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BMW 정조준 선언 후 첫 독일 테스트서 섀시 불안 확인
현대차·기아 '반사이익' 기대감… 유럽 프리미엄 EV 경쟁 재편
현대차·기아 '반사이익' 기대감… 유럽 프리미엄 EV 경쟁 재편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비야디(BYD)의 고급 브랜드 덴자(Denza)가 유럽 프리미엄 시장 공략을 위해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 'Z9 GT'가 독일 아우토반 고속 주행 테스트에서 차체 불안정 문제를 드러내며 첫 시험대에서 흠집이 났다.
최고 출력 1140마력에 11만 5000유로(약 2억 205만 원)라는 '포르쉐 급' 가격표를 달고 유럽 무대에 데뷔한 이 차가, 정작 독일 자동차 문화의 심장부인 무제한 구간에서 독일 경쟁차들이 갖춘 기본기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 뉴스(Automotive News)는 12일(현지시각) 함부르크 출발 시승 결과를 보도하며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아우토반이 드러낸 '결함'
독일 아우토반은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이 있어, 고성능 차량의 실제 주행 성능을 가장 냉정하게 검증하는 시험장으로 꼽힌다. 덴자 Z9 GT는 이 시승에서 시속 200km(약 124마일)에 접근하자 차체가 떠오르는 듯한 부유감(浮遊感)과 함께 스티어링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현상을 보였다.
같은 속도에서 독일 고급 세단들이 노면에 붙은 듯 안정적인 주행감을 보여주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오토모티브 뉴스는 전했다. 조향 반응도 고속 순항을 위한 정밀도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덴자 측은 BYD가 단순한 자동차 제조사가 아닌 '기술 기업'임을 강조해왔다. Z9 GT에는 세 개의 독립 모터와 후륜 이중 조향 시스템을 결합한 '이산팡(易三方)' 플랫폼이 탑재됐고, 최대 1500킬로와트(kW) 급속 충전으로 배터리를 9분 만에 10%에서 97%까지 채울 수 있다.
유럽 기준(WLTP) 주행거리도 599km로 동급 최장 수준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자 제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무리 앞서도, 수십 년에 걸쳐 반복 다듬어진 섀시 기하학(geometry)과 댐퍼 세팅은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자동차 전문지 왓카(What Car?)도 최근 시승기에서 "Z9 GT는 급가속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고속 안정성 측면에서는 아직 숙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격 전략의 역설 — 동일 모델 중국 가격의 3배
Z9 GT의 유럽 진출 전략은 '가격 우위'가 아닌 '프리미엄 동등 포지셔닝'이다. 중국 내 판매가가 26만 9800위안(약 6059만 원)인 이 차의 유럽 출발 가격은 11만 5000유로(약 2억 205만 원)로, 본국 가격의 세 배를 넘는다.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17%)와 기본 관세(10%)를 합산해도 이 가격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고 오토블로그(Autoblog)는 분석했다. 유럽에서 포르쉐 파나메라 시작 가격이 11만 6400유로인 점을 감안하면, BYD는 의도적으로 포르쉐 바로 아래를 겨냥해 가격을 책정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BYD는 4월 파리 오페라 하우스에서 007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를 앞세워 Z9 GT를 공개, 유럽 럭셔리 브랜드와의 직접 경쟁을 선포했다.
이달 칸 영화제에서는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쇼파르(Chopard)와 공동 제작한 Z9 GT 특별판을 경매에 내놨고, 555만 위안(약 12억 4647만 원)에 낙찰돼 '중국 럭셔리 브랜드 최고가'를 새로 썼다고 덴자는 밝혔다.
기술력과 브랜드 신뢰 사이의 간극
아우토반 시승이 드러낸 고속 불안 문제는, 단순한 세팅 문제를 넘어 유럽 프리미엄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덴자에 적잖은 과제를 안겨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고속 안정성을 좌우하는 섀시 튜닝은 실도로 데이터를 수년간 축적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덴자는 올해 안에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럽 7개국에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고, 2026년 말까지 30개국으로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유럽 내 플래시 충전소 ,000곳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프라 투자와 마케팅 공세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지만, 고속 주행 역학(dynamics)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포르쉐·BMW와의 정면 승부에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게 유럽 자동차 전문 매체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