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CEO 탐구]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10년'...리딩 금융 판 흔들다

글로벌이코노믹

[CEO 탐구]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의 '글로벌 10년'...리딩 금융 판 흔들다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지난 2024년 국제경영학회(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 이하 AIB)에서 아시아 금융인 최초로 '국제 최고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사진=미래에셋증권이미지 확대보기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이 지난 2024년 국제경영학회(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 이하 AIB)에서 아시아 금융인 최초로 '국제 최고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그룹이 한국 자본시장의 지형도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의 상장 계열사 합산 시가총액은 약 47조 3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미래에셋증권만 보면, 우선주 포함 합산 시총 약 43조7000억 원(보통주 기준 약 39조9795억 원)을 기록하고 있고, 보통주는 코스피 시총 18위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금융지주(약 28조 8000억 원대)와 하나금융지주(약 35조1000억 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금융업종 내 최상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붙인 결과다.

이러한 폭발적인 랠리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2025년 잠정 공시 기준 세전이익 2조800억 원(전년 대비 70% 증가), 순이익 1조5936억 원, 영업이익 1조9150억 원이라는 압도적인 실적이 성장의 뼈대를 이뤘다. 여기에 연 환산 ROE 12.4%, 총 고객자산 602조 원(1년 새 120조 원 증가)이라는 지표는 미래에셋이 단순한 국내 증권사를 넘어 글로벌 투자 플랫폼으로 완벽히 체질을 개선했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30년 가까이 역발상과 글로벌 확장을 주도해 온 박현주 회장(GSO)의 치열한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 1997년 외환위기에서 시작된 역발상, 그리고 ‘책임’의 리더십


박현주 회장의 행보는 이력의 나열이 아닌, 위기를 돌파해 온 치열한 선택의 연속으로 설명된다. 1986년 동양증권 입사 후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1991년 33세의 나이에 최연소 지점장(중앙지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후 1997년 자본금 100억 원으로 미래에셋벤처캐피탈(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하며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는 IMF 외환위기 직후로 경제가 붕괴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박 회장은 "한국 경제는 반드시 회복한다"는 확신 아래 1998년 12월, 국내 1호 폐쇄형 주식형 뮤추얼펀드인 ‘박현주 1호’를 시장에 내놓았다.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라는 슬로건과 함께 투명한 밸류에이션으로 고객을 설득한 이 선택은 훗날 미래에셋을 아시아 자본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시키는 단초가 되었다.

박 회장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지점은 단지 화려한 성공 신화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1년 펀드 성과 부진 당시, 그는 회피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사과 광고를 내며 인정했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불굴의 의지 이면에는, 고객 자산을 책임진다는 뼈아픈 반성과 ‘책임 인정’이라는 단단한 리더십이 존재한다.

■ "왜 금융은 안 될까"… 하버드가 주목한 개척자


박 회장의 시선은 일찍부터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로 향해 있었다. "세계 GDP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되는데 한국에만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냐"는 그의 근본적 의문은 2003년 국내 운용사 최초의 홍콩 해외 운용법인 설립으로 이어졌다. 이후 2006년 인도 법인 설립, 2008년 룩셈부르크 SICAV(역외펀드) 최초 설립 등 글로벌 확장의 개척로를 쉼 없이 열었다.

한국의 제조업 창업자들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는 것을 보며 "왜 금융은 안 될까"를 끊임없이 되물었던 그는 40대에 매일 수천 페이지의 영문 자료를 탐독하며 아시아, 중국, 인도 펀드라는 해답을 제시했다. 이러한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은 결국 국제 학계의 인정으로 이어졌다.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HBS)은 미래에셋의 성장 스토리를 ‘Mirae Asset: Korea’s Mutual Fund Pioneer’라는 제목의 교육용 케이스 스터디로 채택했다. 국내 금융사가 국제 최고 학부의 정규 케이스로 선정된 것은 한국 자본시장의 쾌거였다.

■ 선택과 집중의 M&A, 글로벌 ETF 플랫폼과 스페이스X 베팅


박 회장이 강조하는 "What보다 How"의 철학은 글로벌 M&A 전략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는 "제약 조건을 감안해 가장 매력적인 자산에 집중했고, M&A와 글로벌 브랜드 강화를 위해 거의 10년을 자본 축적 시간으로 활용했다"고 회고한다. 이 ‘10년의 축적’은 오늘날 폭발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그룹과 각 계열사는 명확한 목적 아래 전략적 인수를 단행했다. 2011년 캐나다 호라이즌스 ETF(Horizons ETFs) 인수를 시작으로, 2018년 미국 글로벌 X(Global X), 2022년 호주 ETF 시큐리티스(현 Global X Australia) 인수로 글로벌 ETF 플랫폼의 뼈대를 완성했다. 이어 2023년에는 영국 마켓메이킹 기업 GHCO, 호주 로보어드바이저 스탁스팟(Stockspot),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Sharekhan)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유동성 공급과 AI 플랫폼, 브로커리지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2025년 말 기준 글로벌 ETF 순자산은 약 300조 원(세계 12위권)에 달해, 국내 ETF 전체 시장 규모(294조 원)를 가볍게 상회하고 있다.

혁신 기업을 향한 안목도 돋보인다.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은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일론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약 2억 7800만 달러(약 4000억 원)를 투자했다. 이러한 혁신 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최근 시총 40조 랠리를 견인한 주요 동인으로 작용했다. 박 회장은 향후 2030년까지 창출될 영업이익과 투자 회수금을 합쳐 약 200억 달러(약 28조5000억 원) 규모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글로벌 M&A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국제 최고경영자상 수상과 이사회 중심의 투명한 지배구조

박 회장의 글로벌 궤적은 2024년 국제경영학회(AIB)로부터 ‘올해의 국제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하며 정점을 찍었다. 이는 1995년 고(故) 최종현 SK 회장 수상 이후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이자, 아시아 금융인으로서는 최초의 영예다. 박 회장은 수상 연설에서 "19개국 네트워크를 통해 830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며, 자본력과 인력의 한계 속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자산에 집중해 ESG 기반의 장기 가치를 창출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닦아놓은 미래에셋의 지배구조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 미래에셋은 비금융 부동산 관리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중심으로 얽힌 순환출자 없이, 각 계열사 이사회 중심의 수직적이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박 회장은 "그룹 경영은 각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맡고, 자녀들은 주주로서 이사회에만 참여할 것"이라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을 확고히 했다. 최근 장남 박준범 선임매니저가 벤처투자에서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투자(PI) 부문으로 이동한 것 역시, 섣부른 경영 참여보다는 향후 이사회 차원에서 전략적 투자 판단을 돕기 위한 역량 축적 과정으로 풀이된다.

■ 철저한 사회환원과 ESG 실천, ‘책임의 리더십’ 완성


"성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일 뿐"이라는 박현주 회장의 철학은 흔들림 없는 사회환원 행보로 입증되고 있다. 2000년 3월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2025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50개국, 7944명의 장학생을 지원하며 한국의 젊은 인재들을 글로벌 리더로 키워내고 있다.

박 회장 개인의 헌신도 압도적이다. 그는 2010년부터 15년째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받는 배당금을 전액 재단에 기부하고 있으며, 향후 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에 자신이 보유한 미래에셋컨설팅 지분 25% 역시 미래에셋희망재단에 전액 환원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와 베트남 등지에도 현지 CSR 재단을 운영하며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의 시대에도 기술과 불평등, 기후 위기라는 전체 그림을 동시에 봐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현주 회장. 실패의 책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정직과 투명, 고객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지켜온 그의 ‘글로벌 10년 대계’는 이제 한국 금융이 나아가야 할 가장 확실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