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중동발(發)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가 3주 연속 상승하는 등 이른바 '허니문 랠리'를 이어온 가운데, 지정학적 불안이 증시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 타격 이후 중동 정세가 급격히 긴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87% 하락한 2,894.62에 마감했으며, 뉴욕증시 주요 지수도 하락 압력을 받았다.
하나증권은 15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사태가 글로벌 신용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하이일드(HY) 스프레드 변동은 미미했으며, 에너지 섹터에서는 오히려 유가 반등 기대감에 따라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뉴스 흐름에 따라 단기적 변동성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유럽 경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카타르 LNG 수출의 20%가 통과하는 만큼, 중동 사태가 유럽 가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심대할 수 있다. 하나증권은 유럽과 아시아 간 에너지 확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경고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가중…관세·희토류 리스크 부각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관세와 재정 지출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철강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고 자동차 관세 인상을 시사하면서 무역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도 글로벌 공급망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산업 등 주요 제조업의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흥국에 대한 관심 확대…중국은 정책 완화 기대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서도 라틴아메리카, 동남아,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 관심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인도는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일본 금융기관들도 인도 금융시장 진출에 나서는 등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투자심리에 부담 요인이지만, 내수 부양 및 대외 정책 완화를 통해 경기를 회복하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술 규제 완화와 재정·통화 정책 지원에 대한 기대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증시, 상승 랠리 속 중동 변수 주목
국내 증시는 지난주 외국인의 2조3000억 원대 순매수에 힘입어 코스피가 3년 반 만에 2920선을 넘어섰다. 특히 기계·장비(10.49%), IT서비스(6.54%), 금속(6.32%) 업종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강세장을 이끌었다. 코스닥도 768.86로 3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은 “과거 중동 리스크는 외교 중재를 통해 확전이 제한됐지만, 이번엔 미국-이란 핵협상 직전에 공습이 벌어진 만큼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나증권은 “지정학적 긴장이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기업들의 마진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FOMC와 주요 지표 발표…이번 주 주목 포인트
이번 주는 19일(한국시간) 발표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가장 큰 주목을 받는다. 기준금리는 동결이 유력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입장이 수정될지가 핵심이다. 관세 등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시장은 1회 인하로의 후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미국과 중국의 5월 산업생산 및 소매판매, 일본은행(BOJ)의 정책회의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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