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 4,130억 위안(약 80조 원) 규모… 신탁상품 연체와 은행 대출 만기 연장 요청
피치, 'BBB' 등급 강등 검토 착수… 中 신용채권 ETF 하루 0.5% 급락하며 시장 충격
주하이 토지 매각 수입 5년 새 94% 폭락… '토지 팔아 빚 갚던' 지방정부 성장 모델 파산
피치, 'BBB' 등급 강등 검토 착수… 中 신용채권 ETF 하루 0.5% 급락하며 시장 충격
주하이 토지 매각 수입 5년 새 94% 폭락… '토지 팔아 빚 갚던' 지방정부 성장 모델 파산
이미지 확대보기중국 남부 광둥성 주하이(珠海)시의 최대 국유기업인 '주하이 화파그룹(Zhuhai Huafa Group)'이 수천억 위안대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중국 채권시장이 급격한 매도세에 휩싸였다.
지방정부가 토지를 매각해 재정 수입을 올리고 국유기업을 통해 대규모 인프라 부채를 돌려막던 전통적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1월 4일(현지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하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가 지분 93% 이상을 소유한 핵심 국유 복합기업 화파그룹이 최근 주식과 해외 채권 시장에서 동반 투매를 겪으며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을 촉발했다.
부채 4,130억 위안의 거인… 신탁 연체·대출 만기 연장 요청에 '신용등급 강등 경보'
중국연합신용평가에 따르면, 화파그룹의 총자산은 7,650억 위안(약 148조 원)에 달하지만, 총부채 역시 4,130억 위안(약 80조 원)에 이르는 거대 기업이다.
주하이시와 마카오 사이의 헝친(橫琴) 신구 개발을 주도하는 등 인프라 건설, 사회주택 조성, 금융 및 첨단 기술 투자를 도맡아 온 주하이 경제의 핵심 기둥이다.
그러나 지속된 부동산 침체로 자금 회수가 막히면서 균열이 표면화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화파그룹은 최근 두 개 신탁 상품의 상환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고, 만기가 도래한 시중은행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롤오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불거지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즉각 화파그룹의 장기 발행자 부도평가(IDR) 'BBB' 등급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하향 조정을 검토하는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렸다.
피치는 "화파그룹의 신용등급은 주하이시 정부의 특별 지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면서도 심각해진 재융자(차환)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화파그룹이 연체된 신탁 자금 일부를 급히 상환하고 이달 만기 도래한 5,500만 위안 규모의 채권 2건에 대한 이자 지급 계획을 발표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으나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토지 매각 수입 5년 새 '563억→33억 위안' 94% 폭락… 재정 악화 직격탄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지방정부의 재정을 지탱하던 토지 매각 수입의 붕괴에 있다.
주하이시 정부 기금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토지 양도 대금은 2020년 563억 위안에서 2025년 33억 위안으로 5년 만에 무려 94% 폭락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민간 개발사들이 토지 매입을 전면 중단하자, 시 정부가 산하 국유기업인 화파그룹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토지를 사들이게 하고 인프라 부채를 떠안긴 것이 자충수가 됐다.
맥쿼리 그룹(Macquarie Group) 집계에 따르면 화파그룹의 신용 경보가 울린 직후 중국 신용채권 상장지수펀드(ETF) 지수는 금요일 하루 만에 0.5% 급락해 2025년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핀포인트 자산운용의 장즈웨이(Zhang Zhiwei) 사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사태는 토지 매각을 통해 재정을 조달하고 부채로 인프라를 확장하던 구시대 지방정부 성장 모델의 종말을 보여준다"며 "지방정부가 수년간 새로운 재정 운영 대안을 찾아 헤맸지만, 지속 가능하면서도 성장을 견인할 현실적 해결책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광둥성 고위급 개입으로 전면 디폴트는 차단… 지방 공기업 조달 비용 급증 불가피"
시장에서는 화파그룹의 상장 채권이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치달을 경우, 그 파장이 지역 금융권 전체로 전염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저상(浙商)은행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주하이시 자체의 가용 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 직접적인 현금 구제금융은 비현실적"이라며 "화파그룹의 채무 위기가 방치될 경우 다른 지방 국유기업(LGFV)들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고 지역 은행들의 부실 채권이 폭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 내 최고 수준의 재정 자립도를 갖춘 광둥성 정부가 막후 중재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전국적 시스템 위기로의 전염은 통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광둥성 당국이 고위급 조정을 통해 국유 대형은행들을 동원, 대출 만기 연장, 채권-대출 전환(신용 스왑), 긴급 유동성 수혈 등을 단계적으로 집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거시경제 및 금융 전문가들은 "화파그룹 사태는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민간 부동산업체들의 연쇄 부도를 지나 지방정부의 그림자 부채(LGFV)와 지방 핵심 공기업의 숨통을 본격적으로 죄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분수령"이라며 "중앙정부 차원의 과감한 재정 개혁과 지방 채무 재조정이 조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방 국유기업 불패 신화'에 기댄 중국 채권시장의 신용 프리미엄은 급격히 치솟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