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즈에는 비즈니스도 No
- 이란력 새해로 장기간 휴가 돌입 -
- 페르시아 특유 봄맞이 의식 이어져 -
□ 들어가며
한국시각 기준 2014년 3월 21일(금) 새벽 5시 30분, 이란이 새해를 맞는다. 이란력으로 1393년 1월 1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동시에 최대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노루즈(No Ruz) 연휴가 시작된다. 공식 휴일은 5일이지만 이란인 대부분은 추가로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거나 휴식을 취한다. 따라서 노루즈 연휴를 전후로 최소 2주 이상 비즈니스가 전면 중단된다. 우리 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이나 중국의 춘절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KOTRA 테헤란 무역관에서는 이란인에게 노루즈가 갖는 중요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 이란(Iran) 혹은 이란(異蘭)
이란에는 세 개의 달력이 있다. 이란은 고유의 달력인 이란력을 기초로 이슬람력, 서력을 사용하고 있다. 이란은 고대부터 태양력을 썼는데, 현대의 이란력은 1925년 3월 21일 팔레비조의 레자 샤 시대에 채택되었다. 이란력은 3월 21일 시작되며 1월에서 6월까지는 31일이고 7월부터 11월까지는 30일이다. 12월은 평년의 경우 29일, 윤년에는 30일이 된다.
우리가 서력을 기초로 음력을 병기하는 것과 달리 이란은 현재도 이란력이 중심이고 서력은 참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글을 쓰고 있는 오늘 날짜는 1392년 12월 28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란은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와도 구분되는 ‘다른’ 나라이다. 이란(Iran)을 가차 형식으로 표기한다면 이란(異蘭, 다른 나라)이 적당하지 않을까?
노루즈는 이란력 기준으로 새해 첫날인 동시에 13일 동안 이어지는 명절을 의미한다. 단어 자체에 뜻이 포함되어 있는데 노루즈의 ‘노(No)’는 ‘새로운’이라는 뜻이고, '루즈(Ruz)'는 날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새 날’ 정도가 맞을 것이다. 이란력에서 ‘새 날’은 계절에 맞춰서 시작된다. 노루즈는 이란력으로 1월 1일이자 봄이 시작되는 입춘인 셈이다. 따라서 노루즈에는 동면 후, 자연의 부활을 기리고 만물이 깨어나는 것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재하든 의도된 것이든, 노루즈는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빛을 회복한 후 자연의 성장과 번창을 기원하는 페르시아 문화의 봄맞이 의식이다.
□ 화요일 밤의 정화의식
오늘날 노루즈의 기원은 사산조 페르시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란의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내재한 노루즈는 사산조 시대 조로아스터교의 전통과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산조 시대 축제일은 신년을 맞이하기 열흘 전부터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수호천사들과 죽음의 영이 열흘간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을 찾는다고 믿었다. 축제와 예배로 수호천사들과 죽응의 영을 맞기 위해 대청소가 행해졌다. 인간들이 그들을 맞을 준비가 된 것을 알리기 위해 밤에는 지붕 위에 횃불을 놓았다. 그 축제를 수리(Suri)라고 불렀다.
요즘에도 이란인은 노루즈를 맞아 대청소를 하며, ‘차하르 샨베 수리(Chahar Shanbe Suri)'를 지킨다. ‘차하르 샨베’는 수요일을 뜻하며 노루즈 직전 마지막 화요일 밤에 모닥불 주변에 모여서 새해의 번영,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식이다. 사람들은 거리나 골목에 나가 모닥불을 피우고 전통 노래를 부르며 불을 뛰어넘는다. 이는 새해를 경건하게 맞이하기 위해 무의식이나 영혼의 두려움을 태우는 일종의 정화 의식이다. 이란인들은 불을 뛰어넘음으로써 모든 악과 불운이 제거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비즈니스 시 상대방의 관습과 문화에 애정을 갖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반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란인과 거래를 할 때 이 점은 더욱 진지하게 새길 필요가 있다. 이란은 이슬람 문화권에서도 소수인 시아파 국가이며, 이란인들은 이슬람 이전 페르시아 문명에 대한 자부심을 품고 살아간다. 노루즈를 앞두고 이란에 비즈니스 출장을 왔다고 가정해보자. 클레임 건으로 상담 중이던 바이어에게 “살레 노 모바락(Sal-e no mobarak, Happy New Year와 같은 페르시아어 표현)"이라는 이란식 새해 인사를 한마디 던지면 딱딱한 분위기가 금세 풀어질지도 모른다. 이란력 1393년, 이란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우리 기업에 행운이 있기를 기원하며, 살레 노 모바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