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63% 내린 2591.86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닥 지수도 1.61% 하락하는 등 국내 증시 전반이 부진한 모습이었다.
지난 18일 한미일 재무장관들의 공동 구두 개입으로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중동 불안은 원/달러 환율을 재차 1390원대로 올려놓기도 했다.
국내 증시는 원/달러 환율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약세)하면 국내 증시는 하락한다.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달러 수요가 늘고 그만큼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다만 이날 증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국내 대표 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 섹터의 낙폭이 큰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2.51%, 4.94% 내린 반면, 기아는 1.60% 하락에 그쳤다. 심지어 현대차는 1.73% 상승했다.
섹터별로 보면 종목수가 8개에 불과한 의료정밀을 제외하면 전기전자(-2.68%), 기계(-2.06%) 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전기전자 업종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계 업종에는 한미반도체가 속해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스라엘과 연관성이 높다. 이스라엘은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 기지 중 하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이 반도체인 것이다.
이는 중동 불안이 원화와 같은 위험자산을 기피하게 만들고 주식시장 전반 체계적 위험을 형성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문제다. 반도체 섹터가 유독 약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가 10% 급락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천국으로 불린다.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다수에 투자를 한 상황이다. 엔비디아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불안 확대는 매도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갈등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긴장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반도체 업종 부진이 한 동안 지속될 수 있다. 반도체 업종이 부진할 경우 국내 증시 전반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우려도 존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동 불안이 반도체 업종에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며 "확전은 아니더라도 긴장이 지속된다면 반도체 업종 전반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SK하이닉스 의존도가 높은 SK스퀘어의 9% 넘는 하락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며 "반도체 산업 자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사업 중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의 타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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