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0년물 4.535% 돌파에 뉴욕 증시 급락… 금리 인하 기대감 소멸
고유가·물가 발작 속 국채 수급 악화가 불씨… ‘옵션 과열’이 부른 하락 증폭 우려
고유가·물가 발작 속 국채 수급 악화가 불씨… ‘옵션 과열’이 부른 하락 증폭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그동안 글로벌 증시는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압박, 관세 불확실성, 미국 정부와 이란 간의 갈등 속에서도 강한 복원력을 발휘했다. 미국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올해 2분기 시작 이후 18.2% 넘게 상승했으나, 이번 주 채권시장 급락세를 맞닥뜨리며 강한 제동이 걸렸다.
배런스(Barron’s)의 지난 15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뉴욕 채권시장에서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밤 사이 5베이시스포인트(bp) 이상 급등한 4.535%를 기록하며 최근 1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채권 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폭락을 뜻한다. 더 장기물인 30년 만기 국채금리 역시 2주 연속 5% 선 위에서 머물며 6bp 오른 5.091%를 나타냈다.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30년물 국채 입찰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국채금리 급등은 단순히 인플레이션 재가열 탓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 누적으로 인한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확대(공급 증가)와 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해외 투자 수요 둔화가 겹친 ‘수급형 상승’ 성격이 짙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뒤를 이어 매파적 성향의 케빈 워시가 차기 의장으로 최종 인준되면서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불을 붙였다. 이 같은 채권시장 충격에 S&P 500 지수는 금요일 개장 직후 75포인트 밀렸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며 주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기름값 10% 폭등과 연준 금리 인하론의 소멸
실물 물가도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흐름이다. 미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6.0%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3.8%로 집계되며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제 향후 12개월 내에 금리 인하보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크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 이전에 시장이 예상했던 '연내 2회 금리 인하' 가설은 완전히 소멸했다.
일각에서는 비용 상승형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초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다만 미국의 고용 지표와 민간 소비가 아직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라기보다는 경기 호조 속 인플레이션이 다시 튀어 오르는 '재가열(Reflation)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한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고유가가 지속되면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 압박이 커지며, 이는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로 이어져 코스피 상단이 제약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M7 시총이 전 세계 압도… 콜옵션 과열이 부른 부메랑
이번 자산 가격 조정에서 주목할 점은 금리 상승 자체보다 증시 내부의 왜곡된 파생상품 구조에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지난 3월 말 저점 대비 70% 가까이 폭등하며 역대 최고점에 육박했다. 엔비디아, 구글, 애플 등 매그니피센트 7(M7) 중 상위 3개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을 넘어선 상태다. 14일 상장한 AI 칩 제조사 세레브라스 시스템즈가 첫날 68% 폭등하며 기업가치 700억 달러(약 104조 9300억 원)를 단숨에 불린 점도 시장의 과열을 방증한다.
이러한 전례 없는 상승세는 과도한 콜옵션(매수 선택권) 거래가 지수를 밀어 올리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으로 증폭됐다. 이달 들어 역대 최대 규모 수준의 콜옵션 거래가 일곱 차례나 발생했으며, 14일 하루 거래량만 4900만 건을 넘어섰다.
쿤 호렐베케 삭소방크 투자·옵션 전략가는 매수세가 이처럼 콜옵션에 쏠릴 때 시장조성자들은 '쇼트 감마(short-gamma)' 위험에 노출된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오를 때는 헷지를 위해 주식을 더 사야 하지만, 반대로 주가가 떨어질 때는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더 팔아야 하는 구조다. 즉, 주가가 1%만 하락해도 시장조성자의 기계적 매도 물량이 추가로 쏟아지면서 실제 지수 낙폭이 2~3%로 확대될 수 있는 취약한 상태다.
그는 미·중 정상회담의 결렬이나 지정학적 문제, 혹은 국채금리의 추가 상승세가 나타나면 투자자들이 위험 회피를 위해 주식을 급격히 매도하는 '디헤징(de-hedging)'이 발생해 증시가 예상보다 더 깊게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모리 사이클과 금리의 충돌… 한국 반도체의 전략적 노선
고금리 장기화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하게 만든다. 자본조달 비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하면 빅테크 기업들의 AI 서버 투자 속도가 조절될 수 있고,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세를 예상보다 완만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 공급망 다변화 둔화나 세트 수요 위축이 동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시장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독점적 공급망의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증권가에서는 고금리 국면이 장기화될수록 시장은 확실한 실적을 내는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므로, 엔비디아 핵심 공급망을 수성 중인 SK하이닉스나 맞춤형 HBM4 전환 속도를 높이는 삼성전자처럼 독점적 기술력을 가진 기업은 주가 조정 이후 차별화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투자자 체크리스트, “소나기 내리는 시장, 무엇을 봐야 하나”
미국발 금리 쇼크와 유가 불안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제어하려면 투자자들은 세 가지 핵심 지표의 기준선을 설정하고 대응 전략을 짜야 한다.
첫째, 美 10년물 국채금리 4.55% 안착 여부다. 채권 금리가 이 선을 넘어 고착화하면 기술주와 성장주의 밸류에이션(가치 평가) 압박이 가중되므로 주식 비중 축소를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국제유가(브렌트유) 배럴당 110달러선 돌파 여부다. 유가가 110달러를 넘어서면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국내 제조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다.
셋째, 주요 빅테크 기업의 콜옵션 미결제약정 변동 추이다. 옵션시장의 과열이 식지 않은 상태에서 악재가 터지면 매도 물량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수 있으므로 레버리지 투자는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5%에 육박하는 이자를 주는 시대에 위험자산인 기술주가 계속 독주하기는 어렵다. 거품의 꼭대기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보다, 옵션 과열에 따른 청산 매물이 지나갈 때까지 현금 비중을 확보하고 시장의 하방 지지선을 확인하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