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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외투자 규제서 베네수엘라 제외…중국·북한은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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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외투자 규제서 베네수엘라 제외…중국·북한은 유지

마두로 정권 붕괴 반영…중국·러시아·이란·쿠바 등 5개국 첨단기술 투자 제한
AI 투자 원칙적 금지·생명공학 추가…12월 7일까지 의견수렴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안보상 우려가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투자 규제를 확대하면서 베네수엘라는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올해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군에 체포된 뒤 베네수엘라의 정권이 교체된 점을 반영한 조치다.

미국 재무부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쿠바 등 5개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기업과 개인의 투자를 심사하거나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재무부는 지난해 제정된 '2025년 포괄적 해외투자 국가안보법(COINS법)'에 따라 이번 규제안을 마련했다.

규제안은 미국 기업이나 개인이 안보상 우려 국가의 특정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할 경우 재무부에 사전 신고하도록 하고 일부 투자는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무부는 오는 12월 7일까지 규제안에 대한 의견을 접수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 제외…마두로 정권 붕괴 반영


이번 규제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베네수엘라가 해외투자 제한 대상국에서 빠졌다는 점이다.

당초 COINS법은 중국을 중심으로 운영되던 미국의 해외투자 규제 대상을 쿠바, 이란, 북한, 러시아, 베네수엘라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하의 베네수엘라'라는 조건을 달았다.

재무부는 올해 1월 미군이 마두로 전 대통령을 체포한 이후 해당 정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전 대통령의 부통령이었던 델시 로드리게스가 이끄는 정부가 통치하고 있다.

재무부는 로드리게스 정부가 법률에 명시된 우려 국가의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는 이번 해외투자 규제 대상국 명단에서 제외됐다.

다만 재무부는 베네수엘라 기업에 대한 일부 투자는 여전히 이번 규제안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떤 기업이나 거래가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조치가 미국의 모든 대베네수엘라 투자 제한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

◇중국·북한 등 5개국 첨단기술 투자 규제 확대


미국 정부는 베네수엘라를 제외하는 대신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다른 우려 국가에 대한 첨단기술 투자 통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COINS법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해외투자를 감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법에 따라 미국 기업과 개인은 특정 국가의 민감한 기술 분야에 투자할 때 재무부에 신고해야 한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일부 투자는 아예 금지된다.

미국의 해외투자 통제 프로그램은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인 2023년 시작된 초당적 논의를 바탕으로 마련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의회에서 COINS법이 통과되면서 대상 국가와 기술 분야가 확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해 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들어 중국 기술 분야에 대해 상대적으로 덜 제한적인 접근법을 취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해외투자 규제안은 중국의 첨단기술 개발에 대한 미국의 견제를 일정 부분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AI 투자 금지…생명공학 분야도 새로 추가


재무부는 규제 대상 기술 분야를 기존 5개에서 6개로 확대했다.

규제안에 포함된 분야는 첨단 반도체·마이크로전자공학, 인공지능(AI) 시스템, 양자정보기술, 고성능 컴퓨팅·슈퍼컴퓨팅, 극초음속 시스템, 생명공학 등이다.

이 가운데 생명공학은 재무부가 이번 규제안에서 추가한 분야다.

재무부는 일부 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미국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생물학무기의 확산,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개발, 미국 공급망 안보에 대한 위협 등을 우려 요인으로 제시했다.

AI 분야에 대해서는 더욱 강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재무부는 지난 2년간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최첨단 모델을 구분하거나 효과적으로 규제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규제 대상국의 AI 기술에 대한 투자는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다른 기술 분야에서는 투자 성격과 안보 위험에 따라 신고 의무 또는 투자 금지가 적용된다.

◇상장주식·5만달러 미만 거래 등은 예외


이번 규제안은 우려 국가에 대한 모든 투자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은 아니다.

재무부는 군사 프로그램이나 감시체계에 활용될 수 있는 민간·군사 겸용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등 특정 투자 대상을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인권 침해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투자도 주요 규제 대상이다.

일부 거래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와 거래금액 5만달러(약 6612만원) 미만인 투자 등은 규제 예외 대상으로 제시됐다.

또 미국의 국가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거래에 대해서는 투자자가 별도의 면제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재무부는 이러한 예외를 통해 안보 위험이 큰 투자에 규제를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제약업계 요구 반영…중국과 기술사용 계약 제외


생명공학이 새로운 규제 분야에 포함되면서 미국 제약업계의 이해관계도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의 대형 제약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될 경우 의약품 개발과 기술 협력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화이자 등 주요 제약업체들은 규제 대상을 국가안보에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분야로 좁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재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규제안에는 미국 제약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체결할 수 있는 기술사용 허가 계약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제약업계의 핵심 요구 가운데 하나를 반영한 조치다.

다만 생명공학 분야의 모든 투자나 거래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재무부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첨단 생명공학 기술에 대한 투자 통제는 유지할 계획이다.

◇재무부 "투자금뿐 아니라 공급망까지 감시"


크리스 필커턴 미국 재무부 차관보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해외투자 규제의 목적이 국가안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투자를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금지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투자안보 업무를 담당하는 필커턴 차관보는 규제 대상이 단순히 투자금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자에서 파생되는 기업 간 관계망과 공급망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계는 기존 수출통제나 다른 규제 수단만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가 해외투자 자체뿐 아니라 투자를 통해 형성되는 기술 협력과 공급망 관계까지 국가안보 관점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재무부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규제안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번 규제안이 확정되면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우려 국가의 첨단기술 분야에 투자할 때 새로운 신고 의무와 금지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