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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열린 원·달러…밤사이 '변동성 시간대' 옮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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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열린 원·달러…밤사이 '변동성 시간대' 옮겨졌다

외환시장 무중단 전환…심야 유동성 공백이 새 변수로
엔·달러 40년 만에 162엔·CME 엔 숏 사상 최대…엔캐리 청산 땐 아침 본장 전이 우려
국내 외환시장이 지난 6일 24시간 무중단 거래 체제로 바뀌었다. 전환 이틀째인 7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1528.2원으로 오히려 2.1원 내렸다. 시장은 차분했다.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국내 외환시장이 지난 6일 24시간 무중단 거래 체제로 바뀌었다. 전환 이틀째인 7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1528.2원으로 오히려 2.1원 내렸다. 시장은 차분했다.이미지=제미나이3

국내 외환시장이 지난 624시간 무중단 거래 체제로 바뀌었다. 전환 이틀째인 7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1528.2원으로 오히려 2.1원 내렸다. 시장은 차분했다.

정작 이날 흔들린 곳은 증시였다. 코스피는 삼성전자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외국인 매도에 4.91% 급락해 장중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했다. 환율은 버티고 주식은 무너진 하루였다. 시장의 시선이 낮이 아니라 밤으로, 환율만이 아니라 위험자산 전반으로 넓어지는 국면이다.

24시간 개방은 변동성을 줄이는 장치가 아니다. 변동성이 나타나는 '시간'을 분산시키는 구조 변화에 가깝다.

30년 만의 빗장 풀기, 야간이 관건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거래는 기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에서 뉴욕 기준 사실상 24시간 연속 거래로 늘었다. 주말과 11일을 빼면 공휴일에도 열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 중심의 폐쇄 구조를 지켜온 시장이 30년 만에 빗장을 풀었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지난 2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조치를 "수십 년래 가장 중요한 전환"이라고 표현했다.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RFI)의 참여 문턱도 낮아졌다. 다만 등록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RFI는 바젤Ⅲ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선도은행 4곳 이상을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 10곳 이상과 신용공여 약정을 맺어야 한다.

거래는 인가받은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거치고, 결제는 등록한 업무용 계좌로만 하며, 기획재정부가 정한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지켜야 한다. RFI20241월 도입 이후 지난해 말 71곳까지 늘었다. 이번 개방은 원화 국제화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기도 하다.

관건은 심야다. 런던장이 끝나고 뉴욕장만 열리는 시간대의 야간 거래량은 주간의 7~14%에 그친다. 같은 규모의 주문에도 가격이 더 크게 움직이는 구조다. 호가 스프레드가 벌어지는 유동성 공백이 반복돼, 평소 잠잠하다가도 충격이 오면 주간보다 크게 흔들리는 '꼬리위험'이 야간에 커진다.

가격 발견 빨라졌지만, 누적 변동성은 커졌다


거래시간 확대의 효과는 양면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2471차 연장 이후 개장 직후 갭변동성은 평균 0.306%에서 0.145%로 절반가량 낮아졌다. 시장이 닫힌 사이 쌓인 해외뉴스가 아침에 한꺼번에 반영되는 '가격 단층'이 완화됐다.

문제는 가격 발견이 빨라진 대가다. 글로벌 이벤트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면서 같은 기간 원·달러 20일 변동성은 30.4% 확대됐다. 분기별 등락폭은 1차 연장 전 74.0원에서 연장 후 103.1원으로 39.3% 늘었다.

한화투자증권 최규호 연구원은 이번 24시간 개방 뒤 등락폭이 20%만 더 벌어져도 분기 내 밴드가 120원 안팎까지 넓어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최 연구원은 거래시간 연장 자체가 변동성을 키운 것은 아니며, 이번에 추가되는 시간이 제한적이라 2024년처럼 변동성이 40%가량 다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엔캐리 청산이라는 뇌관


원화 약세 압력은 이미 강하다. 지난 1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1554.9원까지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3(156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1거래일 연속 순매도한 결과다. 이후 미국 6월 고용지표 부진으로 달러가 약해지며 31528.9원으로 반등했다. 며칠 새 20원 넘게 출렁였다.

엔화 약세가 겹쳤다. 지난달 30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62.41엔까지 올랐다. 엔화가 162엔대를 기록한 것은 198612월 이후 397개월 만이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치인 1.00%로 올렸는데도, 미국(3.50~3.75%)과의 금리차와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맞물려 엔저가 이어졌다.

한국은행 3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상관계수는 0.53으로 상반기(0.35)보다 올랐다. 시장이 두 통화를 한 묶음으로 보는 경향이 굳어졌다.

가장 큰 뇌관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다. 저리에 엔화를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이 거래는 미국 금리 급락, 일본은행의 예상 밖 추가 긴축, 위험자산 급락 같은 리스크오프가 방아쇠가 되면 빠르게 되감긴다.

청산 경로는 '엔화 되사기(숏 커버) → 글로벌 위험 포지션 축소 → 위험자산 매도 → 원화 동반 약세'로 이어진다. 위험을 키우는 것은 엔저가 길어진 상태에서 포지션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엔화 매도 포지션은 지난달 23187856 계약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여섯 배 이상 많고, 20248'블랙 먼데이' 직전(98058 계약)의 두 배에 이른다. 당시 엔캐리 청산 공포로 닛케이225지수는 하루 12.4%, 코스피지수는 8.8% 급락했다. 다만 마켓워치는 "청산 요인이 생겨도 2년 전 같은 급격한 포지션 정리가 되풀이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이런 구도에서 심야에 엔캐리 청산이나 바스켓 헤지 매도가 몰리고 수급 불안이 겹치면, 얇은 야간 유동성이 이를 흡수하지 못해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600원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7일 코스피 급락에서 보듯 충격은 증시로 먼저 번질 수 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외환시장이 아닌 주식시장의 매매 안정화 장치다. 외환 충격이 위험자산 매도로 전이될 때 작동한다는 점에서 환율 변동과는 구분해야 한다.

단기 수급 대 중기 펀더멘털


전망은 시간축에 따라 엇갈린다. 단기로는 수급과 포지션이 원화를 짓누른다.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강달러가 유지되면 상단이 더 열릴 수 있다. 중기 펀더멘털은 원화 지지 쪽이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달러 약세를 전망하며 국민연금(NPS)의 환헤지 재개(500억 달러 규모 선물환 매도 추정)를 원화 지지 요인으로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대외부문 보고서에서 원화 적정 가치를 1330원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6월 외환보유액은 시장안정 조치에도 4274억 달러(647조 원)로 늘어 대외 완충 능력은 견고하다는 평가다.

당국의 대응 수단도 복수로 준비돼 있다. 한국은행이 보유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이는 매도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를 통한 달러 공급, 구두개입 등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지난해 12월 한은과의 외환스와프를 연장했고 전략적 환헤지도 탄력적으로 가동 중이다.

당국은 과도한 변동성과 한쪽 쏠림을 막는 것이 목적이지 특정 환율 수준을 지키는 것은 아니라는 원칙을 유지한다. 한국은행 당국자도 "레벨 타깃은 하지 않지만 스무딩 오퍼레이션은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매도 개입과 외환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을 소진시켜 무한정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

실무 부담은 커졌다


시장 참가자는 이제 낮뿐 아니라 야간 환율까지 상시 점검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지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같은 주요 '이벤트 데이' 일정을 미리 파악하는 일이 필수가 됐다.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외환시장의 깊이와 폭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초기 동향을 24시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오는 1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