 불안해하며, 어떤 경우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소비자"라고 말했다.
의료 미용회사 에볼루스(Evolus) 데이비드 모아타제디 CEO는 "이런 환경에서 특이한 점은 15만 달러(약 2억 원) 이하로 적당한 가격대에 있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그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을 분석해 보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미시간대학교 경제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설문조사 응답자 70% 이상이 내년에 가격이 크게 인상되는 품목을 사는 예산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재 2022년 인플레이션이 급증했을 때보다 더 많은 미국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미시간 조사 책임자 조앤 쉬는 자신의 분석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평소처럼 지출을 계속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