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론 2028년까지 공급 제약 예고…장기계약으로 수요 가시성 확보
- 고대역폭메모리 증설이 범용 D램 잠식…고객 요청량과 확정 주문 구분 필수
- 설비투자 회수와 실제 현금흐름 유지 여부가 주가 재평가 향방 결정
- 고대역폭메모리 증설이 범용 D램 잠식…고객 요청량과 확정 주문 구분 필수
- 설비투자 회수와 실제 현금흐름 유지 여부가 주가 재평가 향방 결정
이미지 확대보기장기공급계약 체결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따른 설비 부담은 이번 호황이 길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주식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현재 나타나는 공급 부족이 실제 기업의 지속가능한 이익과 탄탄한 현금흐름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주가 회복이 가능하다는 신중론이 교차한다.
장기계약과 팹 완공 일정이 그리는 공급 제약
미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9월 30일 공개한 2026 회계연도 실적 발표 자료에서 2027년과 2028년 메모리와 저장장치 수급 환경이 2026년보다 훨씬 더 빠듯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전반에서 공급 제약이 장기화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제조사 차원의 경영 계획에 기반한 예측이며, 장기 가격이나 영업이익을 완전히 확정한 결과물은 아니다.
고객사와의 거래 형태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관측된다. 마이크론이 체결한 다년 계약 형태의 전략적 고객계약(SCA)은 총 26건이다. 마이크론은 이들 계약이 2030년까지 전체 예상 매출의 35% 이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추산했다. 고객사가 물량을 우선 인수하거나 위약금을 지불하는 구조다.
다만 세부 계약 조건과 가격 결정 방식이 제각각이어서 회사 전체 실적을 완전히 보장하는 안전판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 역시 생산능력 한계를 짚었다. 삼성전자는 7월 발표한 2분기 실적자료를 통해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차세대 HBM 수요 급증으로 하반기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7월 29일 주요 빅테크를 포함한 10여 개 고객사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공급량 확대는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마이크론은 미국 아이다호주에 짓는 첫 번째 신규 팹의 웨이퍼 투입 시점을 2027년 중반, 두 번째 팹을 2028년 말로 잡았다. 라인 가동 이후 실제 의미 있는 출하량이 나오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소요된다.
쟁점은 증설 물량이 폭발하는 인공지능 연산 수요를 충분히 메울 수 있는지 여부다.
고대역폭메모리 증설 부담과 고객 요청량의 실체
메리츠증권 김선우 연구위원은 8월 18일 발간한 반도체 심층 보고서에서 브로드컴·엔비디아·구글·에이엠디(AMD)가 타진한 2028년 HBM 수요 합계를 950억에서 1000억 기가비트(Gb) 수준으로 집계했다.
이는 시장조사업체가 제시한 장기 시장 예상치 약 550억 기가비트의 1.7배에서 1.8배에 이르는 규모다. 다만 이는 고객사가 향후 희망하는 구매 계획을 단순 합산한 수치다. 법적 구속력을 지닌 확정 발주나 실제 시장 거래량 자체를 뜻하지는 않는다.
HBM 생산 확대는 범용 메모리 공급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에서 범용 D램과 HBM의 웨이퍼 생산능력 소모 비율을 약 3대1에서 4대1로 산출했다. HBM 한 단위를 제조하는 데 일반 D램 서너 배의 웨이퍼 공간이 소모된다는 뜻이다.
고부가 HBM 비중이 늘어날수록 범용 D램 공급이 자연스레 줄어드는 구조여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체 실적을 가늠하려면 HBM 판매량뿐 아니라 범용 D램의 단가 흐름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
소재 업계에서도 설비 부담 신호가 감지된다. 대만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 글로벌웨이퍼스는 8월 4일 실적 발표에서 시험 생산 중인 신규 증설분을 제외한 기존 12인치 웨이퍼 생산 라인이 완전히 가동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수요처로는 자율주행과 지능형 로봇이 꼽힌다. 마이크론은 레벨4 자율주행차 한 대당 200기가바이트(GB) 이상의 메모리가 실리고, 휴머노이드 로봇도 비슷한 용량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 역시 장기 잠재 수요 전망일 뿐 실제 양산 납품 계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낮은 밸류에이션 너머 숫자로 검증받는 이익 체력
주식시장의 반응은 낙관론과 거리를 둔다. 10월 22일 한국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03%, SK하이닉스는 5.49% 하락 마감했다.
로이터는 10월 16일 시장 분석 보도에서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코어위브(CoreWeave)의 자금조달 부담과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기술 추격 정황이 기존 메모리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보도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물로, 단기적인 경쟁 구도 변화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증권가 일각에서 거론되는 낮은 주가수익비율(PER)도 냉정하게 해석해야 한다.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현재 주가를 미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로 나눈 지표다. 주가가 멈춘 상태에서도 향후 기업 이익 추정치가 반토막 나면 지표 수치는 두 배로 치솟는다. 높은 순이익이 온전히 유지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9월 17일 발표한 공급망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메모리 산업의 수요 기반을 넓힌 것은 분명하지만, 대규모 설비 증설에 따르는 주기적 하강 위험까지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인공지능 수요가 증설 물량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하거나 빅테크의 자본 지출이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경우 공급 과잉 국면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공개된 산업 지표를 종합하면 타이트한 수급과 장기공급계약은 메모리 제조사의 이익 방어막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본격적인 재평가는 분기별 실적 발표를 통해 제품 판매 가격 상승과 높은 영업이익률이 실현되고, 대규모 설비투자 집행 이후에도 실제 잉여현금흐름이 견고하게 남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시점에 열릴 전망이다. 빅테크의 자본투자 집행 강도와 신규 생산 라인의 실질 수율이 향후 실적의 크기를 결정한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