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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예?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로? 업무도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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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이 전하는 글로벌 성장통]“예? 베트남에서 인도네시아로? 업무도 변경?”

인간관계의 약한 연결고리, GYBM동문 네트워크 힘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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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전무)

"진호씨! 할 만해? 1년 만에 엄청난 변화를 경험하는 같은 데"

"네, 전무님. 힘들지만 할 만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같이 연수받은 4개 국가 동기들 덕분입니다. 상상도 못한 일이지만 연결되는 것을 보니 신기합니다. 회사가 어떻게 알고 이렇게 부려먹네요" "자네가 대단해서 그런거야? 아니면 멍청해서 그런거야?" 약간 찔러 보기도 했다.

페이스북으로 지켜보다가 직접 전화를 걸어 주고받은 대화이다.

김진호씨(가명)는 경공업 제품을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제조하는 'K'사에 근무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만든는 회사이다. 공정들이 불규칙한 부분이 많고, 바느질(봉제:縫製)로 마감이 되는 제품이다. 덕분에 4차산업혁명, 스마트팩토리 등은 약간 먼나라 말 같은 느낌이 드는 편이다. 사람 손길이 절대적인 제품이다 보니 현지인을 숙련공으로 훈련시킬 가능성과 인건비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회사이다. 거기에 원산지 표기를 했을 때 국가에 따라 관세 혜택을 받는 경우가 다른 포인트이기도 하다.

그래서 동남아 3~4개 국가에 공장을 두고 바이어(제품 제조 의뢰회사)에 따라 공장운영을 전략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관리 인력도 국가간에 이동시키는 글로벌 의사 결정이 빈번한 편이다.

김진호씨는 대우의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 베트남과정'에서 1년간 공부하고 호치민 공장에 취업한지 불과 8개월 만에 인도네시아로 발령이 났다. 업무도 새롭게 주어졌다. 제품개발실 중간관리자에서 '품질관리'담당으로 바뀌었다. 개발 업무 경험을 살리라는 뜻이었다고 해서 이해는 했지만 걱정이 컸다고 한다. 한 번 되물었다.
"힘들겠지만 이렇게 빠르게 적응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약간 머뭇거리며 "첫째는 우리 GYBM 동문들 힘이고 둘째는 전무님의 첫 만남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첫째, 인도네시아 공장으로 부임하니 GYBM 인도네시아반 출신 동기들이 몇 명 있었다는 것이다. 2년 전 연수과정에서 짧은 한 달 동안 같이 교육받고 생활하며 친해 둔 친구들이다. 동남아 다른 나라로 휴가나 놀러갈 때에 만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같은 공장에서 일하게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일부 동문 중에는 김진호씨보다 1~2년전부터 근무를 한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당장 일과 관련 제품과 작업관련 인도네시아 말이 급했다. 속성으로 언어 공부를 시작했다. 이어서, 필수 생활언어도 공부를 했다. 동기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적응하니 공장장은 물론, 현지 기능직원들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고 한다.

다른 과제를 받았다. 3개월 만에 품질 안정이 급하다는 이유로 업무가 바뀌었다. 동기,동문들을 찾아 개인적으로 직무조언을 들었다. 무난히 적응되는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일과시간 이후의 운동시간, 휴일의 쇼핑시간, 주변 관광시간, 같이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시간도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GYBM동문이 아닌 관리직원이나 현지인들과도 급속히 가까워지게 됐다….

두 번째 말한 이유는 의외였다. 3년 전 국방부가 개최한 '군장병취업박람회장'에서 필자를 만난 인연이었다고 한다. 전역을 3개월 앞둔 시점에 박람회장을 찾아 두리번거리던 것을 다짜고짜 불러세워 "해외 한 번 나가봅시다"고 한 것.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수과정과 비전을 설명하니 솔깃해 했다. '토익 750점이상'이라는 조건에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군입대 2년 전 점수로 600점대라고 했다.

"대한민국 군인 정신으로 하면 3개월 동안 뭘 못 하겠어? 나하고 800점 한 번 약속하면 어때? 어차피 해야 될 일 아닌가?"며 다그친 기억이 있다. 2개월 후에 800점 돌파, 모집 때는 무려 870점의 점수를 들고 왔다. 덕분에 외국어 공부에 큰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결국 영어 고득점에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로 외국어 능력이 확장돼 나가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럽다. 말 한 마디가 인생을 바꾼 것이다.

이야기를 마감하며 한 마디만 거들었다.

"세상의 인연을 만드는 것은 '약한 연결고리의 힘(The Strength of Weak Tie)'라는 말이있다. 강한 연결보다는 적당하게 알고 지내는 인연이 훨씬 많은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기업에서 경력사원을 채용하면, 4분의 1 정도는 공지문을 보고 개별로 지원하고 4분의 3 정도는 주변에서 정보를 받거나 추천으로 지원을 한다. 그 인원의 30%는 잘 알고 지내는(강한 연결)사람의 추천이고 70%는 적당하게 아는(약한 연결) 사람이다.

지금 GYBM 인재양성과정에서 만난 동문들이 그런 고리가 될 것이다.

잘 친해 두고 동문간에 좋은 평판(Personal Brand)이 유지되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반면 활동이 뜸하고 자기만 챙기고 지내며 동문들 사이에서 소문이 좋질 않으면 아마 동남아에서 비즈니스 한다고해도 발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업무 관계로 교신도 주고 받으며, 출장도 도우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혹시 창업이라도 하면 서로 사 주고, 팔아 주고, 투자해 주고, 사람도 소개시켜 주는 것 등으로 이어지며 무궁무진한 관계가 될 것이다. 그러자면, 동문간에 좋은 이미지로 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만간 4개 국가 총동문 모임이 있을 것이다. 단번에 GYBM 동문 1000명을 만나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기회이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쓸모가 달라질 것이다. 김진호씨 결혼 상대도 그때 와서 한 번 물색해 보지! 미얀마나 태국 연수생 출신 중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대시도 해보고… 국가간 넘나들며 근무하듯이 하면 되지 뭐?"

장황한 잔소리다.

"네, 전무님! 그렇네요"라며 웃으면서 서로 '고맙다'고 하며 긴 통화를 마무리 했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