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에이전트'가 팀 이끈다… 국방·안보 첩보전 승패 가를 3가지 체크리스트
첩보 보고서 첫 생성, 하이브리드 작전 돌입… 한국 안보·기업도 '디지털 안보 주권' 강화해야
첩보 보고서 첫 생성, 하이브리드 작전 돌입… 한국 안보·기업도 '디지털 안보 주권' 강화해야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디펜스 원(Defense One)은 마이클 엘리스 CIA 부국장이 Nextgov/FCW 등과 진행한 인터뷰를 인용해, CIA가 AI를 활용해 정보 보고서를 최초로 생성한 사례를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CIA의 이번 행보가 향후 10년 내 AI 에이전트 팀을 운용하는 ‘하이브리드 첩보 모델’ 구축의 신호탄이며, 국가 안보 최전선에서 정보 수집·분석의 속도와 규모를 AI가 주도하는 새로운 첩보 시대의 개막이라고 분석했다.
AI, 보고서 초안부터 작전 지휘까지 참여
CIA는 이미 실무 현장에 AI를 깊숙이 투입했다. 엘리스 부국장은 "AI가 분석가의 사고를 대체하지는 않지만, 초안 작성, 명확성 편집, 첩보 기준(tradecraft) 준수 여부 검증 등 핵심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CIA가 수행한 300여 개의 AI 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를 방증한다. CIA는 사이버 정보 전담 센터를 미션 센터급으로 격상해 AI를 활용한 타겟팅 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사이버 안보가 곧 국가 안보라는 인식 아래, AI라는 신무기를 선점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첩보가 인간의 은밀한 접촉에 의존했다면, 이제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휩쓸어 트렌드를 잡아내고, 인간 분석가는 이를 최종 검토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엘리스 부국장이 언급한 ‘자율 미션 파트너’로서의 AI는 향후 정보기관의 업무 처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전망이다. 과거 인간이 직접 수행하던 방대한 자료 분석을 AI가 실시간 처리하고, 요원은 고도의 전략적 판단과 작전 수립에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되는 것이다. 이는 첩보 대응의 골든타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국가 안보 역량을 극대화하는 첩보 생태계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기술 주권'이 곧 안보… 특정 기업 종속 피한다
CIA의 AI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특정 민간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 정부가 앤스로픽(Anthropic)의 AI 도구를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고 사용을 제한하는 등, 특정 기업의 기술 정책이 국가 안보에 직결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엘리스 부국장은 "단일 기업의 변덕에 CIA의 운영 자유도를 제약받을 수 없다"고 강조하며 다변화된 공급망 전략을 천명했다.
이는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 특정 모델에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중국 등 적대국이 AI를 활용해 반도체,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추격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기술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생존과 직결된다.
글로벌 첩보전, ‘AI 패권’ 경쟁 점화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과 러시아는 국가 주도 하에 AI를 대규모 감시와 사이버 공작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AI 기반 안면 인식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러시아는 딥페이크 기반의 가짜뉴스 유포와 자동화된 심리전 수행에 AI를 적극 활용한다.
반면, 미국과 협력하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등 서방 정보기관은 신호정보(SIGINT)의 초고속 분석과 전장 위협의 사전 포착 등 ‘방어적·전략적 AI’ 체계 구축에 집중한다. 특히 영국 GCHQ 등은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며 기술 주권과 민주적 가치의 균형을 모색한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정보기관들도 북한의 지능형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고자 AI 기반의 위협 탐지 자동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전 세계 정보기관은 공통적으로 ‘환각 현상(Hallucination)’과 데이터 오염 등 AI의 기술적 한계를 안고 있다. 승패는 누가 더 정교한 ‘AI 첩보 생태계’를 갖추고, 불완전 데이터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전 정보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AI 첩보 시대, 무엇을 봐야 하나
CIA의 이번 행보는 한국 정보당국과 방산기업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시사한다. AI 도입의 속도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해당 모델을 온전히 운용할 통제권과 신뢰성 확보다. 시장과 산업 현장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AI 기술 주권'의 확보다. 특정 빅테크 기업의 AI 모델에 기술적 종속을 겪지 않으려면, 자체적인 검증 역량을 얼마나 내재화하고 있는지가 향후 안보 역량의 핵심 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사이버 정보 대응 체계다. AI가 생성한 방대한 위협 데이터를 실시간 작전 수행으로 연결하는 대응 속도를 갖췄는가도 중요한 확인 사항이다.
셋째, 인간의 통제권(Human-in-the-loop)이다. AI가 생성한 판단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고 책임지는 거버넌스가 작동하는가도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
AI는 첩보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는 있어도, 무엇이 진실인지 판단하고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마지막 결단은 결국 인간의 몫으로 남는다. 기술 도입 그 이상의 정교한 안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