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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내려도 항공료 안 내려”…美 항공업계 고운임 고착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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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내려도 항공료 안 내려”…美 항공업계 고운임 고착화 전망

아메리칸항공 “현재 운임 유지될 것”…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도
항공유 급등에 실적 악화에도 수요 견조…대형 항공사 가격 결정력 강화
지난 6월 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미국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6월 6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서 미국 아메리칸항공 여객기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급등한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항공권 가격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높은 연료비 부담을 이유로 항공료를 대폭 인상한 가운데 유가가 안정되더라도 현재의 운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부 항공업계 경영진은 내년에 항공권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메리칸항공이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항공료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데번 메이 아메리칸항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FT와 가진 인터뷰에서 "연료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항공료는 대체로 지금 수준에 머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 가격이 올라간다면 높아진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더 높은 수익률과 운임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메리칸항공, 매출 19% 늘었지만 연료비에 적자 전망


미국 항공업계는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항공유 가격이 두 배로 치솟으면서 항공료를 큰 폭으로 인상했다.

그러나 메이 CFO는 최근의 항공료 인상이 단순히 연료비 상승만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항공권 가격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메이 CFO는 "이러한 가격 인상은 이상적으로는 2024년에 이뤄졌어야 했다"며 "당시에는 항공업계가 공급 과잉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서야 여러 여건이 맞아떨어지면서 실질 운임 수익률을 7년 전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항공이 22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도 이러한 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다.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했다. 고급 좌석을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여행 매출이 23% 늘었고 기업 출장 관련 매출도 28% 증가했다.

그러나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3분기 연료비가 전년 동기보다 19억달러(약 2조5124억원) 증가하면서 수익성은 악화됐다.

회사는 올해 연간 조정 주당순손실이 1~1.60달러(약 1322~2116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항공료 인상과 프리미엄 수요 증가로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연료비 상승 부담을 모두 상쇄하지는 못한 것이다.

◇델타·유나이티드도 연료비 부담…항공료 인상으로 대응


다른 미국 대형 항공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델타항공은 이달 초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했지만 연료비 부담을 이유로 이익 전망을 대폭 낮췄다.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연료비 증가로 18억달러(약 2조3801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다만 유나이티드항공은 항공료 인상 등을 통해 이 비용의 72%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항공권 가격이 크게 올랐음에도 여행 수요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항공료를 약 20% 올렸지만 판매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형 항공사들은 특히 가격 인상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고소득층의 프리미엄 여행 수요 증가로 혜택을 보고 있다.

항공사들은 고급 좌석과 공항 라운지를 확대하고 고급 와인과 샴페인 등 부가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프리미엄 고객 확보 경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앤드루 노셀라 유나이티드항공 최고상업책임자(CCO)는 21일 투자자들에게 소비자와 기업들이 항공료 인상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항공료가 다른 물가와 여행 관련 비용의 상승세를 오랫동안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반 여행 수요에서는 가격 인상에 따른 일부 영향도 나타났다.

노셀라 CCO에 따르면 3분기 레저 여행 부문의 좌석 점유율은 1.3%포인트 하락했다.

그는 이를 항공료 상승에 따른 수요의 제한적인 가격 민감도 반응으로 설명하면서 항공사 입장에서는 감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항공료 추가 상승 가능성…유럽·아시아 항공사도 가세


미국 항공사들은 유럽과 아시아 경쟁사보다 항공유 가격 변동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

유럽과 아시아 항공사들은 항공유 가격 상승에 대비한 위험회피 계약을 비교적 많이 확보해 왔지만 미국 항공사들은 이러한 보호 장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에는 세계 항공업계 전반의 위험회피 계약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유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항공사들이 새로운 가격 위험회피 계약 체결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항공사 경영진은 이에 따라 내년에도 항공료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FT와 인터뷰에서 내년 여름 항공권 가격이 최대 20%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남미 최대 항공사인 라탐항공과 이탈리아의 ITA항공도 지난주 내년 항공료 상승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항공료 상승이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 항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대형 항공사 가격 결정력 강화…저비용항공사 압박


미국 항공업계에서는 대형 항공사들이 높은 항공료를 유지할 수 있는 시장 구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경제 분석업체 플라이트패스이코노믹스의 댄 에이킨스 항공경제학자는 미국 시장의 경쟁 부족과 저비용항공사들의 재무적 압박을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 대형 항공사들이 현재 시장에서 가능한 수준까지 항공료를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이킨스는 "미국의 4대 항공사는 수요가 유지되는 한 승객들에게 계속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급등한 항공료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 조정을 넘어 항공업계의 수익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고소득층의 프리미엄 여행 수요가 견조하고 저비용항공사들의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대형 항공사들이 유가 하락분을 항공료 인하로 돌려줄 유인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