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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은행, 직불카드 수수료 우회로 찾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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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형은행, 직불카드 수수료 우회로 찾나

JP모건·BofA 등 피서브 결제망 인수 논의…상인·정치권 반발 부담
미국 대형 은행들이 직불카드 수수료 상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결제망 인수를 검토하면서 결제시장 재편과 규제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대형 은행들이 직불카드 수수료 상한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결제망 인수를 검토하면서 결제시장 재편과 규제 논란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 대형 은행들이 직불카드 거래 수수료 상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 결제 네트워크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망을 직접 소유하면 은행이 직불카드 거래에서 받을 수 있는 수수료 한도 적용을 피할 수 있어 미국 결제시장 규제 논쟁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7일(이하 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웰스파고, PNC파이낸셜서비스그룹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이 금융기술 기업 피서브가 보유한 결제 네트워크 인수 방안을 최근 몇 달 사이 예비적으로 논의했다.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실제 거래가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며 피서브 네트워크를 검토했던 일부 은행은 이미 추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은행 경영진은 이런 거래가 정치권, 규제당국, 가맹점의 강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더빈 수정조항 피할 수 있는 구조


대형 은행들이 결제 네트워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2010년 도드-프랭크법에 포함된 ‘더빈 수정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자산 100억달러(약 15조2000억원) 이상 은행이 직불카드 거래에서 가맹점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수료를 제한한다.

직불카드 결제 수수료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직불카드로 결제할 때 가맹점이 부담하는 비용이다. 이 수수료의 상당 부분은 카드를 발급한 은행과 금융기관의 수익이 된다.

다만 더빈 수정조항의 수수료 상한은 거래가 외부 결제 네트워크를 통해 처리될 때 적용된다. 은행이 거래를 처리하는 결제망 자체를 소유하면 이 상한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피서브가 보유한 직불카드 결제 네트워크를 인수할 경우 더 많은 거래 수수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직불카드 수수료는 업계 전체로 보면 매년 수십억달러 규모에 이르는 수익원이다.

◇ 캐피털원·디스커버 거래가 자극

대형 은행들의 관심은 캐피털원파이낸셜이 디스커버파이낸셜을 506억달러(약 76조7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커졌다. 캐피털원은 디스커버 인수를 통해 카드 네트워크를 직접 보유하게 됐다.

카드 네트워크를 갖게 되면 거래 과정에서 중간 단계를 줄이고, 가맹점과 더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이는 결제 처리 비용과 수수료 구조에서 은행이 더 많은 통제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대형 은행들은 이 구조를 부러워하고 있다. JP모건과 BofA, 웰스파고 같은 은행은 막대한 직불카드 고객 기반을 갖고 있지만, 거래가 외부 결제 네트워크를 거치면 더빈 수정조항의 수수료 상한에 묶인다.

결제망을 직접 소유하면 수수료 상한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제 데이터와 가맹점 관계, 보상 프로그램 설계에서도 더 큰 권한을 확보할 수 있다.

◇ 피서브, STAR·Accel 보유


피서브는 월가 금융회사와 일반 소비자 결제를 연결하는 금융기술 기업이다. 이 회사는 직불카드 거래를 처리하는 네트워크인 STAR와 Accel을 보유하고 있다.

STAR와 Accel은 직불카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전자상거래 결제 등을 처리하는 기반망이다. 소비자가 직불카드로 결제할 때 거래 승인과 정산, 은행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인프라다.

피서브는 최근 경영과 주가 측면에서 압박을 받아왔다. WSJ에 따르면 피서브 주가는 1년 전보다 약 70%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대형 은행들이 피서브 네트워크 인수 가능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네트워크 매각은 피서브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제 네트워크는 회사의 핵심 자산 가운데 하나다. 매각 가격과 규제 승인, 기존 고객과의 계약 관계 등이 모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은행은 수익 회복, 상인은 비용 부담 우려


은행들은 더빈 수정조항이 직불카드 보상 프로그램과 무료 당좌예금 같은 서비스를 축소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탓에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논리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더빈 수정조항 시행 이후 직불카드에 월 5달러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가 소비자 반발에 철회한 적이 있다.

반면 가맹점과 더빈 수정조항 지지자들은 수수료 상한이 소비자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다. 가맹점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가 낮아지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결제망 인수를 통해 수수료 상한을 피하려 한다면, 상인단체와 소비자단체는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대형 은행이 법의 취지를 우회해 가맹점 비용을 다시 높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치·규제 반발이 최대 걸림돌


이번 논의가 초기 단계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도 정치·규제 리스크다. 미국 의회는 카드 결제 수수료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은행과 유통업계 사이의 갈등을 다뤄왔다.

대형 은행들이 결제망을 사들여 더빈 수정조항의 상한을 피하려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의회와 규제당국이 다시 개입할 수 있다. 거래 심사 과정에서 독점, 경쟁 제한, 소비자 비용 전가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가맹점들도 반발할 수 있다. 직불카드 결제 수수료가 오르면 대형 유통업체뿐 아니라 중소 상인에게도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은행이 결제망까지 소유하면 카드 발급과 결제 처리, 수수료 수취 구조를 모두 장악하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내부에서도 이런 반발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WSJ는 “일부 은행 경영진이 피서브 네트워크 인수 추진이 정치적 역풍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트럼프 행정부 아래 결제시장 경쟁 격화


이번 논의는 미국 결제시장이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암호화폐와 금융기술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존 은행들도 결제 분야에서 새로운 우위를 찾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핀테크 결제 서비스는 전통 은행의 결제 수익을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와 기업이 더 빠르고 저렴한 결제 수단을 요구하면서, 은행들은 카드 네트워크와 결제 인프라에서 더 큰 통제권을 확보하려 한다.

직불카드 수수료는 오래된 논쟁이지만 결제망 소유 문제는 새로운 차원의 경쟁이다. 은행이 네트워크를 보유하면 수익 구조뿐 아니라 결제 데이터, 고객 관계, 가맹점 협상력까지 바뀔 수 있다.

캐피털원의 디스커버 인수는 이런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다른 대형 은행들도 자체 결제망 확보 가능성을 살펴보며 뒤처지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작은 거래가 결제시장 흔들 수도


피서브 네트워크 인수 논의는 거래 규모만 놓고 보면 캐피털원의 디스커버 인수처럼 초대형 딜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파급력은 작지 않다.

직불카드 수수료 상한은 은행, 유통업체, 소비자 사이에서 10년 넘게 이어진 민감한 사안이다. 대형 은행들이 결제망 소유를 통해 이 규제를 우회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기면,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구조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미국 직불카드 결제시장의 비용 구조와 경쟁 구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은행은 수수료 수익을 늘릴 기회를 얻지만 가맹점은 비용 상승을 우려하게 된다. 소비자에게는 보상 프로그램 확대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가맹점 비용이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번 논의가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그러나 대형 은행들이 피서브 결제망 인수를 검토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미국 결제시장이 다시 규제와 수수료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에 서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