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위기에도 새 먹거리 찾는 '활용'과 '탐색' 균형 이뤄야

공유
2

위기에도 새 먹거리 찾는 '활용'과 '탐색' 균형 이뤄야

[우형록 교수의 변화를 넘어 미래로(8)] 양면적 역량으로 변화 선도하라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면
환경변화에 빠른 대처 못해
'성공의 함정'에 빠지게 돼
'탐색'에만 치중하게 되면
경영성과 약화 가능성 높아
'실패의 함정'에 빠져


요즘에는 노래를 못하거나 춤을 못 추는 청소년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공부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다. 소위 공부도 잘하지만 놀기도 잘하는 팔방미인이다. 눈에 띄지 않는 무채색의 패션 감각, 두툼한 검은 테 안경, 운동에는 젬병인 몸치와 같은 모범생을 대표하던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동시에 확보하기 힘들다고 여겼던 일을 한꺼번에 모두 잘하도록 요구하는 작금의 사회적 풍토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보기
서로 다른 특성 때문에 양립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추진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양자택일을 하게 된다. 투자해야 할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효율을 따져 성공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취사선택한다. 공부와 놀이, 납기단축과 품질제고를 모두 확보하기는 곤란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어느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짐 콜린스와 포라스(Jim Collins& Jerry I. Porras)는 ‘성공하는 기업의 8가지 습관(Built To Last)’에서 이를 ‘선택의 횡포(Tyranny of OR)’라고 비판한다. 남들이 병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동시에 추진하는 역량이 성공의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성공하는 기업은 ‘동시추구의 천재성(Genius of AND)’을 발휘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상반되는 속성 때문에 병립 자체가 역설적으로 보이더라도 이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차별화된 성과를 달성한 성공 사례는 많다. 과거의 시각으로는 어울리지 않았던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을 합친 edutainment 시장의 성공이 좋은 예다. 동전의 양면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을 세울 수도 있다는 획기적인 천재성이 주효했다는 의미다.

동시추구의 천재성은 최근 양면적 역량(ambidexterity)이라는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면적 역량은 1976년 던컨(RobertB. Duncan)에 의해 최초로 사용된 용어로, 상충(trade-offs)되는 특성의 두 가지 과업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조직능력을 뜻한다. 양면적 역량이 다루는 상충적 과업에는 ‘차별화 전략 대 원가우위 전략’ ‘단기적 투자 대 장기적 투자’ ‘글로벌 통합 대 국지적 현지화’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양면적 역량은 ‘탐색 대 활용’으로, 마치(James G. March)가 조직학습의 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탐색(exploration of new possibilities)’과 ‘기존의 확실성에 대한 활용(exploitation of old certainties)’으로 주창했다.
탐색은 새로움의 추구와 급진적 혁신을, 활용은 기존의 개선과 점진적 변화를 추구한다. 탐색은 역량, 자원, 기술, 프로세스, 지식을 새롭게 탐구하고 개발하는 활동인 반면 활용은 기존에 보유한 이러한 대상들을 개선하고 확장하는 활동이다. 탐색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려는 다양한 시도, 실험, 시행착오로 표출되는데 이는 내부적 변이를 증가시킨다. 반면 활용은 기존 활동의 오차를 최소화하여 자원과 지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자 내부적 변이를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탐색 및 활용의 속성은 기업 활동에서도 대립적이며 상충된다. 기업이 탐색에 자원을 증가시키면 상대적으로 활용에 투입할 자원이 감소하므로 단기적인 경영성과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신기술이나 새로운 역량 확보가 곤란해진다. 탐색과 활용은 시소의 양끝에 올라 탄 형국이므로 둘 다 높아질 수는 없다. 한정된 자원의 배분문제로 야기되는 양자택일의 갈등과 긴장이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잘 조정하는 역할은 전통적인 경영진의 몫이었다. 또한 상충적인 두 활동을 동시에 추구할 경우 자칫 어중간한 상태(stuck-in-the-middle)에 빠질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미지 확대보기
이와 달리 양면적 역량은 탐색과 활용을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상호의존적인 활동으로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동시에 추구한다. 즉, 탐색과 활용을 연속된 축의 양극단에 존재하는 배타적 개념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별개의 축으로 개념화하여 병렬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여긴다. 탐색과 활용의 양면적 역량은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는 동시에 기존의 자원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 다시 말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역동적인 역량이다.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라일리와 터시만(O'Reilly Ⅲ& Tushman)은 성공적인 양면적 역량의 구현 양식을 세 가지-순차적 양면성, 구조적 양면성, 맥락적 양면성-로 제시하고 있다. 먼저 순차적(sequential) 양면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탐색과 활용을 적절하게 반복하여 집중하는 방법이다. 조직이 직면한 상황에 따라 탐색과 활용을 순차적으로 분리하여 적응적으로 수행한다. 조직의 변화와 환경적응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균형기와 급진적인 변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혁명기가 교대로 나타난다는 주장에 근거하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탐색과 활용에 집중함으로써 환경에 적응하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실제로 효과적인 프로젝트 추진방법론의 대다수는 각 단계마다 탐색과 활용 활동을 번갈아 가며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구조적(structural) 양면성은 조직의 하부단위별로 탐색과 활용을 분리함으로써 양면적 역량을 구사한다. 기업의 연구개발조직은 주로 탐색 활동을, 생산부서는 활용 활동을 담당하는 식이다. 구조적 양면성은 탐색과 활용을 공간으로 분리시켜 공존하게 만들지만 엄밀히 말하면 화학적인 결합은 아니다. 따라서 상이한 활동을 추구하는 하부조직 간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할 수 있는 관리능력이 하부조직의 전문성인 만큼 성공적 이행에 필수적이다.

창의적인 신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3M이나 구글의 경우 그들의 탐색적 활동과 지원정책은 여러 방면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마치 회사 전체가 창의와 탐색의 결정체로 호도되는 경향도 적지 않다. 구글의 재무팀이나 영업팀의 운영은 실제로 다른 일반 회사와 다를 바 없다. 일정한 목표량을 설정하고 달성을 위해 조직구성원들이 고군분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다. 구글의 전략계획, 투자, 인수합병(M&A) 또한 매우 보수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겉으로 알려진 특장점이 창의와 탐색이지만 실상 내부적으로는 구조적 양면성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총 매출의 30%를 최근 4년 이내에 출시한 신제품의 매출로 유지하는 3M의 탐색 활동은 대단하지만 70%의 활용 활동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맥락적(contextual) 양면성은 하나의 단위조직 내에서 탐색과 활용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다. 맥락적 양면성은 조직구성원 스스로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과 시간을 효과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실현된다. 맥락적 양면성은 조직의 규율, 신뢰, 도전적 목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조직맥락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맥락적 양면성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조직구성원의 양면적 활동을 지원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체계와 절차가 필요하다.

살펴본 바와 같이 순차적, 구조적, 맥락적 양면성은 결국 탐색과 활용을 시간과 공간으로 분리하거나 동일한 시공간에서 온전히 융합하는 해법이다. 핵심은 동시추구의 균형이다.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활용에 몰입하면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없어 ‘성공의 함정’에 얽매이게 되고 탐색에만 치중하는 조직은 ‘실패의 함정’에 빠지게 된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현실을 개선하는 '활용' 활동에 집착…허리띠만 졸라매선 실패

한국의 현실은 탐색 활동보다 활용 활동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미 검증된 기존의 방식, 기존의 제품을 개선•개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고 안정적인 단기성과를 주기 때문이다. 상향평준화 활동이 대표적인데 성과가 저조한 영역에서 잘잘못을 가려내고 성공사례를 표준으로 설정함으로써 성과를 제고해 나가는 방식이다. 매년 10% 이상씩 원가절감목표를 수립하거나 기존 주력제품(cash cow)의 불량률을 낮추는 데만 치중하는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평균을 중심으로 저조한 부분을 걷어낸다면 이론적으로 대략 50%의 저성과 변이를 매번 줄여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점점 반감하게 된다. 자연스러운 반감효과를 억지로 통제하다 보면 심각한 부작용이나 생존위기를 야기하게 된다. 게다가 종국에 변이가 사라진다면 그 다음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최선의 성공사례는 조직의 변이를 조장하는 탐색 활동으로부터 새롭게 발굴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양면적 역량은 굳이 천재가 아니더라도 진퇴양난(dilemma)을 역설(paradox)로써 풀어 갈 방도를 제시하고 있다. 아무리 불황과 위기라고 할지라도 계속 허리띠만 졸라매는 것(leverage)은 장기적 전략이 될 수 없다. 힘들고 실패하더라도 새로운 먹을거리(stretch)를 동시에 찾아 나서야 마땅하다.
우형록 한양대 겸임교수