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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착시'… 이란 전쟁 4달러 공포 속 숨은 수혜주 3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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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착시'… 이란 전쟁 4달러 공포 속 숨은 수혜주 3선

미 비축유 방출로 누른 유가… 여름철 '덮개' 벗겨지면 인플레이션 재발 직격탄
가스 안보 확보한 EQT·베이커휴즈, 영토 넓히는 비스타에너지 등 대안으로 부상
이란 전쟁이 4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에너지 공급 충격에 직면했다. 아시아 각국이 연료 배급제에 돌입하고 정부들이 원유 비축고를 비우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신호가 왜곡됐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이란 전쟁이 4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에너지 공급 충격에 직면했다. 아시아 각국이 연료 배급제에 돌입하고 정부들이 원유 비축고를 비우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신호가 왜곡됐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이란 전쟁이 4개월 차로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사상 유례없는 에너지 공급 충격에 직면했다. 아시아 각국이 연료 배급제에 돌입하고 정부들이 원유 비축고를 비우는 가운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격 신호가 왜곡됐다는 경고가 나왔다.

배런스(Barron’s)는 지난 15(현지시각) 에너지 전문가 4인을 초청한 '에너지 라운드테이블' 토론을 보도하며 현 유가 수준이 실제 위험을 반영하지 못하는 '고장 난 바로미터'라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는 단기 유가 급등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과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개념 에너지 혁명 이끄는 주역들: 공급망 마비 속 빛나는 탑픽.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신개념 에너지 혁명 이끄는 주역들: 공급망 마비 속 빛나는 탑픽.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전쟁 끝나도 공급 먹통… '안일한 시장' 울릴 실질적 병목 시차

시장 참여자들은 전쟁 종식과 동시에 석유 공급이 재개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리적 공급 회복에 상당한 시차가 존재함을 명시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글로벌원유전략부문 대표는 "정전 협정이 맺어지더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제한을 해제하는 데만 수개월이 걸린다""유전 가동을 멈췄던 국가 중 사우디는 3~4개월, 인프라 파괴가 심각한 이라크는 정상화까지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겉으로 평온해 보이는 현재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크로프트 대표는 이를 "백악관이 단기전 프레임으로 시장 심리를 완벽하게 통제한 결과"라며 "미 정부가 방출한 4억 배럴의 전략비축유가 바닥을 드러내는 올여름이 오면 공급 충격의 민낯이 드러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원유 시장의 선물곡선은 여전히 완만한 백워데이션(근월물 가격이 원월물보다 높은 상태)에 머물며 장기적 공급 리스크를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착시 현상을 고착화하고 있다.

댄 피커링 피커링에너지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 역시 시장의 안일함을 꼬집었다. 피커링 CIO"글로벌 공급망이 하루 1000만 배럴 이상 공급 부족을 겪는데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대중이 체감할 때쯤에는 이미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기습적으로 폭등하기 전에 실질적인 공급 안보를 확보한 기업으로 자본을 이동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안보 패러다임' 수혜주… 가스·해상시추·기반시설 주목


에너지 공급망이 효율성 중심의 '적기 공급(Just-in-Time)'에서 '공격적 안보 확보'로 선회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전통 에너지를 대체할 글로벌 가스 인프라와 해상 시추 기업을 최우선 수혜주로 꼽았다.

로이드 번 제프리스 북미에너지연구부문 대표는 미국 가스 기업 EQT와 글로벌 가스 설비 기업 베이커휴즈(BKR)를 추천했다. EQT는 미국 내 에너지 자급 능력을 갖춘 동시에 북미 천연가스 수요 증가 가시성과 LNG 수출 확대 수혜가 집중되는 기업으로, 현재 선물 곡선 기준 12.5%의 잉여현금흐름(FCF)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베이커휴즈는 글로벌 LNG 밸류체인의 핵심 장비 기업으로서 서비스 부문의 높은 수익성과 함께 지열,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갖추어 청정에너지 전환 압박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다. 현 주가는 2년 선행 상당 가치 대비 에비타(EBITDA) 배율 11.5배로, 경쟁사 평균인 17배보다 저평가됐다.

해외 유전 개발 부문에서는 비스타에너지(VIST)가 유망주로 부상했다. 아르헨티나의 바카 무에르타(Vaca Muerta) 셰일 층을 개발 중인 이 회사는 기술 혁신과 수출 관로 확보에 힘입어 지난해 하루 115000배럴이던 생산량을 올해 165000배럴, 내년 195000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 변화도 호재다. 피커링 CIO"비스타에너지는 유가 75달러 기준 주당 순자산가치(NAV)120달러에 달해 자산 가치 대비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합병 절차를 마치고 자사주 매입을 재개한 데본에너지(DVN)와 국제 시추 수요 회복의 수혜를 입을 SLB, 할리버튼(HAL)이 핵심 방어주로 언급됐다.

AI가 당기는 에너지 시계… 배터리·그리드 가속페달


이번 공급 충격이 역설적으로 화석연료의 종말과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촉매가 될 것이라는 심층 진단도 제기됐다. 세스 커컴 갈바나이즈 글로벌주식 CIO"과거 1970년대 오일쇼크 때는 대안이 없었지만 지금은 기술적 대안이 존재한다""중국의 석유 수입량이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구조적 변화의 증거"라고 분석했다.

특히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발생하는 폭발적인 전력 수요와 그리드(전력망) 마비 현상이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미 전력청에 따르면 신규 AI 데이터센터 대응을 위해 매년 7500마일 이상의 고압 송전선로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 같은 병목 현상을 해결할 대안으로 미국 초고압 송전탑 시장 점유율 40%를 가진 발몬트 인더스트리즈(VMI)가 전력망 확충의 직접적 수혜주로 꼽힌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의 고질적 한계인 간헐성 문제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완전히 극복하게 한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300750.SZ)도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팩 가격이 킬로와트시(kWh)100달러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경제적 효율성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커컴 CIO"전기차와 그리드 저장장치 시장은 2030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전통 오일주에만 머무르는 포트폴리오는 장기 유가 하락 국면에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자 체크포인트, 인플레이션 귀환과 출구 전략의 조건


이번 사태의 향방과 내 자산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독자들이 주시해야 할 세 가지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미국 전략비축유(SPR) 잔고 감소와 휘발유 가격 폭등 (유가 급등 트리거):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할 경우 백악관의 심리 통제선이 무너지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경로가 전면 차단될 수 있다.

주요 석유 기업들의 설비투자(CAPEX) 미증가 (공급 부족 장기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 도달했음에도 단기 시추 마일 수가 늘지 않는다면 공급 부족 장기화에 베팅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내부 동향 (해협 리스크 완화 시그널): 경제적 한계에 부딪힌 이란 내부의 권력 균형 체제 균열 여부가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의 선행 지표가 될 것이다.

전쟁의 안개가 걷힌 뒤 마주할 청정에너지 역습과 화석연료의 수요 파괴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둔 분산 투자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