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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대마도 둘레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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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대마도 둘레길을 걷다

대마도 둘레길을 걷다 /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대마도 둘레길을 걷다 / 백승훈 시인
대마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성 아우구스투스는 "이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한 페이지만 계속 보는 것과 같다."라고 했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바닷길로 49.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까운 외국이다. 그야말로 ‘내 땅인 듯, 내 땅 아닌, 내 땅 같은’ 일본 땅이다. 일본의 다른 가장 가까운 섬과의 거리가 73km, 후쿠오카까지는 138km 떨어져 있는 만큼 일본보다는 우리나라에 훨씬 가까운 섬이다. 그러한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예로부터 우리나라와는 관계가 깊었다.

고려 말부터 조공을 바치고 쌀. 콩 등을 답례로 받아 갔으며 조선에 일러서는 대마도를 근거지로 왜구들이 조선의 해안에 출몰하여 그 폐해가 막심했다. 왜구들에게 쌀을 제공하고 벼슬을 주어 회유책을 쓰기도 했으나 효과가 없자 세종 때에는 이종무가 200여 척의 군선을 앞세워 정벌에 나서기도 했다. 구한말에는 애국지사 최익현이 볼모로 잡혀와 사망한 곳이고, 고종황제의 고명딸인 비운의 공주 덕혜옹주가 대마도 도주 다케유키와 정략결혼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저러한 역사적 사실들은 대마도를 호연지기를 키우고 여유롭고 휴식이 있는 여행지로 선뜻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마도는 때 묻지 않은 청정해역과 풍부한 녹음에 둘러싸인 산은 웅대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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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둘레길을 걷다 / 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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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둘레길을 걷다 / 백승훈 시인

섬 전체가 자연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대마도는 청정해역과 원시림에 둘러싸인 산은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른 새벽 서울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국제여객선터미널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히타카쓰로 가는 배에 올랐다. 부산에서 대마도를 가는 배는 이즈하라행과 히타카쓰행이 있는데 부산에서 히타카쓰항까지는 1시간 10분, 이즈하라는 2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9년 만에 다시 찾은 대마도는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나를 반겨주었다. 나를 초청해 준 지인 고광용 씨가 운영하는 숙소에 묵으며 4박 5일 동안 대마도의 산과 바다, 숲속을 맘껏 누비고 다녔다.

대마도 히타카쓰에서 ‘토키세키’음식점과 민박을 운영하며 여행업도 겸하고 있는 고광용 씨는 걷기에 진심인 사람이다. 그는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처럼 대마도에 최초로 둘레길을 개척한 사람이다. 그는 천혜의 경관을 간직한 대마도에 매혹되어 일본 사람도 찾지 않는 숲속을 수없이 답사하며 최적의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다. 일찍이 “두 발의 고독”이란 책을 쓴 토르비에른 에켈룬은 “길이 생기기 전 발자국이 있었다. 길은 오로지 수많은 발자국이 지나간 뒤에 비로소 생겨나고, 그 발자국들은 같은 자리를 밟고 간다.”라고 썼다. 경사가 가팔라서 벌목꾼 외엔 찾는 이 없는 숲속에 그가 남긴 발자국들은 길이 되어 걷기에 진심인 사람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와 발자국을 찍었다.

숲은 늘 그 자리에 있지만, 늘 새롭게 느껴질 만큼 잠시도 변화를 멈추는 법이 없다. 특히 대마도엔 삼나무 숲이 울창하여 벌목을 위한 임도가 잘 정비되어 있다. 그래서 대마도 둘레길은 따로 길을 내지 않고 임도를 따라 걷는 길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바다가 보이고 해변에 닿으면 작은 포구의 마을로 이어져 숲 향기와 바다 내음, 풍경에 취해 다리 아픈 줄 모르고 걷게 되는 길이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나를 매료시킨 건 안개비 내리는 밤에 보았던 반딧불이와 삼나무숲의 음악회였다. 물가에 앉아 캄캄한 허공을 나는 반딧불이의 창백한 불빛의 궤적을 따라가며 내가 걸어온 길들을 떠올려보고 삼나무숲에서 팝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탁한 영혼이 정화되는 듯한 특별하고도 신비로운 체험을 했다. 삼나무 숲에 부는 바람처럼 자유롭기를 원한다면 걷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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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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