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천궁-II 2개 포대 LOI 발송… 예산·차관·정책금융 3중 관문 넘어야 '진짜 수주'
과거 KF-21 분담금 미납 악몽 재현 우려… 수출입은행 정책금융 여력 채워야 본계약
과거 KF-21 분담금 미납 악몽 재현 우려… 수출입은행 정책금융 여력 채워야 본계약
이미지 확대보기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II 도입을 위한 의향서(LOI)를 발송했으나 실제 계약까지는 여전히 엄격한 재무적 선결 조건을 해결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현지 매체 조나 자카르타(Zona Jakarta)는 1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국방부 물류국이 LIG D&A 인도네시아 법인에 천궁-II 2개 포대 조달을 위한 의향서를 지난달 18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군사 전문 매체 제인스(Janes)의 지난 8일 자 분석에 따르면 이번 의향서에는 현지 재무부 규정에 따른 예산 할당과 차관 계약 협정 등 3대 선결 조건 체결이 명시됐다. 이번 조치는 국방부 차원의 구매 의사를 공식화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인도네시아 재무부의 예산 배정과 차관 계약, 한국 측 정책금융 여력이 맞물려야만 본계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차세대 전투기(KF-21) 분담금 미납 사태를 겪은 국내 방산업계에 무조건적인 수주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예산·차관 확보가 첫 관문… 실질 계약과 거리 멀어
인도네시아의 무기 도입 절차는 국방부 LOI 발송 이후 양해각서(MOU) 체결을 거쳐 재무부 예산 배정 및 차관 구조 승인을 획득한 뒤, 최종 본계약과 선수금 집행으로 이어지는 장기 조달 순서를 따른다.
현지 군사 전문가들은 의향서 체결이 단순한 구매 의사 표시에 불과하며 재무부의 자금 승인을 받지 못하면 언제든 사업이 공전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수조 원에 달하는 대형 방산 사업 특성상 차관 금융 협상 타결 여부가 실질적인 계약 성사율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의 방산 조달 체계에서는 이른바 ‘3대 대못’으로 불릴 만큼 제도적 제약이 크다. 구체적인 제도적 한계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인니 재무부의 공식 예산 배정 여부다. 국방부 LOI와 별개로 재무부가 예산안을 수립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실제 재정이 집행된다.
또한, 수입국 차관 구조에 대한 재무부 승인도 중요하다. 대형 방산 조달은 통상 외화 차관이나 혼합 금융 구조를 필요로 해 만기·금리 조건에 대한 승인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 정책금융 기관의 지원 한도도 관건이다. 신흥국 대상 장기 여신인 만큼 한국 수출입은행(수은) 등의 금융 지원 여력이 최종 계약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
KF-21 분담금 논란의 학습효과… 방산 수급 리스크 점검해야
국내 방산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의향서 확보 소식을 무조건적인 실적 호전의 신호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애초 1조 6000억 원 규모였던 KF-21 공동개발 분담금을 지속적으로 미납하다가, 2024년 한국 방사청이 6000억 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수용하면서 1조 원 이상이 사실상 탕감되는 선례를 남겼다. 이 같은 KF-21 분담금 논란은 ‘인니 리스크’를 경험한 국내 방산·금융 시장에 일종의 학습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
자금 부족을 이유로 대형 사업의 대금 지급을 미루거나 계약 조건을 변경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발 수주 소식에 엄격한 할인율을 적용하는 분위기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방산 수출은 계약서에 최종 서명하고 선수금이 입금되기 전까지 조달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수주 잔고의 양적 팽창보다 개별 국가의 대금 지급 능력과 재무 건전성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금융 조달 협상이 향후 분수령… 단기·중장기 지표 주시
방산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천궁-II 수출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현지 정부의 국방 예산 증액 추이와 수은의 금융 지원 한도를 꼽는다. 자금력이 부족한 신흥국 수출 시 수출국의 정책금융 지원 여부가 계약의 향방을 가르기 때문이다. 신흥국 방산 프로젝트에는 통상 수은의 직접 대출과 보증, 수출보험 등이 패키지로 붙는다. 이 여신 여력은 수은 법정 자본금 증액과 정부 중기 재정계획에 직접 연동된다.
다만 공급자 리스크 측면에서 천궁-II의 글로벌 트랙 레코드는 견고하다. 중동에서는 UAE가 2022년 약 35억 달러(약 5조 3100억 원) 규모의 천궁-II 도입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도 유사 체계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LIG D&A의 생산·운용 실적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방산 수출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정책금융 지원 한도를 확대하는 추세여서 인도네시아 재무부와의 차관 협상 과정에서 유연한 금융 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는 완충 여력을 갖추고 있다.
단기적으로 투자자는 LIG D&A와 인도네시아 국방부 간의 후속 실무 협상 및 현지 재무부의 예산 승인 여부를 나타내는 공식 관보를 점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동남아시아 시장 내 천궁-II의 추가 수주 가능성과 함께 수은의 법정 자본금 증액에 따른 방산 금융 지원 여력을 확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무기 체계의 우수성과 별개로 구매국의 재정 능력과 금융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한국 방산의 실질적인 체력 성장이 완성된다.
투자자 핵심 체크포인트
첫째, 인니 재무부 공식 예산 배정 여부다. 인니 재무부가 국방부의 천궁-II 도입 계획을 연간 국가 예산안에 반영해 의회 승인을 받았는지 관보나 예산 관련 공문 공개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수입국 차관 금융 협정 체결 승인이다. 차관 규모와 만기, 금리, 국산 부품 비율 등 재무부령에서 요구하는 요건을 충족하는 차관 계약이 체결되는지 양국 정부 간 금융협정 공식 발표를 주시해야 한다.
셋째, 수은 정책금융 자금 여력이다. 수은의 법정 자본금 증액과 이에 따른 대외 여신 한도 확충 여부는 인니처럼 재정 여력이 부족한 신흥국 대상 방산 수출 금융 지원 능력을 좌우하는 변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