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미사일 계약 취소 파장… 美 ITAR 재수출 통제 변수 부각
미 해군 항모 과부하 상황… 대량 건조·납기 능력 갖춘 韓 조선에 MRO 기회 열린다
미 해군 항모 과부하 상황… 대량 건조·납기 능력 갖춘 韓 조선에 MRO 기회 열린다
이미지 확대보기세계 방산 시장의 수출 규칙이 단순한 가격과 성능 중심의 통상 논리를 넘어 철저한 안보 동맹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국내 방산·조선업계의 투자 지형도가 요동친다.
무기 판매가 국가 간 정치적 외교 관계에 종속된 현 상황에서 내 주식의 가치를 좌우할 핵심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미국 중심의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재수출 통제 구조의 강화다. 둘째, 글로벌 해양 안보 공백에 따른 한국형 해군 함정 및 유지·보수·정비(MRO) 수요의 대안 부각이다. 셋째, 중립국과 개발도상국을 겨냥해 온 K-방산 수출 전술의 전면 수정 압박이다.
95% 대금 받고도 파기… 美 재수출 규제에 발목 잡힌 방산 통상
미국 CNN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이 이란 전쟁 등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동시에 유로뉴스는 지난 15일 노르웨이 외무부가 자국 방산기업 콩스베르그와 말레이시아가 체결한 해성 미사일(NSM) 수출 허가를 전격 취소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전체 계약 대금의 95%를 이미 지급한 상태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조치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유럽 방산 공급업체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독단적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으나, 노르웨이 정부는 민감한 방산 기술 수출을 '동맹과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만 제한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했다.
방산업계에서는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미국제 부품이 함유된 무기 체계의 재수출 승인은 경제적 이익이 아닌 안보 동맹의 충성도를 검증하는 수단으로 작동한다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나 LIG D&A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수출 다변화를 추진할 때 단순한 시장 규모를 넘어 미국 규제 체계와의 정합성을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베트남전 이후 최장 배치… 美 항모 과부하가 촉발한 함정 공급망의 대안
방산 재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반면 해양 안보의 구조적 공백은 국내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미 해군의 최첨단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은 이란 전쟁 참여와 베네수엘라 작전 지원을 위해 11개월 동안 바다에 머물다 버지니아주 노포크 해군기지로 귀환했다.
이는 베트남전 이후 미 해군 역사상 가장 긴 작전 배치 기간이다. 대릴 코들 미 해군 함대사령관(대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항공모함은 원래 7개월 배치가 원칙이지만, 복합적 위기 탓에 11개월간 작전을 수행했다"라며 해군 전력의 과부하 상황을 시인했다.
미국 해군의 전력 공백은 우방국들의 자체 해군력 증강 요구와 미국 해군 함정의 MRO 수요 가속화로 직면한다. 미국 해군성 장관이 한국 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건조 협력을 요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본의 방산 재개 움직임이나 유럽의 독자 건조 역량이 존재하지만, 현재 단기간 대량 건조와 엄격한 납기 대응 능력 면에서는 한국 조선사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130억 달러(약 19조 5000억 원)짜리 포드함조차 정비 문제로 고전하는 상황에서, 대체 가능한 대형 조선 역량이 제한된 글로벌 시장의 특성상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미국 방산 공급망의 핵심 대안으로 진입할 추진력을 얻었다"라고 분석했다.
공급망 편입의 양날의 검… 투자자 최종 체크포인트
블록화된 방산 질서 속에서 방산·조선주 투자자가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해 사업보고서와 공시를 통해 당장 확인해야 할 지표는 세 가지다.
첫째, 주요 원재료 공급사 및 국산화율이다. 사업보고서 내 '주요 원재료' 항목을 통해 유도칩, 센서류 등 해외 의존도를 확인해야 한다. 수출형 사양에서 미국·유럽산 통제 부품 비중이 낮고 독자 기술 비율이 높을수록 재수출 규제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둘째, MRO 계약의 반복성 및 대금 구조다.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공시하는 미국 함정 MRO 물량이 일회성 단기 계약인지, 혹은 고정단가나 원가연동 구조를 갖춘 장기 반복 계약인지 추적해야 장기 실적 추정이 가능하다.
셋째, 해외 현지 합작법인(JV)의 핵심 기술 이전율이다. 중동이나 동남아 현지에 설립된 JV가 단순 조립 수준에 그치는지,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 비중을 높여 규제를 우회하는 구조인지 분별해야 한다.
반면 미국이 안보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한국 등 핵심 동맹국에 기술 공유를 확대하거나 NATO·쿼드 내 공동 생산 체계를 강화할 경우, K-방산이 서방 공급망에 깊숙이 편입되며 오히려 강력한 제도적 수혜를 입을 가능성도 공존한다. 방산 시장은 이제 가성비만으로 승부하는 자유 무역 지대가 아니며, 안보 동맹의 울타리 안에서 리스크와 기회가 동시에 춤추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