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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대신 드론 데이터… 폴란드, 방산 협상 방식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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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대신 드론 데이터… 폴란드, 방산 협상 방식 바꿨다

톰치크 국방차관 "실전 데이터 연계 조건"… '조건부 협상 전환'으로 실리 추구
K-방산 수출 전선, 현지 조립 넘어 핵심 IP 이전 요구 수위 높아질 전망
폴란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기 중이던 구소련제 MiG-29 전투기 추가 인도 계획을 조건부 보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폴란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기 중이던 구소련제 MiG-29 전투기 추가 인도 계획을 조건부 보류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포커스(FOCUS) 온라인은 지난 17(현지시각) 폴란드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기 중이던 구소련제 MiG-29 전투기 추가 인도 계획을 조건부 보류했다고 보도했다. 체자리 톰치크 폴란드 국방차관은 지난 15일 현지 라디오 방송인 '라디오 제트'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측의 무인기(드론) 기술 공유가 미흡해 전투기 인도를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무기 플랫폼 제공에서 전장 데이터 교환으로 국제 방산 협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로, 한국 방위산업계에도 기술 이전 협상 방식의 고도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노후 플랫폼과 실전 무인기 데이터의 조건부 교환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인도를 보류한 MiG-291980년대 후반 도입되어 퇴역 절차를 밟던 노후 기종이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바르샤바 방문 당시 해당 전투기의 추가 공여를 약속했다.
그러나 폴란드 국방부는 군사 자산 제공의 대가로 우크라이나가 최전선 실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급속히 고도화한 무인기 운용 역량과 핵심 기술 이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며, 이에 따라 인도 조건이 변경된 것으로 해석된다.

바르샤바가 노후 전투기 대신 드론 데이터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전장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전이 정밀타격 중심의 저비용·대량 소모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내 전력 구조 역시 전통적인 고비용 공군 플랫폼 중심에서 분산형 무인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폴란드는 저비용·고효율이 입증된 우크라이나의 실전 데이터를 자국 군 현대화의 핵심 자산으로 판단한 셈이다.

폴로니제이션(Polonization) 전략과 안보 자립 구조


폴란드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기술 흡수를 넘어 자국 방산 육성 정책인 '폴로니제이션'과 자체 전력 공백 우려를 동시에 해소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무기 공여에 따른 안보 공백을 첨단 무인기 기술 내재화로 상쇄하겠다는 계산이다. 아울러 이를 통해 유럽연합(EU)NATO 내에서 방산 제조 및 무인 체계의 중심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중장기 자립 전략이 깔려 있다.

이는 국내 방산 기업에도 직접적인 착안점을 준다. 폴란드는 한국형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을 대규모로 구매한 K-방산의 최대 고객이다. 바르샤바가 실전 데이터와 기술 주권 확보에 사활을 거는 만큼, 향후 2차 계약 이행 과정에서 단순 현지 조립(CKD·SKD)이나 라이선스 생산 단계를 넘어 핵심 설계 기술 및 소스코드 등 지식재산권(IP) 이전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 물론 이러한 기술 이전 요구는 세부 무기 체계나 계약 구조에 따라 차등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특히 소프트웨어 기반 무기체계의 경우, 코드 접근 권한 자체가 향후 개량·수출 통제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협상 민감도가 높다""유럽 내 재수출 통제권(IP ownership)을 둘러싼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단기적 외교 갈등과 중장기 방산 협력의 새 기준

단기적으로는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군사적 동맹 전선에 외교적 조율 기류가 다소 팽팽해질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현지 매체 뱅키에르(bankier.pl) 등에 따르면 국가안보국과 국방부 사이에서 인도 보류 조치의 수위를 두고 정밀한 내부 조율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무기 거래 및 원조 관계가 단순한 플랫폼 인도를 넘어 철저한 상호 기술 교환과 데이터 연계 형태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국내 방산 업계는 폴란드뿐 아니라 루마니아, 체코 등 동유럽 확장 전선 전반에서 무기 체계 자체의 성능 외에도 현지 기술 내재화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수출 계약을 체결할 때 기술 보안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상대국의 독자적 방산 육성 정책과 공존할 수 있는 고도화된 협상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무기 공급망의 주도권은 이제 단순 제조 능력이 아닌 기술과 데이터의 제어권에서 결정된다.

방산 투자자가 눈여겨봐야 할 체크포인트


국내 방산 핵심 기업의 중장기 수익성을 판단하기 위해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주잔고 대비 유럽 비중 변화와 기술 이전 조건에 따른 마진 구조다. 기술 이전 확대는 단기 수주 확대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품·정비·업그레이드 시장에서의 수익 잠식 요인이 될 수 있다. 유럽 현지 생산 확대가 단기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술 이전 범위에 따라 기업별 밸류에이션 격차가 확대될 수 있어 단순 납품과 라이선스 매출 비중의 균형을 점검해야 한다.

둘째, 드론 및 유무인 복합체계(MUM-T) 관련 R&D 투자 비중이다.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이 무인 체계 실전 데이터 확보에 집중하는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의 차세대 전력 개발 속도가 향후 동유럽 확장성의 척도가 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