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 TRAC, 3년 전 찍은 기업 2곳 각각 110억 달러로 성장…예측력 입증
투자 1달러에 10달러 몰려드는 과열…목록 작성 중 5개사 이미 유니콘 졸업
투자 1달러에 10달러 몰려드는 과열…목록 작성 중 5개사 이미 유니콘 졸업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벤처캐피털(VC) 회사 TRAC은 지난 4일(현지시각) 비즈니스인사이더를 통해 자체 인공지능(AI) 모델로 추려낸 2026년 차세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 이상 스타트업) 후보 30곳을 발표했다.
TRAC은 30개 이상의 공개·비공개 데이터를 결합한 이 모델이 선별한 기업의 20%가 유니콘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시장의 반응은 '어떤 기업이 뜨는가'보다 '그 기업에 투자할 자리가 있는가'로 빠르게 쏠리고 있다.
투자 수요가 모집 금액의 10배를 넘어서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유니콘을 찾는 것보다 그 문을 두드리는 것이 더 어렵다는 역설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건초더미를 걷어내는 알고리즘…'슈퍼트래커' 286명이 핵심
TRAC은 2020년 프레드 캠벨(Fred Campbell)과 조 애런(Joe Aaron) 등이 캘리포니아 소노마에서 설립한 AI 기반 VC 회사로, 2014년부터 10년 넘게 초기 투자용 예측 알고리즘을 다듬어왔다.
이 모델의 출발점은 승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먼저 걸러내는 것이다.
애런은 "우리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게 아니라 건초더미 자체를 걷어낸다"고 말했다. 이 알고리즘이 창업자의 스펙 대신 가장 비중 있게 들여다보는 변수는 '슈퍼트래커(SuperTRACer)'라 불리는 286명의 엘리트 투자자 참여 여부다.
이들은 투자한 기업 3건 중 2건에서 이익을 남기고, 5건 중 1건에서는 원금의 10배 넘는 수익을 거두는 검증된 투자자들이다.
TRAC의 데이터에 따르면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 앤드리슨 호로위츠 공동창업자는 46배 수익 배수를 기록했고, 샘 올트먼(Sam Altman)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322건의 초기 투자 중 28%에서 투자 원금의 10배 이상을 회수했으며 27개 유니콘을 배출했다.
전체 스타트업 가운데 이 슈퍼트래커들의 선택을 받는 곳은 2%도 채 안 돼, 이 기준 하나만으로 98% 이상의 기업이 탈락한다.
이 모델의 적중 사례는 이미 수치로 증명됐다. TRAC은 2023년 처음으로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단독으로 후보 30개 목록을 공개했다. 당시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Harvey)와 예측 시장 플랫폼 칼시(Kalshi)가 그 목록에 올라 있었다.
피치북(PitchBook) 자료에 따르면 칼시는 2025년 6월 20억 달러(약 2조9500억 원)짜리 기업으로 평가받다가 10억 달러(약 1조4700억 원) 규모 시리즈 E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110억 달러(약 16조2500억 원)까지 치솟았고, 하비도 같은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3년 만의 이야기다.
헬스테크·법률 AI·우주…30개 후보의 공통 문법
올해 목록에 오른 30개 기업을 살펴보면 헬스테크, AI 기반 전문직 도구, 첨단 인프라 세 갈래에서 두드러진 특징이 포착된다.
헬스케어 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여성 호르몬 질환 특화 원격진료 플랫폼 알라라(Allara)다. 202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인덱스 벤처스(Index Ventures)와 구글의 GV로부터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1억4500만 달러(약 2140억 원)를 인정받았고, 지금까지 4699만 달러(약 694억 원)를 모았다.
정신건강 임상의를 위한 AI 운영 시스템 블루프린트(Blueprint)는 2019년 창업 이후 3200만 달러(약 472억 원)를 유치했으며, 90초 안에 안경 처방전을 발급하는 자동 시력검사 키오스크 회사 아이봇(Eyebot)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AI 인프라 영역에서는 두 곳이 특히 주목받는다.
AI 에이전트가 웹사이트를 직접 조작하는 브라우저 자동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 브라우저 유즈(Browser Use)는 2024년 설립됐음에도 이미 1700만 달러(약 251억 원)를 끌어모았고,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분산형 인프라를 공급하는 엑사비츠(Exabits AI)는 구글 액셀러레이터와 하버드 이노베이션 론치랩(Harvard Innovation Launch Lab)을 투자자로 두고 있다.
에너지 소비를 GPU 대비 획기적으로 줄인 열역학 컴퓨팅 하드웨어 개발사 엑스트로픽(Extropic)은 AI 연산의 전력 문제가 갈수록 부각되는 흐름 속에서 시장 관심을 받고 있다.
법률 AI 분야에서는 세쿼이아 캐피털(Sequoia Capital)과 베인 캐피털 벤처스(Bain Capital Ventures)가 손을 잡은 크로스비(Crosby)가 이름을 올렸다. AI와 인간 변호사가 협업해 기업 계약서를 검토·협상하는 이 회사는 2024년 설립 이후 2580만 달러(약 381억 원)를 조달했다.
AI 기업과 인간 창작자를 연결하는 저작권 라이선스 플랫폼 크리에이티드 바이 휴먼스(Created by Humans)는 스크립드(Scribd) 공동창업자 트립 애들러(Trip Adler)가 이끌며, 생성형 AI 시대의 저작권 갈등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시장에 올라탔다.
투자 문 좁아지는 역설…한국도 "선별 투자" 시대
캠벨은 "오늘날 AI 덕분에 미래 유니콘을 찾아내기는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면서도 "반대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니콘 후보의 투자 라운드에 실제로 참여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뜨거운 기업에 투자하려는 경쟁은 수십 년 만에 가장 치열하다"며 "기업이 1달러를 모으려 할 때 투자자들은 10달러를 내밀고 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이번 기사를 준비하는 몇 주 사이에만 5개 기업이 10억 달러를 웃도는 기업가치로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후보 목록에서 이탈했다.
이는 글로벌 시장의 공통된 흐름이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 지원 스타트업의 인수합병(M&A) 거래는 약 2300건에 달했으며, 투자 자금은 AI와 로봇, 방위 산업 관련 기업으로 집중되고 있다.
인사이트 파트너스(Insight Partners) 조지 매슈(George Mathew) 전무는 "단순한 AI 래퍼(wrapper) 회사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지난해가 증명했다"며 "산업 현장에 깊이 뿌리내린 AI 서비스만이 시장에서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한국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벤처투자는 13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 늘어나 2021년(15조9000억 원)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투자 건수는 8542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그러나 이 자금이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 AI 반도체 분야 스타트업을 비롯한 소수의 딥테크 기업으로 몰렸다는 점이 구조적 특징이다.
2025년 기준 국내 유니콘 기업은 총 27개에 그치며, 창업 후 유니콘 지위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7년 8개월이 걸렸다.
한 국내 VC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은 자금의 양보다 투자의 선별성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라며 "기술적 해자(垓字)와 명확한 회수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면 투자 심의위원회조차 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TRAC의 알고리즘이 던지는 메시지도 이와 다르지 않다. 누가 뜰지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그 기업이 문을 열어줄 때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갖추는 것이 진짜 승부처가 됐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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