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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본토 거쳐야 중국 간다…엔비디아 H200에 붙은 25% ‘AI 통행세’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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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본토 거쳐야 중국 간다…엔비디아 H200에 붙은 25% ‘AI 통행세’의 전말

3년 봉쇄 끝에 열린 中 시장, 하지만 블랙웰은 봉인…21,000 연산·6,500GB/s 기준의 냉혹한 선 긋기
140억달러 H200 주문에도 ‘화웨이와 섞어 써라’ 압박…의회는 수출 허가 소급 취소 칼날
엔비디아 로고와 중국 국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와 중국 국기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3년간 이어진 글로벌 반도체 무역 교착 상태가 2026년 1월 중순 변곡점을 맞았다. 미국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들에 중국 시장 접근을 다시 허용했다. 그러나 이 문은 25% 관세와 복잡한 물류 절차, 그리고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입법 리스크를 통과해야만 열리는 조건부 개방이다.

미 글로벌 전자 산업 전문 매체인 이이타임즈가 지난 2월17일 전한 바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1월 13일 첨단 컴퓨팅 품목 수출 허가 정책을 기존의 거부 추정 원칙에서 사안별 검토 방식으로 전환하는 최종 규칙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는 중국 수출 길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대신 해당 칩 판매 수익의 25%를 미 재무부에 납부해야 하는 관세가 발효됐다. 이는 중국의 AI 성장에서 발생하는 이익 일부를 미국 산업 지원 재원으로 환류시키려는 전략적 장치다.

21,000 연산·6,500GB/s의 선


새 규칙은 전면 금지 대신 정밀한 기술 상한선을 설정했다. 총 연산 성능 21,000 미만, 메모리 대역폭 6,500GB/s 미만의 칩만 중국 수출이 허용된다. H200은 이 기준을 충족해 통과했다. 그러나 최첨단 블랙웰 칩은 여전히 금지 목록에 묶여 있다. 미국은 중국이 한 세대 뒤처진 하드웨어에 의존하도록 구조를 설계한 셈이다.

대만 생산, 그러나 반드시 美 본토 경유


물류 방식은 더욱 이례적이다. 중국행 칩은 대만에서 생산되더라도 반드시 미국 본토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제3자 검증을 받아야 하며 25% 관세 징수도 확정된다. 이는 군사적 전용을 차단하는 동시에 사실상 중국 AI 산업에 부과되는 통행료 역할을 한다. 미국 정부는 이를 통해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등 중국 테크 기업 자본 일부를 흡수해 자국 연구개발 지원에 활용하려는 전략적 계산을 깔고 있다.

140억달러 주문과 ‘화웨이 동반 구매’


중국은 초기에는 관세에 반발하며 H200 수입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컴퓨팅 파워 부족이 임계점에 도달하면서 태도를 바꿨다. 바이트댄스는 2026년 한 해에만 140억달러 규모의 H200 클러스터 구매를 승인받았다. 동시에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는 수입업체들에게 엔비디아 H200을 구매할 경우 일정 비율로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 등 국산 칩을 함께 구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기본 작업은 국산 칩에 맡기고 핵심 고급 학습에만 엔비디아 칩을 쓰라는 압박이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고객 인증 절차와 자국 정부의 국산화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놓였다.

의회의 소급 취소권과 100% 선불 조건


이 무역 체제는 행정부 결정만으로 완결되지 않는다. 1월 21일 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한 AI 오버워치 법안은 반도체 수출을 미사일 판매와 같은 국가안보 사안으로 간주한다. 이 법안은 의회가 이미 승인된 수출 허가를 소급해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입법 리스크에 대응해 엔비디아는 중국 고객에게 환불 불가 조건의 100% 선입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칩이 미국 실험실에서 검증되는 동안 의회가 허가를 취소하면 구매 기업은 물건도 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
2026년 현재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 자원은 석유도 데이터도 아니다. 컴퓨팅 파워가 전략 자산이 됐다. 미국은 개방과 통제를 동시에 구사하는 관리된 얽힘 전략을 택했고, 중국은 필요에 따른 실용적 타협과 국산화 병행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AI 칩을 둘러싼 이 고위험 거래는 양국이 서로를 완전히 끊지 못한 채 통제된 의존을 이어가는 새로운 전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