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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현대차 총수 하노이 집결…반도체·AI 협력 '빅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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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현대차 총수 하노이 집결…반도체·AI 협력 '빅딜'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 국빈 방문에 4대 그룹 총수 전원 동행, 2030년 교역 1500억 달러 목표
반도체 후공정 투자 협상 수년째 교착 속, 이번 회동서 돌파구 찾을지 주목
한국 4대 그룹 총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한국 4대 그룹 총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삼성전자·SK·LG·현대차 등 한국 4대 그룹 총수가 이재명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하노이에서 반도체·인공지능(AI)·에너지 등 전략 산업 전반의 협력 확대를 논의하고 있다.

이번 방문은 양국이 교역액을 오는 2030년까지 1500억 달러(약 221조5000억원)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단순 제조 위탁 관계를 고부가가치 기술 동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베트남 온라인 매체 Znews.vn의 22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반도체, 전자부품, AI, 과학기술, 에너지 전환, 핵심 광물, 인프라, 원자력발전 등 주요 분야 협력을 집중 논의한다.
23일에는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이 하노이에서 열려 양국 정·재계 인사 2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한다.

4대 그룹 총수 총출동… 역대 최대 경제사절단


이번 경제사절단은 재계에서 "역대급 진용"으로 통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인도 일정부터 동행했고,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베트남 일정에 합류했다.

한경협과 대한상의 주관으로 두 나라를 합산한 경제사절단 규모는 200명 안팎이다.

한국은 2026년 3월 말 현재 154개 투자국 중 베트남 최대 투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누적투자액은 989억 달러(약 146조원), 프로젝트 수는 1만 447개로 베트남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FDI)의 18%를 차지한다.

지난해 양국 교역액은 945억 달러(약 139조 718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올해 첫 3개월 교역액은 269억 달러(약 39조 771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늘었다.

각 그룹의 현지 투자 현황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2008년 박닌(Bac Ninh)성 휴대폰 공장을 시작으로 베트남 내 6개 제조시설과 1개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누적투자액은 240억 달러(약 35조 4840억원), 수출액은 571억 달러(약 84조 4220억원)에 이른다.

SK그룹은 3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프로젝트와 함께 AI·수소·물류·친환경 농업 분야 투자를 추진 중이며, LG그룹은 하이퐁(Hai Phong) 디스플레이 공장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지속 확충하고 있다.

반도체 후공정 투자, 수년째 협상 교착…이번에도 '현실의 벽'

이번 하노이 회동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 공장 베트남 유치 여부다. 베트남 측은 현재 스마트폰·전자기기 생산 거점에서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베트남 정부는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 규모를 250억 달러(약 36조 9620억원)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 협상은 수년째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반도체 관련 투자는 인텔(Intel), 앰코테크놀로지(Amkor Technology) 등 주로 후공정 분야에 집중돼 있으며, 이는 노동집약적 공정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첨단 웨이퍼 가공(전공정) 공장을 짓는 데는 최대 500억 달러(약 73조 9250억원)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어, 베트남의 현재 예산 수준을 크게 웃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의 존 뉴퍼 회장은 "베트남은 선진 반도체 제조에 서두르기보다 기존 패키징·테스트 역량 강화를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기(Samsung Electro-Mechanics)는 이달 초 AI용 고성능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생산법인에 12억 달러(약 1조 774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베트남 외국인투자청으로부터 투자 등록 증명서를 받았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서버·데이터센터용 FC-BGA의 수요가 생산능력보다 50% 이상 많다"며 "베트남 투자를 통해 공급 병목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은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 분산, 우호적인 외국인 투자 환경,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이라며 "이를 활용하려는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1분기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등록액은 152억 달러(약 22조 471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9% 늘었으며, 이 가운데 한국은 36억 8000만 달러(약 5조 4400억원)로 싱가포르(53억 2000만 달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경제정책 연구기관에서는 한국기업들이 공동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베트남의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한국 제조업체의 인력 부족 문제도 함께 해소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원전·스마트시티까지… 협력 지형 확대되나


이번 방문에서 한·베트남 협력은 반도체를 넘어 에너지와 도시 인프라 분야로도 뻗어 나가고 있다.

한국 측은 베트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신도시 개발, 공항 건설, 스마트시티 사업 등 대형 국책 프로젝트에 자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협력 틀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인프라, 원전 등 국가 발전의 핵심 분야에서 베트남과 호혜적·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협력 기반이 빠르게 조성되는 분위기다. 엔비디아(NVIDIA)는 지난해 12월 베트남 정부와 AI 협력 협정을 맺고 현지 AI 연구개발(R&D) 센터와 데이터센터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와 베트남 하이테크 기업 FPT는 차세대 AI 공장에 2억 달러(약 2957억원)를 함께 투자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2030~2050년 반도체 산업 발전 전략과 비전을 공개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상위 단계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공정 공장 유치가 단기간에 실현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분명하다.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과 비즈니스 포럼이 수년간 이어온 협상 교착을 어느 정도 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