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AI는 거품, 그래도 MS는 예외"… '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베팅이 바뀌었다

글로벌이코노믹

"AI는 거품, 그래도 MS는 예외"… '빅쇼트' 마이클 버리의 베팅이 바뀌었다

골드만·KKR도 설비투자 회수 의문… "닷컴과 달리 매출은 이미 난다" 반론도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은 거품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거품은 아니다. 이는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했던 마이클 버리의 새로운 베팅이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다.

엔비디아 매도, 마이크로소프트 매수


버리가 직접 운영하는 서브스택과 지난달 25(현지시각) 미국 경제매체 더스트리트 보도에 따르면, 버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사들였다. 그의 시온자산운용은 지난해 11SEC 등록을 해지해, 현재는 본인이 공개하는 내용 외에 보유 규모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는 올해 내내 AI 거품을 경고해왔다. 지난 5월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들어 1999~2000년 닷컴 거품 막바지와 닮았다고 짚었다. 엔비디아 풋옵션(매도 권리)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마지막 공시에 담겨 있었다. 영화 '빅쇼트'의 실존 인물이 가장 투자자가 몰리는 AI 거래의 반대편에 서서 방향을 튼 셈이다.

공개 투자 내역을 보면 핵심은 'AI 산업 전체'가 아니라 'AI 생태계 안의 최종 승자'를 가려낸 선택에 있다. 버리는 반도체 장비나 공급망 같은 인프라 기업이 아니라,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직접 회수하는 플랫폼 사업자에 베팅했다. 기존에 취했던 공매도 전략과 정반대 지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로 그 자리에 있다. 이 회사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와 오픈AI 지분, 생성형 AI 기능인 '코파일럿'을 동시에 쥐고 있다. 스스로 수요를 만들고, 플랫폼을 깔고, 서비스 가격을 매기는 구조다. 인프라 구축에 돈을 쏟아붓는 쪽이 아니라, 그 위에서 최종적으로 돈을 거두어들이는 구조를 갖췄다.

매출로 증명하는 현금 회수 능력


수익화 성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MS의 공식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AI 사업의 연간 환산 매출은 370억 달러(57조 원)를 넘어섰고, 이미 계약을 마친 미래 매출(RPO)6270억 달러(973조 원)99% 급증했다.

다만 이 매출이 외부 수요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수익인지, 오픈AI가 애저를 이용하며 발생하는 내부 생태계 간 순환 매출에 가까운지는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
버리는 주식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202812월 만기인 장기 콜옵션을 골랐다. 행사가는 700달러(108만 원) 초반대다. 손실은 제한하되 큰 수익을 노리는 비대칭적 투자 구조다. 단기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AI 수익화 시기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결국 현실화된다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둔 것이다.

최근 MS 주가가 떨어진 것은 대규모 투자에 따른 비용 청구서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2026년 자본적 지출(설비투자) 전망치로 약 1900억 달러(294조 원)를 제시했다.

시장 예상치를 큰 폭으로 웃도는 규모다. 전년보다 61% 늘어난 수치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비용 부담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MS 시가총액은 202510월 정점 이후 1조 달러(1552조 원) 넘게 증발했다. 지난달 24일 종가는 365.46달러로 고점 대비 30% 넘게 빠진 상태다.

닷컴 버블과의 차이점과 한국 반도체의 미래


거품 논쟁은 월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2일 공개한 팟캐스트에서 제임스 코벨로 리서치 책임자는 막대한 투자를 해놓고도 수익과 거리가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KKR 역시 지난달 중순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과잉 투자 위험을 경고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은 1999년 닷컴 버블과 같은가. 인프라 과잉 투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은 '실제 매출의 유무'. 미국 경제분석기관 야데니 리서치는 지금의 AI 기업들이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이미 고유한 매출을 내고 있어 완전히 투기적인 국면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핵심은 논쟁의 본질은 빅테크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가 유지되느냐다. 이는 국내 반도체 업황과도 직결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 규모와 동행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예고한 1900억 달러(294조 원) 규모의 투자가 꺾이지 않고 유지되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탄탄하게 받쳐질 수 있다.

버리는 과거에도 시장 예측에서 늘 한발 앞서 나갔고, 그 때문에 이른 판단이 한동안 틀려 보였던 적이 많다. 그럼에도 그의 베팅이 가리키는 방향은 명확하다. AI 산업 안에서 진짜 승자는 따로 있으며, 그 승자는 인프라를 까는 곳이 아니라 결국 최종 단계에서 현금을 거두어들이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