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2차 효과' 가시화… 미 은퇴자 물가(CPI-E) 40개월째 표준지표 상회
한국 은퇴 가구 의료·주거비 비중 35% 달해… 고정 수입자 '구매력 쇼크' 직면
"안전자산만으론 손해"… 인플레이션 헤지 위해 원자재·배당주 비중 확대 제안
한국 은퇴 가구 의료·주거비 비중 35% 달해… 고정 수입자 '구매력 쇼크' 직면
"안전자산만으론 손해"… 인플레이션 헤지 위해 원자재·배당주 비중 확대 제안
이미지 확대보기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62세 이상 노년층의 물가상승률을 측정하는 '실험적 소비자물가지수(CPI-E)'는 지난 2022년 11월 이후 40개월 연속으로 일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앞질렀다. 이 기간 은퇴자들의 생활비는 총 10.8% 상승했으며, 이는 표준 물가상승률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주유소보다 무서운 약국 영수증… 유가 상승 '2차 효과'의 습격
경제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물가 전반에 파급되는 '2차 효과(Second-round effects)'를 은퇴자 빈곤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휘발유 가격 인상은 주유소에서 즉각 체감되지만, 석유화학 원료가 투입되는 의약품이나 에너지 집약적 공정을 거치는 식료품 가격은 점진적으로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구진은 이러한 간접적 가격 상승이 최초 유가 급등 후 약 2년 뒤에 정점에 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의료비 예측 전문업체 헬스뷰 서비스(HealthView Services)는 은퇴자들이 일반인보다 의료비와 주택비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길고 강하게 받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의료비가 약 3.1% 상승했을 때, 예산의 6%를 의료비로 쓰는 직장인의 개인 물가상승률은 0.18%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반면 예산의 14%를 의료비에 할당하는 75세 이상 은퇴자는 0.44%포인트의 타격을 입었다. 동일한 물가 상승에도 은퇴자가 느끼는 경제적 충격은 직장인의 2.4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 은퇴자 '에너지 빈곤' 경보… 의료·주거비 비중 35% 상회
한국 은퇴 가구의 상황은 더욱 엄중하다. 통계청 자료와 국내 자산관리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한국 은퇴 가구는 주거비와 보건·의료비 비중이 전체 지출의 35%를 상회한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수입 물가상승은 국내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며, 고정된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자들의 실질 구매력을 빠르게 갉아먹고 있다.
특히 한국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물류비 증가가 의약품 및 필수 식자재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달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가계물가상승률은 전체 평균보다 약 0.8%포인트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의 70% 이상이 부동산에 묶여 있는 한국 은퇴자 특성상, 물가 상승에 대응할 유동성이 부족해 '에너지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현금만으론 손해"… 인플레이션 이기는 포트폴리오 재편 시급
재무 자문가들은 은퇴자들이 과거의 안정 중심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9i 캐피털 그룹의 케빈 톰슨 최고경영자(CEO)는 "석유는 은퇴자가 돈을 쓰는 거의 모든 항목에 스며들어 있다"며 "머니마켓 펀드(MMF)를 통한 손쉬운 수익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방어 기제가 없는 고정 금리 상품만으로는 자산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없으므로, 주식·금·은 등 원자재를 포함한 고수익 자산 비중을 전략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다. 에델만 파이낸셜 엔진의 닐 길페더 최고투자책임자 역시 "포트폴리오의 위험도가 다소 높아지더라도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분산)를 위한 대안 투자처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실질 자산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은퇴 가구가 챙겨야 할 '숨은 인플레이션' 대비책
유가 하락에도 생활물가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숨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은퇴자들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지키려면 세 가지 항목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첫째, 에너지 시차 효과를 자금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물류·생산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기까지 통상 1~2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의료비와 가공식품 가격 상승은 지금이 아닌 내일의 문제임을 미리 인식해야 한다.
둘째, 가계 지출 구조를 재점검해야 한다. 월 예산에서 의료비와 주거비 비중이 15%를 초과한다면 인플레이션 취약 계층에 해당한다. 비상 예비비를 현행보다 한 단계 높여 불시의 물가 충격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실질 수익률을 냉정하게 계산해야 한다. 예금 금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구간에서는 자산이 명목상 유지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감소한다. 배당주·원자재 ETF 등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의 분산 투자를 적극 검토할 시점이다.
오늘의 유가는 단순한 기름값이 아니라 내일 은퇴자의 식탁과 약값을 결정짓는 핵심 선행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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