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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정말 무너지나? 민주당 압승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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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정말 무너지나? 민주당 압승 후폭풍

블루쓰나미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블루 쓰나미, 반도체 슈퍼랠리의 종언인가 체질 변화인가

미국 중간선거는 예상을 뛰어넘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장악하던 상원과 하원을 모두 되찾았다. 상원에서는 텍사스, 캔자스, 아이오와,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메인 등 공화당 의석을 차례로 빼앗았다. 공화당 텃밭마저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블루 웨이브'가 아니라 '블루 쓰나미'라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이 물가를 끌어올려 가계 부담을 키웠다는 민주당의 공세가 유권자에게 그대로 먹혀든 결과다. 트럼프 2기 후반부는 사실상 레임덕과 의회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민주당 압승…상·하원 모두 탈환, 트럼프 국정운영 제동


시장의 반응은 묘했다. 선거 결과가 나온 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3.03% 급등해 53,356선에서 마감했다. 그런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오히려 3.13% 떨어진 10,268선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 상승률은 1.44%에 머물렀다. 유가 하락과 전쟁 종식 기대에 전통 산업주는 환호했지만, 올해 시장을 이끌어 온 반도체는 홀로 소외된 것이다. 한국 시장은 더 극적이었다. 민주당의 양원 탈환이 유력해지자 코스피는 장중 3%대 상승에서 4%대 하락으로 급반전했다.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약 400포인트에 달했다. 이제 시장은 묻는다. 반도체 슈퍼랠리는 여기서 끝나는가.

美 중간선거 후 다우 3% 폭등… 반도체는 약세

반도체 약세의 표면적 이유는 규제 리스크다. 선거 이후 AI 산업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를 불렀다. 선거 전부터 월가는 민주당이 양원을 장악하면 규제가 강화되어 반도체주에 매도 압력이 더해질 가능성을 경계해 왔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빅테크의 독점, AI 안전성 문제는 민주당 의회가 청문회 무대에 올리기 좋은 소재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랠리 자체가 이미 지쳐 있었다는 점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석 달 만에 세 배 가까이 뛴 뒤 고점 대비 약 25% 밀렸다. 10월에는 여드레 동안 반도체주 시가총액 1조 달러가 증발했다. 선거는 차익 실현의 명분을 제공했을 뿐, 하락을 만든 원인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번 선거를 반도체 랠리의 '사망 선고'로 읽는 것은 과잉 해석이다.

오히려 펀더멘털은 아직 견고하다. AI 투자 사이클은 의회 권력 구도와 무관하게 돌아간다. 미국 빅테크의 올해 설비투자 추정치는 1년 전 4,330억 달러에서 8,050억 달러로 상향되었다. 이 거대한 자본 지출이 하루아침에 멈추지는 않는다. 대중국 기술 견제 역시 초당적 사안이다. 중국 반도체를 겨냥한 수출 통제 계획은 초당적 합의로 추진되고 있으며, 중국 메모리 업체의 증설이 막히면 한국 메모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은 민주당 의회에서도 유효하다. 민주당은 반도체를 산업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 온 정당이기도 하다.

역사적 경험도 비관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집권당이 패배한 중간선거의 이듬해 S&P500지수는 평균 14.9%, 코스피는 평균 10.6% 상승했다. 행정부와 의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교착 상태는 급진적 정책 변화를 막아 오히려 불확실성을 줄인다. 관세 남발에 제동이 걸리고 유가가 안정되면 금리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기술주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물론 위험 요인도 분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과 행정명령 강행, 하원의 탄핵 시도가 맞물리면 정국 경색이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다. 이란 문제가 다시 불거져 유가와 금리를 밀어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한국 증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선거 당일 외국인은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약 2조 원을 순매도했다. 반도체가 흔들리면 지수 전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취약성은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는 반도체 슈퍼랠리의 종언이라기보다 랠리의 성격이 바뀌는 분기점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유동성과 기대감에 기대어 모든 반도체주가 함께 오르던 국면은 끝났다. 앞으로는 실적과 기술 경쟁력,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종목 간 차별화가 뚜렷해질 것이다. HBM과 고부가 메모리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진 기업은 조정을 기회로 삼겠지만, 기대만으로 부풀었던 종목은 혹독한 재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정치는 시장을 잠시 흔들 수 있어도 산업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한다. AI라는 거대한 흐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선거 결과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거품과 실체를 가려내는 냉정한 안목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