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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對이란 제재에 韓정부, 이란에 계약금 상환 주저...석유공사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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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對이란 제재에 韓정부, 이란에 계약금 상환 주저...석유공사에 '불똥'

韓정부 상대 ISD소송서 승소한 이란 다야니 가문, 석유공사 영국 자회사 '다나' 주식 가압류 신청
韓정부 상환 압박 목적...정부 관계자 "미국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해 상환 미뤄와...해법 찾겠다"

한국석유공사 영국 자회사 다나 페트롤리엄의 네덜란드 해상 드라우터 광구 생산시설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석유공사 영국 자회사 다나 페트롤리엄의 네덜란드 해상 드라우터 광구 생산시설 전경. 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 정부와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서 최종 승소한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석유공사의 영국 자회사인 '다나(Dana) 페트롤리엄'의 주식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과 관련,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를 의식해 계약금 반환을 미루고 있기 때문에 이란 측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6일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다야니 가문이 석유공사의 다나 페트롤리엄 주식 전부에 대해 영국 고등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계약금 반환을 미루고 있기 때문에 조속한 상환을 압박하기 위해서이다.
다야니 가문은 지난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계약금 578억 원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채권단에 납부했지만, 채권단은 나머지 자금조달계획이 불투명하다며 계약을 해지했고, 이에 다야니 가문은 한국 정부를 상대로 730억 원 규모의 계약금 반환을 요구해 지난해 12월 ISD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그러나 이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란으로의 계약금 송금이 자칫 미국의 대 이란 제재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에 계약금 반환을 미루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8년 이란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후 대 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여기에는 이란산 원유 등 석유화학제품 수입 금지를 포함해 조선, 항만, 원자재, 달러화와 이란 리얄화 관련 거래 등 거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 측에 계약금을 반환했다가 자칫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의 정부·기업·은행에 대해서도 가하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계약금 반환을 미뤄왔고, 이때문에 이란 측에서 가압류를 걸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 정부는 이번 건에 대해 대 이란 제재의 단일 예외 건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 중인 동시에, 달러화나 리얄화가 아닌 제3의 통화로 상환하는 방안을 이란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다야니 가문이 가압류를 신청한 다나 페트롤리엄 주식 규모를 감안하면, 다야니 가문 측이 추가로 우리나라 해외 자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석유공사 측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다나 페트롤리엄은 석유공사가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영국 자회사로, 전체 주식 가치는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서 다야니 가문은 이번 계약금 반환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 2월에도 네덜란드에서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의 해외 자산 가압류를 시도했다가 한국 정부 자산이 아닌 민간 자산이라는 이유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며 "다야니 가문이 석유공사의 해외자산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단순히 규모가 큰 유럽 내 한국 정부 자산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석유공사 측에 영향이 없지만 계약금 상환이 지연될 경우 석유공사의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