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행정·비용 폭탄에 글로벌 공급망 대혼란
전기아크로 등 ‘친환경’ 중소 생산업체 되려 불이익… 보고 양식 불일치로 가혹한 벌금 직면
EU-중국 탄소 배출권 가격 격차 10배 육박… 중소기업 퇴출 가속화 속 중동·동남아로 시장 우회
전기아크로 등 ‘친환경’ 중소 생산업체 되려 불이익… 보고 양식 불일치로 가혹한 벌금 직면
EU-중국 탄소 배출권 가격 격차 10배 육박… 중소기업 퇴출 가속화 속 중동·동남아로 시장 우회
이미지 확대보기탄소 누출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실행 단계에 진입한 이번 조치가 외려 친환경 탈탄소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해 온 중소 기업들에게 가혹한 ‘독소 조항’으로 작용하면서, 기후 정책이 사실상 무역 보호주의 무기로 돌변했다는 자본시장의 비판이 거세다.
16일(현지시각)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EU의 탄소 관세 체계인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내 수십만 개의 글로벌 제조업체와 철강 교역상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고군분투하고 있다.
“공장 좌표부터 탄소 강도까지 요구”... 중소기업 덮친 관료주의 덫
중국 북부 허베이성에서 철강 하드웨어를 유럽으로 수출해 온 기업가들은 최근 독일 등 현지 바이어들로부터 정밀한 다중 탭 스프레드시트를 요구받고 주문이 동결되는 가혹한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겪었다.
양식에는 공장의 정확한 지리적 좌표부터 상류 원자재 공급망의 탄소 집약도 데이터까지 줄마다 낱낱이 기재할 것이 명시됐다. 데이터를 증빙하지 못하면 화물이 유럽 세관 철막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부 추적 인프라가 전무한 중소기업들은 결국 수천 달러에 달하는 고액의 제3자 검증 에이전시 수수료를 지불하며 수출 전 단계부터 마진을 잠식당하고 있다. CBAM은 시멘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대 탄소 집약적 부문의 제조업체들이 EU로 수송하는 모든 배출량에 대해 탄소 인증서를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법적으로는 유럽의 수입업자가 인증서를 매입해야 하지만, 치열한 가격 전쟁의 늪에 빠진 시장 구조상 실제 비용 부담은 대부분 중국 공급업체 몫으로 고스란히 전가되는 실정이다.
선의의 친환경 기업 부러뜨리는 ‘기준값 처벌’... 10배 격차의 탄소 배출권 장벽
더욱 심각한 모순은 고철을 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레거시 용광로 대비 60%에서 80%까지 획기적으로 줄인 ‘전기아크로(EAF)’ 기반의 친환경 중소 제철소들이 외려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
CBAM 준수 전문가인 리처드 린(Richard Lin)은 “기업들이 부정행위를 저질러서가 아니라, 단지 EU의 보고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그 복잡성을 처벌하는 시스템은 탈탄소화를 유도하겠다는 CBAM 본연의 목적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기에 중국 국가 배출권 거래 시스템에서 전기아크로 발전소가 제외되어 있어 지역 탄소 요금 공제 혜택마저 받지 못한다. 더욱이 EU의 탄소 배출권 인증서 가격은 이산화탄소 톤당 75.36유로(약 13만 1,000원) 선인 반면, 중국 국내 배출권은 톤당 약 80위안(유럽 가격의 10% 수준)에 불과해 규제 격차에 따른 충격을 흡수하기 불가능한 구조다.
중동·동남아로 유통망 리밸런싱… 시장 구조조정의 치트키 되나
수출 마진 붕괴의 덫에 걸린 중국 철강 무역상들은 공급망 영토의 대대적인 리밸런싱을 타진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발 주문이 행정적 리스크 우려로 급감하자, 규제 펜스가 느슨하고 인프라 수요가 폭발하는 중동, 동남아시아, 남미 시장으로 무기 및 철강 수송 포커스를 긴급히 전환하는 추세다.
유럽 내 풍력 터빈 제조사 등 핵심 하류 기업들 역시 저렴한 중국산 철강 공급줄이 조여지며 생산 원가 상승 압박이라는 부메랑을 맞기 시작했다.
역설적으로 에너지 및 청정공기연구센터(CREA) 등 전문가들은 이번 CBAM 파고가 중국 철강업계의 가혹한 고질병이었던 ‘공급 과잉(인볼루션)’ 위기를 강제로 치료하는 치트키가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가혹한 행정·재정적 자본 부담을 견디지 못한 한계 중소기업들이 대거 시장에서 퇴출당하면, 바오우 철강그룹(Baowu Steel Group) 같은 고자본 국영 대기업들이 수소 직접환원철 등 넷제로 인프라 투자를 독식하며 공급망을 재정렬할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EU의 압박은 시멘트·철강 분야에 대한 중국 국내 배출권 거래제 확대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완수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오는 2028년부터 CBAM 규제 장막을 기계 및 가전제품을 포함한 180종의 알루미늄·철강 집약적 하류 완제품까지 전격 확대할 것을 예고한 가운데, 개발도상국 가치사슬의 복잡성을 배려한 유예기간 믹스가 동반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테크 및 제조 마진 전반에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덫이 가동될 것이라는 월스트리트 자본가들의 매서운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