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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난에 ‘탄소중립’ 접은 빅테크… 가스발전에 16조 배팅, K-전력기기 ‘역대급 수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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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난에 ‘탄소중립’ 접은 빅테크… 가스발전에 16조 배팅, K-전력기기 ‘역대급 수혜’

메타·MS, 가스 발전소 직접 건설… 터빈 가격 195% 폭등 속 수급 전쟁
HD현대일렉·두산에너빌리티 등 북미 인프라 특수에 ‘사상 최대 실적’ 경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한 전력 확보를 위해 천연가스 발전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그간 ‘탈탄소’를 외치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전력 수급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자 직접 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투입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이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한 전력 확보를 위해 천연가스 발전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그간 ‘탈탄소’를 외치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전력 수급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자 직접 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투입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이다. 이미지=제미나이3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한 전력 확보를 위해 천연가스 발전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그간 ‘탈탄소’를 외치던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이 전력 수급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자 직접 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투입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이다. 이는 천연가스를 재생에너지로 가기 위한 임시 ‘가교(Bridge)’가 아닌, AI 시대를 지탱할 핵심 전력원인 ‘고속도로(Highway)’로 재정의하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전력기기 및 주기기 업체들은 북미 인프라 특수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천연가스 발전 설비 시장 현황 (2026년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천연가스 발전 설비 시장 현황 (2026년 기준).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에너지 가교 넘어 ‘핵심’ 부상… 메타, 16조 원 규모 직접 투자


12일(현지시각) 에너지 전문 매체 라티튜드 미디어(Latitude Media) 보도를 보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최근 수 주 사이 기가와트(GW) 단위의 천연가스 발전 설비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공급하기에는 태양광·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메타(Meta)다. 메타는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단일 AI 캠퍼스 전력 공급을 위해 10개의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총 7.5GW로 약 110억 달러(약 16조 3400억 원)를 투입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전체가 사용하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특이점은 과거처럼 유틸리티(전력회사)의 기존 용량을 빌려 쓰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저장 시설 금융을 책임지는 구조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텍사스 퍼미안 분지에 셰브론(Chevron) 등과 손잡고 최대 5GW 규모의 가스 발전소 건설을 논의 중이다. 구글 또한 크루소 에너지(Crusoe Energy)와 협력해 1GW급 가스 발전 설비가 포함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가담했다.

이는 2030년까지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던 이들의 공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탄소 배출량 증가를 감수하더라도 전력 안정성을 택하겠다는 실용주의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 ‘버려지는 가스’가 AI 연료로


빅테크가 특히 주목하는 곳은 미국 최대 유전 지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다. 이곳은 원유 생산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천연가스가 많지만, 파이프라인 부족으로 인해 가스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남아도는 ‘버려지는 가스’가 풍부하다.

MS와 구글은 이처럼 버려지는 가스를 현장에서 즉각 전력으로 변환해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 the Meter, 계량기 뒤편)’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계통 연계 대기 시간을 단축하고 전력 단가를 낮출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 단체들은 메탄 누출과 대기 오염 문제를 들어 이 같은 ‘가스 회귀’ 현상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스 발전소’ 건설 병목 현상… 6년 기다려야 하는 터빈


빅테크의 돈보따리가 풀렸지만, 현장의 전력 공급이 즉각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전 세계적인 발전용 터빈 부족과 인력난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열풍이 불러온 전력 부족 사태로 천연가스 발전 설비 시장이 유례없는 공급난에 직면했다. 12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가스 터빈 등 핵심 장비의 리드타임(주문부터 설치까지 기간)은 현재 약 6년까지 늘어난 상태다.

전 세계적인 수요 폭증에 장비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가스 터빈 가격은 지난 2019년 대비 약 195% 폭등하며 전력 인프라 구축의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다. 이미 2027년 생산 물량까지 예약이 완료되어 돈을 쌓아둬도 장비를 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 같은 수급 불균형과 가격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 분석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가스 터빈 주문량은 제조사의 생산 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다. 메타나 MS가 자금을 투입해도 실제 전력이 생산되기까지는 수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에너지 주권’ 쥔 빅테크, 국내 산업에 미칠 파장은?


빅테크의 가스 발전 직접 투자는 단순한 에너지 수급 문제를 넘어 에너지 시장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들에게도 명확한 시그널을 던진다.

첫째, HBM 등 반도체 밸류체인의 에너지 리스크 관리다.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이 가스로 채워질수록, 해당 칩을 공급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에 대한 글로벌 ESG 공시 요구가 더 정교해질 수 있다. ‘AI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프레임이 강화될 경우, 공급망 전체의 탄소 발자국 추적은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둘째, 전력 인프라 및 가성비 발전 설비 관련주에 주목해야 한다. 빅테크가 유틸리티 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발전소를 짓기 시작하면서, EPC(설계·조달·시공) 역량을 갖춘 기업과 중소형 원자로(SMR) 또는 효율적인 가스 터빈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의 몸값은 더욱 뛸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의 가스 발전 직접 투자는 한국 전력기기 및 에너지 기업들에 역대급 수혜를 안기고 있다. 2026년 현재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은 북미 AI 데이터센터향 초고압 변압기 수요 폭증에 힘입어 분기 매출 1조 원대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주기기 분야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가 핵심이다. 2026년 1분기 SMR(소형모듈원자로) 전용 공장 착공과 더불어 미국 엑스-에너지(X-energy) 등 글로벌 빅테크 전력 파트너들과의 주기기 제작 계약이 가시화되고 있다. 또한, 가스복합발전의 필수 설비인 HRSG(배열회수보일러) 세계 1위 비에이치아이는 최근 수주 잔고가 급증하며 가스 터빈 국산화 및 SMR 밸류체인의 핵심축으로 부상했다. 이들 기업은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글로벌 AI 인프라의 설계·조달·시공(EPC) 파트너로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

셋째, 가스 가격의 하방 경직성 확보와 VPP(가상발전소)의 부상이다. 가스 발전이 늘어나더라도 빅테크는 탄소 배출 상쇄를 위해 VPP와 ESS(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운영 체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 향후 에너지 시장의 핵심 지표는 단순 발전량이 아니라 ‘유연성(Flexibility)’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I 시대의 전력 전쟁은 ‘누가 더 깨끗한가’에서 ‘누가 더 안정적으로 24시간을 버티는가’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분석한다.

다만, 가스 발전 확대는 메탄 누출과 탄소 배출량 증가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이에 빅테크들은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가상발전소(VPP)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운영 체제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빅테크의 설비투자(CAPEX) 중 에너지 인프라 비중과 미국 내 가스 터빈 수급 지표를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