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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무장 비용 폭탄…에스토니아 "무기 가격 최대 60%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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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무장 비용 폭탄…에스토니아 "무기 가격 최대 60% 급등"

"올해·내년이 나토 최대 위험"…러시아 도발 가능성 조기 경고
유럽 방산업계 공급 부족 심화…우크라 지원·재무장 동시에 압박
2025년 라트비아에서 열린 나토 연계 군사훈련.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17일 탈린 레나르트 메리 안보회의에서 유럽 방산 장비 가격이 최근 2년 새 최대 60% 급등했으며 올해·내년이 러시아가 나토를 시험할 최적 시점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라트비아에서 열린 나토 연계 군사훈련.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17일 탈린 레나르트 메리 안보회의에서 유럽 방산 장비 가격이 최근 2년 새 최대 60% 급등했으며 올해·내년이 러시아가 나토를 시험할 최적 시점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로이터

유럽 각국이 러시아 위협에 맞서 사상 최대 규모 재무장에 나서고 있지만, 무기와 군수 장비 가격이 2년 새 최대 60%까지 치솟으면서 실제 전력화 속도가 비용 장벽에 막히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 방산시장의 폭발적 수요 증가가 한국 방산 수출의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공급망 병목이라는 공통 과제를 던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17일(현지 시각)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열린 레나르트 메리 안보회의(Lennart Meri Conference)에서 한노 페브쿠르(Hanno Pevkur)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이 유럽 전역의 방산 장비 가격 급등 실태를 공개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레나르트 메리 안보회의는 유럽 최고 권위 안보 포럼 중 하나로, 나토 주요국 국방·외교 장관들이 모이는 자리다.

"같은 장비 추가 주문했더니 50~60% 올랐다"…국가 무기조달 책임자와 '끊임없는 논의'


페브쿠르 장관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전했다. 그는 "2년 전에 구매했던 것을 지금 수량을 늘려 추가 도입하려 하면 같은 장비인데 50%, 60% 가격이 뛰어오른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며 "국가 무기조달 책임자와 끊임없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격 상승의 원인은 수요 폭발에 있다. 유럽 각국이 동시에 재무장에 나서면서 방산 공급망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인도·태평양과 자국 우선 전략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면서 우크라이나 지원 부담까지 유럽이 상당 부분 떠안게 되자 군수 수요 압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페브쿠르 장관은 이 상황을 두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chicken-and-egg problem)"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해 구조적 딜레마를 진단했다. 각국 정부는 시장의 공급 부족을 인식하고 있지만, 유럽 방산업계는 정부들이 장기 계약을 확정하기 전에는 생산 설비 확대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계약 보장 없이 투자하기 어렵고, 투자 없이 공급을 늘릴 수 없는 악순환이다.

"올해·내년이 나토 시험할 최적 시점"…2030년까지 기다릴 시간 없다


페브쿠르 장관이 던진 가장 무거운 경고는 시간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유럽은 군비 준비 태세 개선을 위해 2030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러시아가 나토를 시험할 최적 시점은 올해나 내년이 될 수도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나토 동부 최전선 국가인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이 공식 안보 포럼에서 러시아 도발의 구체적 시점까지 거론한 것은 이례적으로 강한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방산업계를 향해서도 직접적 메시지를 던졌다. "방산업계가 시장에 엄청난 자금이 풀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미 늦은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국방비 지출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방산업체들이 일시적 수요 증가로 보고 투자를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구조적 장기 전환으로 받아들이고 생산 능력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는 촉구다.

이번 발언은 앞서 독일 라인메탈이 루마니아와의 방산 계약에서 가격을 대폭 인상하고 현지 생산 조건 완화를 요구해 파문이 인 사례와도 맞닿아 있다. K9 자주포·천무·레드백 등으로 유럽 방산시장 공략을 확대하는 한국 입장에서 이 가격 폭등 현상은 양면적 의미를 갖는다.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신속 납품이 가능한 한국 방산에 대한 유럽의 수요가 더 커질 수 있는 반면, 한국 역시 원자재·부품 비용 상승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