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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년물 금리 5.1% 돌파·10년물 4.6% 턱밑… 내 대출금리·기름값 또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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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0년물 금리 5.1% 돌파·10년물 4.6% 턱밑… 내 대출금리·기름값 또 오르나

중동 리스크발 유가 폭등이 기대 인플레이션 자극… 글로벌 장기 금리 일제히 폭발
한·미 기술주 차익실현 매물 폭탄… 빅테크 CAPEX·유가 100달러선이 향방 가를 분수령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이 초대형 충격을 받았다. 미·이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장기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충격'이 가시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이 초대형 충격을 받았다. 미·이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장기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충격'이 가시화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미국과 이란 간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채권 시장이 초대형 충격을 받았다. ·이 분쟁으로 촉발된 유가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이것이 다시 장기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는 '도미노 충격'이 가시화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오던 뉴욕 증시도 하락세로 돌아서며 국내외 금융시장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5(현지시각) 글로벌 국채 가격 하락세가 심화하면서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가 전날보다 상승한 4.595%로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252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두고 벌이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오랫동안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채권 매도세를 부추겼다.

전 세계 채권 금리 동반 급등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전 세계 채권 금리 동반 급등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미 국채 30년물 금리 5.1% 돌파, 2007년 이후 최고치

에너지 가격 상승발 인플레이션 공포는 장기 채권 시장을 뒤흔들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약 0.12%포인트 급등한 5.127%를 기록하며 2007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금리 역시 거의 4.6% 선에 육박하며 장기 금리 5%대 진입을 견인했다.

이러한 채권 매도세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높은 물가상승률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 지출과 국채 발행을 늘리기로 한 일본에서는 30년물 국채 금리가 0.16%포인트 급등했다. 영국 역시 키어 스타머 총리의 지도부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며 재정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30년물 금리가 0.19%포인트 올랐다.

로드 애빗의 레아 트라우브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미국 국채금리의 변동은 미국 내부의 요인보다 해외 시장의 장기 금리 상승세가 직접적으로 전이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해외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외 지역으로 자금을 이동하기 때문에, 미국 국채 역시 가격이 떨어지고 금리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포에 WTI 105달러 돌파… 기술주 차익실현 유도


국제 유가도 협상 결렬 소식에 다시 요동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개월물 선물 가격은 4.2% 급등하며 배럴당 105.42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을 뒤로 미루거나 오히려 금리 인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는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이 국내 원유 수입(117일 치 비축분 보유)과 무역 수지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한국 경제에도 대외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지속적인 금리 상승 압박은 주식시장에도 차익실현의 빌미를 제공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537포인트) 떨어졌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1.5% 하락했다.

그동안 시장은 반도체 중심의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강세장에 힘입어 금리 부담을 버텨왔으나, 채권 금리가 임계점에 도달하자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해졌다. 히틀앤컴퍼니의 브래드 콩거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강세장 이후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일부 포지션을 청산한 것일 뿐 시장의 펀더멘털이 무너진 신호는 아니다"라고 풀이했다.

국내 금융시장 파장과 시나리오별 전망


미국발 고금리·고유가 충격은 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겨 한국 증시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밖에 없다. 특히 고유가는 수출 기업의 원자재 비용 부담을 높여 무역 수지에 악재로 작용한다.

낙관적 전망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조기에 완화되고 AI 기술주 중심의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된다면,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을 중심으로 증시가 빠르게 복원력을 다질 수 있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엔비디아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거대 기술 기업의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데이터가 꺾이지 않는 한 메모리 고정거래가격(ASP)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관적 전망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해 WTI가 배럴당 100달러선 위에서 안착할 경우, 국내 수입 물가가 치솟고 시중은행 대출 금리가 동반 상승해 내수와 수출이 모두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커진다.

이에 한국 경제는 약 117일 치 원유 비축분을 전략적으로 운용해 공급망 충격을 조기에 방어하고, 외환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3가지 시장 임계점 체크포인트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와 공급망 위기가 한국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투자자와 기업들은 다음 지표의 변곡점을 긴밀히 점검해야 한다.

첫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4.7% 돌파 여부다. 이는 위험자산 조정 트리거가 될 수 있다. 금리가 4.7%선을 넘어 추가 상승할 경우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직접 자극하고 외인 자금 이탈을 가속한다.

둘째, WTI 배럴당 100달러선 고착 여부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 재점화 신호가 된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위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면 국내 휘발유 가격 폭등과 더불어 수출 기업의 원가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셋째, 빅테크 기업의 CAPEX 가이던스 후퇴 여부다. 이는 AI 랠리 종료 신호이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빅테크의 설비투자 규모나 HBM 출하 데이터가 둔화세로 돌아설 경우, 한국 반도체 수출 전선과 증시의 하방 지지선이 무너진다.

에너지 안보 위기가 불러온 글로벌 채권 금리 발작은 단순한 금융시장 변동성을 넘어 가계 부채와 기업 조달 비용을 압박하는 실물 경제의 가늠자가 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