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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스페이스X 머스크의 힘 "우크라 전쟁 내손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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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인물] 스페이스X 머스크의 힘 "우크라 전쟁 내손 안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CEO/사진=스페이스X 이미지 확대보기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테슬라 CEO/사진=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의 명령 한마디가 러시아-우크라 전쟁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10월 어느 날 우크라이나 전선의 드론들이 하나둘 교신을 잃었다. 기기 고장도, 러시아의 전파 교란도 아니었다. 스페이스X가 우크라이나군이 쓰는 군용 위성통신 '스타실드' 단말기에 시속 160km의 이동 속도 제한을 건 것이다. 이 속도를 넘어 움직이는 단말기는 곧바로 연결이 끊긴다. 제트엔진을 단 요격 드론과 고속 무인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고, 우크라이나 측은 사전 통보가 전혀 없었으며 여러 작전이 실패했다고 밝혔다. 흔히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를 끊었다"는 말로 요약되지만, 실상은 전면 차단이 아닌 속도 제한이다.

그러나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왜 이런 조치가 내려졌는가. 공식 설명은 아직 없다. 스페이스X는 침묵했다. 머스크는 스타실드가 미국 정부의 소유이자 통제 대상이며 제한 여부는 미군과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했다. 책임을 워싱턴으로 돌린 셈이다. 실제로 백악관 내부에서 지시가 나왔다는 보도가 이어졌고, 미 행정부는 대통령의 직접 지시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버튼을 누른 손이 누구의 것인지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제한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에너지 휴전'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머스크는 여기에 호응하듯 젤렌스키가 선을 넘었다고 썼다. 젤렌스키는 미국이 휴전안 수용을 압박하며 정보 공유 제한까지 거론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속도 제한이 나왔다. 우크라의 미사일 장거리 타격 중단을 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로 읽는 것은 자연스럽다.
물론 반론도 있다. 머스크는 일관되게 스타링크가 민간·방어 목적의 서비스이며, 상업 기업의 망이 공격적 군사작전에 쓰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해 왔다. 게다가 러시아 본토 정유시설 공격에는 애초에 스타링크가 쓰이지 않는다는 보도도 있어, 이번 조치와 정유시설 공방을 곧바로 인과로 잇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압박이었는지, 확전 방지를 위한 정책적 판단이었는지, 혹은 다른 기술적 사정이었는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주목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가 헤르손 탈환에 나섰을 때 머스크가 일부 지역 단말기의 차단을 지시해 반격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스페이스X는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항을 노린 해상 드론 공격 때도 연결이 허용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미국의 제재 규정과 핵전쟁으로의 확전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2025년 광물 협상 국면에서는 미국이 스타링크 차단 가능성을 압박 수단으로 거론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머스크는 이를 부인했다.

역설적으로 같은 스위치가 우크라이나를 살리기도 했다. 26년 2월, 러시아군이 밀반입한 스타링크 단말기를 드론에 달아 정밀 타격에 쓰자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요청으로 스페이스X는 정부 승인 단말기만 접속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와 이동 속도 제한을 도입했다. 러시아 전선의 통신은 큰 혼란에 빠졌고, 우크라이나는 그 틈을 활용했다. 똑같은 기술적 조치가 한 번은 적을 묶었고, 이번에는 아군의 발을 묶었다. 결국 차이는 '누가, 누구를 위해 스위치를 누르느냐'에 있었다.

여기서 이번 사태의 본질이 드러난다. 문제의 핵심은 머스크 개인의 변덕이나 특정 정부의 의도를 넘어선 구조에 있다. 한 나라의 전장 신경망이 외국 민간기업의 위성망, 그리고 그 기업이 속한 국가의 정치적 판단에 통째로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비용으로 매년 수천만 달러를 부담하지만 운용에 관한 결정권은 없다. 돈을 내는 쪽과 스위치를 쥔 쪽이 다른 것이다. 유럽은 스타링크를 대체할 독자 위성망을 아직 갖추지 못했고, 러시아는 자체 저궤도 통신망 '라스베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스타실드 연결은 상당 부분 복구됐다고 전해지지만, 속도 제한이 완전히 풀렸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속도 제한이 없는 항공용 패키지로의 전환을 타진하고 있으나 비용이 훨씬 비싸다. 위기는 봉합되었을지 몰라도, 의존의 구조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 교훈은 우크라이나만의 것이 아니다. 저궤도 위성통신이 군사작전과 재난 대응, 나아가 일상의 인프라로 자리 잡는 지금, 그 망의 스위치를 누가 쥐고 있는지는 곧 안보의 문제다. 동맹의 기술을 쓰는 것과 동맹의 판단에 운명을 맡기는 것은 다르다. 스타링크의 속도 제한은 하룻밤 사이에 그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