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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란 전쟁으로 ‘생산 동력’ 디젤 고갈 위기… 농업·광업계 가동 중단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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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란 전쟁으로 ‘생산 동력’ 디젤 고갈 위기… 농업·광업계 가동 중단 속출

호르무즈 해협 봉쇄 4주째, 연료·비료 가격 폭등에 ‘공급 절벽’ 직면
일부 광산 ‘5일치’ 물량만 남고 농가 파종 포기… 호주 경제 지탱하는 두 축 흔들
2022년 6월 21일 호주 레이븐스워스에서 글렌코어의 마운트 오웬 탄광과 인접한 복원된 토지 가장자리가 촬영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6월 21일 호주 레이븐스워스에서 글렌코어의 마운트 오웬 탄광과 인접한 복원된 토지 가장자리가 촬영되었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호주의 국가 기간 산업인 광업과 농업이 마비 위기에 처했다.

전 세계 석유 공급의 20%가 차단된 여파로 디젤 가격이 급등하고 유통망이 혼란에 빠지자, 서호주의 일부 광산은 이미 가동을 멈췄으며 농부들은 가을 파종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호주 정부의 태스크포스 구성 등 비상 대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연료 부족 현상은 ‘공급 절벽’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 광업계의 비명: “남은 연료는 단 5일분”


호주 수출의 핵심인 광업계는 디젤 공급 중단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타니아 콘스터블 호주 광물 위원회 CEO는 "일부 탐사 업체와 중소 광산들이 현장에 단 5일치의 연료만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서호주의 블루캡 마이닝(Bluecap Mining)은 연료 공급 확답을 받지 못하자 조업을 축소하고 직원들을 귀가시켰다.

워렌 피어스 광산 및 탐사 회사협회(AMEC) CEO는 정부의 '연료 충분'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현장에 연료가 도달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독립 연료 회사에 의존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 농업계의 이중고: 연료 부족에 비료 가격 폭등까지


가을 파종 시즌을 앞둔 호주 농부들은 연료 부족과 비료 공급망 차단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동은 전 세계 요소(Urea) 공급의 약 45%를 차지하는 비료 허브다. 해협 봉쇄로 질소 비료 가격이 폭등하면서 농가 운영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해미시 맥킨타이어 전국농민연맹(NFF) 회장은 "연료와 비료 없이는 농업의 어떤 일도 이루어질 수 없다"며 파종 규모 축소가 결국 작물 생산량 감소와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의 농부 저스틴 에버릿은 "1만 리터를 주문해도 고작 2~3천 리터만 줄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며 현지 주유소들이 '사용 중단' 표지판을 내걸고 있다고 전했다.

◇ 4월 말 ‘공급 절벽’ 예고… 호주 정부의 고육책


호주 정부는 현재 한 달 분량의 휘발유와 디젤 재고가 있다고 밝히며 안심시키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호주는 액체 연료의 85%를 아시아 정유소에서 수입하며, 이들 정유소는 다시 중동산 원유에 의존한다. 데이비드 리니 호주국립대 교수는 "원유 공급이 순수하게 16% 감소하는 여파가 곧 호주 전역에 확산될 것"이라며 4월 말이면 공급이 바닥을 보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디젤 품질 기준을 일시 완화해 물량 확보에 나섰으나, 여전히 전국 500개 이상의 주유소에서 부족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 한국 산업에 주는 시사점


호주의 연료 위기는 비슷한 에너지 수입 구조를 가진 한국에게 강력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호주의 사례처럼 물리적 거리가 먼 중동발 위기는 재고 보유량뿐만 아니라 '유통망의 복원력'이 핵심이다. 비상시 내륙 깊숙한 곳까지 연료를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재점검해야 한다.

요소수 사태를 겪었던 한국은 중동 외 지역(북미, 동남아 등)으로 비료 원료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국산 대체재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 및 수소 기반의 농기계와 광산 장비 도입을 서둘러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