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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법 개정 후 1년(상)] 저가 수입 철강재 여전히 범람…실효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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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법 개정 후 1년(상)] 저가 수입 철강재 여전히 범람…실효성 없었다

시행 1년 훌쩍 넘겼지만 단속 어렵고 솜방망이 처벌에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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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김국헌 기자] 건기법 개정이 발효된 지 1년이 지나고도 품질 미확인의 저가 수입 철강재가 여전히 범람하고 있다. 건기법을 개정해 실효성을 부여하고, 민간 차원의 안전의식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건기법 개정효과


건설기술관리법 개정이 지난해 5월 23일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건기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수입 철강재는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실상 건기법 개정의 효과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기법 개정안 중에 철강 관련된 개정안의 내용은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건설자재 및 부재는 한국산업표준(KS) 인증표시 제품이나 국토해양부장관이 인정한 것이어야 하며, 품질이 확보되지 아니한 철강재를 공급할 경우 건기법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지켜야하는 사용자 적용범위를 과거 건설업자에서 건설자재를 생산 또는 수입·판매하는 자와, 이를 사용하는 건설업자로 확대했다. 수입업자, 유통업자, 건설업자 모두를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건기법 개정이후 철강 제조사들의 기대감은 컸다. 수입 위축효과를 불러오면서 국산 제값 받기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건설현장에 쓰이는 대표적인 철강재인 철근과 H형강은 여전히 연간 100만t씩 계속 들어오고 있다. 수입 철강재 범람으로 국내산 가격은 여전히 10년 전 가격에 머물고 있다.

품질 미확인 저가 중국산 철강재들이 기승을 부리며 국내 아파트 곳곳에 사용돼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고, 국내 철강사들을 구조조정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지난해 2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울산 물탱크 폭발사고, 사당종합체육관 및 용인도로공사 붕괴사고 등 잇따른 건설사고에는 수입산 저가 철강재가 있었다는 의혹의 눈길은 여전한 상태다.

개정발표 당시 국내 한 제강사는 건기법 개정안이 수입업자를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핵심으로 봤다. 국토부에서 수입업체를 찾아갔는데 JIS를 수입했고, 이에 대한 품질 증명서가 없으면 처벌이 된다는 해석이었다. 판매가 되지 않아도 수입한 것만으로 처벌이 된다는 이 제강사의 해석은 완전한 오해로써 국토부는 "그러한 인력도 없고 법 해석도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제강사는 "우리가 기대한 것은 수입업자 단속을 통한 처벌인데 이렇게 과거와 같이 건설현장 단속이면 결국 흐지부지될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 결과는 그대로였다.

사실 수입 철강재가 문제되는 것은 품질 때문이다. KS인증을 받고 국내에 수입된 제품들도 품질에 문제가 있었다. 올해 3월 있었던 국가기술표준원의 품질 조사 결과 중국 태강강철산 철근이 연신율 등에서 미달했다. 응당 태강강철은 KS인증을 취소당해야 하지만 한국표준협회(KSA)는 지난 2일 개최한 '제 438차 KS인증위원회'에서 태강강철 철근 KS인증 판정을 이런저런 이유로 보류했다. 이렇게 KS인증을 받고도 품질이 떨어지는 수입 철강재들이 국내 건설현장에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태다.

◆ 왜 건기법 실효성 없었나


건기법 개정이 발효되고 1년이 지난 지금 법개정의 실효성을 따져볼 때 유명무실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왜 건기법 개정의 실효성이 없었을까.

첫 번째는 정부의 단속의지 부재와 인력부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실 건기법 개정이 예전부터 해오던 것이지만 단속이 잘 안되니 좀 더 잘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과거와 달라진 것은 처벌 대상을 수입업자, 판매업자까지 확대한 것은 사실이나 단속 자체는 건설현장에 사용되는, 즉 제품 수입과 판매 이후에 단속하는 것이므로 과거와 달라지는 점은 딱히 없다는 것이다. 또 일일이 건설현장을 찾아가 검사하는 것은 인력도 없고 비용도 들기 때문에 자주 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는 너무 넓은 처벌업체들의 숫자다. 수입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의 경우 철근은 KS인증을 받고 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H형강은 일본 규격인 JIS로 수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KS를 받지 않을 경우 품질인증을 받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되지만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비용문제로 품질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

이 경우 수입업자, 유통업체, 건설업체 3자 처벌이 가능해지므로 사실상 국내 대다수 업체들이 법에 저촉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처벌대상이 너무 많은 것이다.

또 국토부는 건설업자를 처벌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입장이다. 실제 걸리더라도 경고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벌금형을 내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누가 신고해서 재수없으면 걸리고, 걸리더라도 신고조치에 끝나며, 아니면 기존대로 중국산 수입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어진 것이다.

세 번째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단속 결과 부적합 철강재를 수입한 일이 증명됐더라도 바로 처벌에 들어가지 않고 경고조치를 주는 것으로 끝나 단속효과가 약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건기법 개정 당시 품질 미확인 수입 철강재를 근절시켜 중국산 철강재 수입을 위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단속의 어려움 등으로 사실상 지금은 유명무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하)에서 계속

김국헌 기자 k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