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갭, AI 채팅창 결제 두고 전략 엇갈려… 직접 결제 전환율, 자사 사이트의 3분의 1
"구경은 AI, 결제는 우리 것"… 월마트·갭이 선택한 서로 다른 미래
"구경은 AI, 결제는 우리 것"… 월마트·갭이 선택한 서로 다른 미래
이미지 확대보기오픈AI가 지난 24일(현지시각) 챗GPT에 쇼핑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제 챗GPT에서 "10만 원대 운동화 추천해 줘"라고 입력하거나 신발 사진을 올리면, 여러 상품의 이미지·가격·평점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 유료 회원뿐 아니라 무료 이용자도 이번 주 안에 순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변화가 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았으면, 결제는 어디서 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미국의 월마트와 갭이 이 질문에 정반대의 답을 내놓고 있다. 갭은 "챗봇 안에서 바로 결제까지 끝내도 좋다"는 쪽을 택했다. 반면, 월마트는 "상품 추천은 챗봇에서 받되, 결제만큼은 반드시 우리 앱·사이트에서 하게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같은 날 악시오스가 보도한 것은 바로 이 장면이다. AI 쇼핑 시대가 열렸는데, 소비자 지갑을 누가 여는가를 놓고 유통 공룡들의 셈법이 갈리기 시작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이미지 확대보기두 가지 길, 채팅창 완결 vs. 자사 플랫폼 귀환
글로벌 유통업계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갭은 구글의 새 상거래 프로토콜(ACP·Agentic Commerce Protocol)을 채택해 '채팅창 완결 결제' 진영에 뛰어들었다. 구글 AI 비서 제미니(Gemini)나 AI 검색 결과 화면 안에서 사용자가 다른 페이지로 이동하지 않고 곧바로 갭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구조다. AI를 단순한 검색 보조 도구가 아닌 독립된 판매 공간으로 인정한 결정이다.
반면 세계 최대 유통 체인 월마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월마트는 자체 AI 쇼핑 보조 시스템 '스파키(Sparky)'를 챗GPT와 제미니 내부에 탑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용자가 챗GPT 안에서 월마트 상품 정보를 받고, 계정 연동·적립금 적용·결제까지 월마트 환경에서 마무리하도록 설계했다. 고객 데이터와 거래 정보를 자사 생태계에 붙잡아 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Sephora)도 챗GPT 전용 앱을 내놓고 멤버십 프로그램과 연계한 맞춤형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앱 내 결제 기능은 추후 단계로 미뤄 뒀다. 타깃(Target)·노드스트롬·로우스·홈디포·웨이페어 등도 상품 목록 제공에는 참여하면서 결제 권한은 자사 사이트에 남겨 놓는 방식을 택했다.
대니얼 단커 월마트 AI 가속·상품·디자인 담당 부사장은 "쇼핑은 월마트 앱이든 챗GPT든 어디서나 시작될 수 있다"면서도 "어디서 시작하든 월마트만의 속도와 개인화된 경험을 그대로 누리게 하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냉혹한 숫자 챗GPT 결제율, 자사 사이트의 3분의 1
유통사들이 결제 단계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냉혹한 실적 데이터가 있다.
단커 부사장이 정보기술(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에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챗GPT 내부에서 결제까지 완료된 비율은 월마트 자사 웹사이트로 이동해 구매한 경우보다 3배 낮았다. 디지털 마케팅 분석 기관 셈러시(Semrush)의 설문 조사에서도, AI 도구 안에서 직접 구매를 완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2%에 그쳤다. 반면 AI를 상품 탐색에 활용한 뒤 결제는 별도 경로를 이용했다는 응답자는 절반에 달했다.
이 숫자가 말하는 것은 명확하다. 소비자들은 AI와 대화하며 무엇을 살지 결정하는 데는 익숙해지고 있지만, 금융 정보 입력과 최종 구매 확정 단계에서는 검증된 브랜드의 공식 플랫폼을 여전히 더 신뢰한다는 것이다.
국내 유통·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신뢰는 쌓이는 데 수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며 "결제 단계에서의 보안 사고나 오류 경험이 한 번이라도 발생하면 AI 쇼핑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유통사들이 결제 주도권을 쉽게 내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I의 전략 수정, '즉시 결제'에서 '발견'으로
오픈AI 역시 이 같은 시장 반응을 반영해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해 9월 이커머스 시장에 처음 뛰어들 때만 해도, 챗GPT 안에서 모든 구매 과정이 끝나는 '즉시 결제(Instant Checkout)' 기능을 핵심으로 내세웠다. 에트시(Etsy), 쇼피파이(Shopify), 월마트가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으나 입점 업체 확보 과정이 더뎌, 6개월이 지난 시점에도 실제 구매 가능한 쇼피파이 입점사는 약 30곳에 불과했다.
오픈AI는 결국 즉시 결제 기능을 공식 종료하고, 상품 탐색·비교 기능 고도화와 개별 유통사의 전용 앱 생태계 구축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포레스터(Forrester) 수석 연구원 에밀리 파이퍼는 "AI 플랫폼이 거래 창구가 아닌 탐색 도구라는 점이 증명됐다"고 평가했다.
쇼피파이도 같은 날 수백만 명의 판매자가 챗GPT와 구글 제미니 내에서 상품을 노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결제는 판매자 자체 사이트에서 이루어지는 구조를 채택한다고 밝혔다. "챗GPT에 입점한 수백만 쇼피파이 판매자가 AI 채팅 안에서 영업을 시작했다"고 마니 파젤리 쇼피파이 부사장은 전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읽어야 할 3가지
먼저, 네이버·카카오의 AI 쇼핑 전쟁이 본격화할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오픈AI가 '결제 주도권'을 유통사에 돌려준 것은, AI 플랫폼이 단독으로 상거래를 완결짓는 모델의 한계를 공식 인정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AI 쇼핑과 카카오 채널이 유사한 경쟁 구도에 놓여 있다. 쿠팡이 독자적인 AI 추천 생태계를 강화할수록, 네이버는 AI 검색 결과 안에서 결제를 완결 짓는 '갭 모델'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삼성·LG 등 기업간거래(B2B) 채널을 가진 대형 제조·유통사는 월마트처럼 자사 앱으로의 귀환을 유도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K-이커머스의 개인정보 민감성이 변수가 된다
한국 소비자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민감도가 세계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월마트 데이터에서 드러났듯 AI 채팅창 안에서의 결제 완료율이 자사 플랫폼 대비 크게 낮은 현상은, 정보 보안 인식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국내 유통사들이 AI 탐색 기능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결제 권한을 자사 시스템에 묶어 두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유효한 선택이 될 전망이다.
셋째, AI는 이미 '발견의 관문'으로 광고 전략 재편이 시급하다
셈러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AI를 상품 탐색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네이버 검색 광고나 쿠팡 스폰서 상품 중심의 국내 마케팅 예산 배분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함을 예고한다. AI 챗봇이 상품을 추천하는 기준에 맞춰 상품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AI 친화적 콘텐츠를 자사몰에 구축하는 것이 다음 이커머스 경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AI가 '어디서 살지'를 결정하는 시대, 브랜드의 가장 값진 자산은 데이터와 신뢰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